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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2017시즌 통합 우승

淸潭 2017. 10. 31. 12:13

KIA 타이거즈의 2017시즌 통합 우승


김정준 입력 2017.10.31. 09:28 수정 2017.10.31. 10:34

역시 야구는 무섭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오랜 명언과 함께 두고두고 기억될 2017년 10월 30일이었다.

7회초까지 7-0,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7점차의 리드는 7회말 미라클 두산의 맹추격으로 1점차까지 줄어든다. 그리고 9회말 2사 만루의 위기까지, 마운드에는 2차전 완봉승의 주인공인 양현종이 서있다. 그가 마지막 타자 김재호를 포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2017 한국 시리즈를 4승1패로 마무리한다. 

한국시리즈 5차전은 마치 KIA타이거즈의  2017시즌 희노애락을 모두 담은 축소판과도 같았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다. 팀원 개개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그 힘이 하나로 모아질 때 가장 강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돌아보면 그 많은 위기를 팀의 힘으로 이겨낸 2017시즌 KIA 타이거즈는 정말 강했다.

결코 쉽지 않았던 5차전의 위기 상황마다 맡은 바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팀에 도움을 주었던 정규시즌의 모습도 오버랩 되었다. 그리고 작건 크건 그 하나 하나의 힘이 모아져 팀의 승리가 만들어져 가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역시 우승이라는 것은 보이는 곳과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두의 노력과 희생 없이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명기의 1루를 향한 혼신의 전력질주로 시작된 3회초.  

3회초 2사 만루. 버나디나의 선제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리고 계속된 찬스는 이범호까지 이어졌다.

초구 좌월 만루 홈런. 순식간에 점수차는 5점차로 벌어진다. 

두산 니퍼트와 양의지 배터리가 플레이오프 1차전 NC 스크럭스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만 두 번째 허용하는 만루 홈런이었다. 구종도 같은 슬라이더였고 그때와 모든 장면이 비슷했다.

포스트 시즌과 같이 큰 경기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지 않은 두산 배터리가 충분한 주의를 가져가지 못했다. 더욱이 이범호가 초구에 노림수를 크게 갖는다는 경향을 모르지 않았을 터인데 니퍼트의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왔다. 포수 양의지도 특별히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2회말 공격 1사 2-3루라는 절대적 찬스를 놓친 안 좋은 흐름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두산 배터리의  평상심을 이렇듯 흔들어 놓은 시작은 바로 다름 아닌 3회초 선두타자 이명기의 내야안타였다.

타구 코스는 어려웠지만 타구 스피드가 늦지 않았던 평범한 유격수 땅볼에 혼신의 힘을 다한 전력질주.   두산 유격수 류지혁의 저글을 유도했고 그 결과 간발의 차 내야안타로 출루하면서 위기 뒤 찬스의 흐름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1번 타자 그리고 이닝의 선두타자로서 어떻게든 출루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그의 혼신의 전력질주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오늘의 승리를 기억하며 이범호의 만루 홈런이 오래 오래 떠올리겠지만 이명기의 1루를 향한 혼신의 전력질주가 없었다면 2017 한국시리즈 5차전은 우리들에게 다르게 기억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포수 김민식이 온 몸으로 막아냈던 8회말.

8회말 선두타자 대타 국해성이 8구까지 끌고 간 끝에 우전안타로 출루한다. 7회말 1사 1-3루에 마운드에 올라온 KIA 마무리 투수 김세현의 21구째였다. 3경기 연속 등판이 부담되었는지 KIA는 김세현을 내리고 김윤동을 마운드에 올린다. 

1점차 상황에 선두타자가 출루, 두산 타선은 상위 타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팀 마무리 투수는 마운드를 내려갔다. 모든 상황이 위태로웠다. 7회말 선발투수 헥터의 교체 타이밍을 놓치고 급해지면서 나름의 교체 순서가 모두 엉키고 말았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오른 김윤동은 민병헌과 오재원 연속 삼진, 박건우 우익수 파울 플라이로 천금과도 같은 아웃 카운트 3개를 잡아낸다.

우선 KIA 김윤동의 구위는 한마디로 놀라웠다. 특히 직구는 리그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산 타자들이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여기에 포수 김민식이 김윤동의 변화구 승부구인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온 몸을 던져 막아내면서 살려낸다. 주자1루 상황이었지만 투수는 포수 김민식을 믿고 두려움이 없이 같은 변화구를 다시 낮게 던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낮은 슬라이더로 잡아낸 민병헌의 삼진도, 원 바운드 포크볼 다음 다시 원 바운드 포크볼로 잡아낸 오재원의 삼진도 그랬다. 우승을 향해 정말 소중했던 8회말 3개의 아웃 카운트를 그렇게 잡아냈다. 포수 김민식의 힘이었다. 

양현종에서 시작, 양현종으로 끝난 한국 시리즈의 마지막 이닝. 

9회말이 시작되고 두산 4번타자 김재환 타석, KIA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을 마운드에 올린다. 팀의 운명을 토종 에이스 양현종에게 거는 승부수를 던진다. 더 이상 밀려서는 안된다고 판단, 결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2017 한국시리즈는 KIA 토종 에이스 양현종으로 시작해서 양현종으로 마무리가 됐다. 그러나 우승이라는 위업은 어느 선수 혼자의 힘으로 절대 이룰 수 없다. 팀 모두의 힘이 하나로 모아져야 가능하다. 그게 바로 야구라는 경기의 본질이다. 에이스 양현종은 팀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았다.

이미 많은 것을 얻었지만 다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었던 한국 시리즈 패배의 위기에서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에이스 양현종이 가능케 했다. 그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에이스의 힘이었다.

2017 KIA 타이거즈는 어느 한 선수의 힘이 아닌 모두의 힘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래서 2017시즌KIA 타이거즈는 우승팀 이전에 정말 강한 팀 그리고 좋은 팀으로 오래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KIA 타이거즈의 2017시즌 통합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