불교이야기/조계종

“설정 스님 이용하려는 정치세력 있다”

淸潭 2018. 8. 26. 16:40

“설정 스님 이용하려는 정치세력 있다”

  • 권오영



8월23일 설정스님 기자회견 논란
주경 스님, 해종 정치세력들 비판
“불신임에 심경변화 큰 은사스님
불쑥 찾아와 정치적 이용” 토로
주경 스님은 8월23일 설정 스님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동국대 일산병원을 찾은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주경 스님은 8월23일 설정 스님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동국대 일산병원을 찾은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산=최호승 기자

조계종 원로회의의 인준으로 제35대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불신임이 확정된 가운데 “일부 해종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설정 스님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설정 스님의 상좌 주경 스님은 8월23일 “종단을 지속적으로 적폐라 주장하며 훼불하고 있는 해종세력들이 이제는 큰스님의 명의까지 도용하기에 이르러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 논란을 빚었다. 오전 11시경 “설정 스님이 일산모처에서 오후 3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문자메시지가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문자메시지는 승려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는 단체에 소속된 부명 스님 명의로 전달됐으며 “관련 내용은 광명성 보살에게 문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무렵 설정 스님은 8월21일 기자회견에서 “산중(수덕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설정 스님의 기자회견 개최 소식은 교계뿐 아니라 외부언론에도 전달됐고, 동국대 일산병원에는 기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설정 스님의 상좌스님들은 “종단 혼란을 부추기는 일부 세력들이 큰스님을 이용하려는 것 같다”며 “기자회견은 없다”고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광명성 보살은 “기자회견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거듭 입장을 밝히면서 기자회견 개최여부를 두고 논란이 거듭됐다.

이런 가운데 오후 2시40분경 설정 스님 명의로 된 입장문이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입장문에는 현 종단 제도권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과 함께 “불교개혁의 횃불을 들고 들불처럼 일어나서 청정승가의 기틀을 만드는 대작불사를 시작해야 한다” “전국승려대회를 통해 조계의 장군죽비를 들어 주시길 앙망한다” 등 일부 승가단체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다수 담겼다.

그러나 입장문에 담긴 내용은 평소 설정 스님이 사용하는 언어와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이 때문에 설정 스님의 명의를 빌려 누군가 대필한 게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주경 스님은 즉각 조계종 홍보팀을 통해 “관련 내용은 설정 스님의 명의가 도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경 스님은 “저는 금일 설정 큰스님과 한시도 떨어진 적 없이 지근에서 모시며 모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며 “좀 전에 배포된 글에 대해 큰스님께서는 내용을 보신적도 배포에 동의한 적도 없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설정 스님의 기자회견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설정 스님의 기자회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뿐더러 일부 정치세력들이 주변에서 설정 스님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경 스님은 “현재 큰스님은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것에 대해) 분노와 배신감이 큰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스님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자꾸 찾아와 스님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오늘 기자회견 소동을 일으킨 광명성 보살도 내가 30년 동안 큰스님을 모시면서 처음 본 인물”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찾아와 스님을 현혹시켜 혼란한 상황을 계속 만들고 있다. 상좌로서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설정 스님은 이날 기자회견 논란 직후 동국대 일산병원을 퇴원해 수덕사로 자리를 옮겼다. 상좌스님들에 따르면 설정 스님은 현재 수덕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 불신임으로 심경의 변화가 큰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또 어떤 돌출행동을 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다. 때문에 "교묘하게 혹은 무지막지하게 달려들어 설정 스님을 이용하려는 정치세력들"로부터 은사스님을 지켜내려는 상좌스님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소동을 일으킨 광명성 보살의 SNS에는 지난해 조계종으로부터 제적의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이 조계사 인근에서 단식을 진행할 때 함께 찍은 사진이 게재돼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