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
LA 다저스가 8월 17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홈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시즌 84승 34패. 5할에서 무려 +50승을 기록했다. 1953년 이후 팀 첫 기록. 메이저리그에서도 2004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홈에서 50승(14패)를 거두면서 3년 연속 홈에서 50승을 달성했다. 다저스는 현재 시즌 117승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달성한다면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진다. 지금까지는 1906년 시카고 컵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거둔 시즌 116승이 최고 기록이다.
다저스는 페넌트레이스에서 기록적인 질주와 함께 198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가장 근접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4년 연속 지구우승과 함께 포스트시즌에 나갔지만 한 세대가 지나도록 월드시리즈 챔피언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만약 다저스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다른 선수들 보다는 최소 +1은 더 좋아할 것이 분명한 선수들이 있다. 바로 LA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이다.
적어도 미국에서 태어난 메이저리거 중에 어릴 적 야구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선수는 없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야구장에 가거나 TV중계를 보면서 “나도 커서…”를 생각했던 선수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다저스타디움은 꿈의 구장이었다.
흔히 LA라고 부르는 로스앤젤레스 시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트에서 가장 큰 도시다. 2016년 인구 센서스 기준 397만 6,322명이 거주, 뉴욕시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다. 하지만 꼭 이곳 만을 LA로 부르지는 않는다. 메트로 폴리탄 LA라고 롱비치, 애너하임, 산타 아나, 얼바인, 글렌데일, 헌팅턴 비치, 산타 클라리타 등의 주요 도시와 그 주변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이 지역의 거주 인구는 1,331만 명이다(이는 미연방정부 예산관리처 기준에 의한 도시 구분이다). LA 메트로에서 약간 범위를 넓혀 ‘Greater Los Angeles Area’라는 개념도 있다. 이 경우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를 비롯해 벤추라 카운티, 샌 버나디노 카운티, 리버사이드 카운티, 오렌지 카운티 등을 지칭한다. 대략 위에 포함되어 있는 지역 출신이라면 다저스 프랜차이즈 출신이라고 해도 크게 잘못된 일이 아니다.
고향에서 성공한 터너
현재 연고지 출신 중 가장 잘 나가는 선수는 저스틴 터너다. 터너는 롱비치에서 태어났고 캘스테이트 플러튼을 다녔다. 볼티모어에서 뉴욕 메츠를 거쳐 2014년 2월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한 뒤 황금기를 맞이 했다.
다저스에서 성공적으로 세 시즌을 마친 뒤 FA로 지난해 12월 4년 6,400만 달러 계약을 만들었다. 계약 첫 시즌인 올해 92경기에서 3할4푼7리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타격 NL 1위, 메이저 2위를 달리는 중이다. 출루율(.436)도 신시내티 레즈 조이 보토(.448)에 이어 메이저리그 2위다.
또 한 명 고향으로 돌아와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체이스
어틀리다. 패서디나에서 출생한 어틀리는 UCLA를 다녔다(UC를 한국에서 보통 캘리포니아 주립대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UC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독특한 공립대학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다른 주의 주립대학에 해당하는 대학은 캘스테이트다. 터너가 다녔던 대학도 캘스테이트 중 하나다). 패서디나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자동차로 15분 남짓 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어틀리는 터너와는 다르다. 이미 2000년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5위)에서 자신을 지명했던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으로 전성기를 보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필라델피아에서 뛰면서 6차례 올스타에 선정됐다. 2006년부터 4년 연속 실버 슬러거상을 받기도 했다. 2015년 8월 다저스로 트레이드 된 어틀리는 1년 계약을 이어가면서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15년 1,500만 달러 선수에서 2016년 700만 달러, 올해 200만 달러로 급격하게 내려간 연봉에서 볼 수 있듯 어틀리는 현재 주전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클럽 하우스 리더로서 특히 코리 시거 등 젊은 선수들의 멘토로서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MLB.COM’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시거에 대해 ‘어들리 2.0’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어틀리에게는 대부분 다저스 선수들이 갖고 있지 못한 소중한 경험도 있다. 2008년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당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다저스를 탈락시킨 주역이기도 했다).
다저스타디움 구경 다녔던 매카시
다저스타디움과 가까운 것으로 따지면 어틀리는 2등이다. 1등은 따로 있다. 우완 브랜든 매카시다. 매카시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자동차로 5분 여 거리인 글렌데일에서 태어났다. 고교부터는 콜로라도주에서 다녔지만 스스로도 “어릴 때 다저스타디움 근처에서 살았고 다저스 경기를 보며 자랐다”고 말할 정도의 추억이 있다. 2014년 12월 FA로 다저스와 4년 4,8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2015년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올시즌을 초반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었다. 16경기에서 6승 4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한 뒤 현재는 DL에 있다.
DL행의 원인이던 우측 손 중지에 생겼던 물집은 완전히 나았으나 현재 피칭 메커니즘을 다듬는 중이다. 싱커-커터 콤비네이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복귀 후 팀 마운드에 큰 보탬이 될 선수다.
백업 포수이면서 때로는 내야수로, 대타요원으로 짭짤한 활약을 펼치는 오스틴 반스도 연고지 출신 선수다.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고교까지 마쳤다. 2011년 드래프트 9라운드에서 마이애미 말린스에 지명된 뒤 2014년 12월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올해는 출장 경기수를 비약적으로 늘렸다. 반스는 1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도 8회 대타로 나와 승리를 굳혔다. 작 피더슨의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로 2-1 역전이 된 뒤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현재 다저스 25인 로스터에 들어 있는 선수 중에 아쉽게도 연고지 출신으로 다저스의 지명까지 받았던 선수는 없다. 조금 후하게 기준을 정한다면 여기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가 작 피더슨이다. 피더슨은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 출신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팔로 알토 고교를 졸업하던 2010년 드래프트 11라운드에서 다저스에 지명 됐다.
브랜든 머로우도 캘리포니아주 출신
최근 페드로 바에즈 보다 더 믿음직한 셋업맨 역할을 하는 우완 불펜 투수 브랜든 머로우도 캘리포니아주 출신이다.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산타로사에서 태어났고 UC 버클리를 다녔다. 2006년 드래프트 1라운드 5번째 순서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에 지명됐다(당시 클레이튼 커쇼는 고교 졸업 선수 중 가장 빠른 순위에 지명됐지만 전체 순위는 7번째였다. 6번째 지명선수는 현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있는 앤드류 밀러).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있던 2013년부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2015-2016년)시절까지 부상에 시달리면서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올시즌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100마일짜리 빠른 볼을 뿌리면서 불펜에서 비중을 점점 높이고 있다. 1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도 1-1 동점이던 8회 마운드에 올라 간단하게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낸 뒤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5승째. 홀드도 5개를 기록 중이다. 28경기에서 27.2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은 2.60.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바람에 지금은 25인 로스터에서 제외 돼 있지만 외야수 트레이스 톰슨이야 말로 ‘오리지널’ LA 출신이다. NBA 시절 LA 레이커스에서 뛰었던 부친 때문에 LA에서 태어났다. 2009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지명됐으나 2015년 12월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외야수 브렛 아이브너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출신. 지난 1월 오클랜드에서 트레이드 됐다.
빼놓으면 섭섭할 선수가 또 있다. 허리 통증에서 회복해 복귀를 앞두고 있는 아드리안 곤살레스다. 곤살레스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났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라는 메이저리그 팀이 버티고 있으니 다저스 연고지 출신 선수가 아니다. 거기다 2006년부터 샌디에이고에서 5시즌을 보내면서(지명은 플로리다 말린스)스타플레이어로 명성을 얻었다.
그래도 캘리포니아주 출신인 데다 어린 시절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자라(티후아나는 샌디에이고에 인접한 멕시코 국경도시)스페인어를 네이티브와 다름없이 구사한다. 유난히 많은 라틴아메리카 출신 다저스 팬들이 곤살레스를 사랑하는 이유다. 여기에 곤살레스는 아직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 보지 못했다. 다저스의 일원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꿈을 이루게 되면 선수생활을 대미를 훌륭하게 장식할 수 있다.
글 : 박승현 MBC SPORT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