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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潭 2017. 6. 3. 10:36

7년 전 최태웅처럼..쇼킹했던 유광우의 FA 이적

 

이재상 기자입력 2017.06.03. 06:30댓글 24

 
박상하 보상선수로 삼성화재→우리카드 유니폼 갈아 입어
2010년 FA 이적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던 최태웅(왼쪽) 현대캐피탈 감독과 유광우. (한국배구연맹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그 마음 저 밖에 모를 거예요."

마치 7년 전을 보는 것 같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박철우(현대캐피탈→삼성화재 FA이적)의 보상선수로 2010년 유니폼을 갈아입었던 것처럼 유광우도 똑같이 삼성화재를 떠나게 됐다.

우리카드는 2일 박상하(삼성화재)의 FA 보상선수로 세터 유광우를 지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배구 관계자들과 팬들이 모두 깜짝 놀랄만한 이적이었다.

유광우는 2007년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뒤 10년 동안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그 동안 삼성화재의 통산 8차례 챔프전 등극에 큰 힘을 보탰다. 3차례 세터상을 받았고, V리그의 명실상부한 최고 세터로 꼽혔다. 그랬기에 유광우가 삼성화재가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2009-10시즌이 끝난 뒤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최 감독은 당시 챔프전에서 삼성화재의 우승을 이끈 뒤 박철우의 보상선수로 현대캐피탈로 이적했다. 최 감독은 당시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월드리그 원정을 갔다온 뒤 이적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2일 장충체육관에서 만난 최태웅 감독은 자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팀을 옮기게 된 유광우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삼성화재의 주장이었던 유광우는 팀의 단양 전지훈련에서 연습을 하던 중 보상선수로 자신이 지명됐음을 알고, 곧바로 짐을 싸서 팀을 떠났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이 직접 면담을 통해 이적 소식을 전했다.

최 감독은 "아마 (유)광우가 많이 힘들 것"이라며 "그 마음은 나 밖에 모를 것이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최태웅 감독은 "나도 처음에 듣고 믿지 않았다.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의 의지가 아닌 팀을 옮기게 된다는 것 자체가 충격 그 자체였다.

최 감독은 "아마 광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음이 아플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최태웅 감독은 세터 유광우에 대한 믿음을 전했다.

최 감독은 "그래도 광우가 잘 추스르고 우리카드에 가서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며 "분명 새 팀에 가서 더 독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화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관계자들도 하나 같이 유광우의 이적에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신진식 감독은 "팀의 리빌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정말 마음이 아프다. 그곳에서도 잘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카드 선수들은 경험 많은 유광우의 합류를 반겼다. 우리카드의 주전 공격수이자 국가대표팀 레프트인 최홍석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음 시즌이 재미있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