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넘던 길.
강원도 관찰사 정철이 관동별곡을 쓴 길.
단원 김홍도가 대관령도를 그린 길.
민초들의 애환과 사연이 쌓인 이 옛길을 ‘반정’까지 걸었다.
반정(半程)은 대관령 옛길의 중간 지점. 전엔 국도가 지나던 곳이고,
지금은 바로 아래가 영동고속도로 터널이다.
여기에 강릉부의 향리 기관 이병화(記官李秉華)가 사비로 주막집을 지었다.
한겨울 대관령의 험한 고갯길을 넘다가 얼어 죽는 사람들을 보다 못해 지었다고.
이병화유혜불망비(李秉華遺惠不忘碑) 옆에 앉아 군고구마로 요기하고 돌아왔다.
대관령을 개척한 사람은 조선 중종 때 강원관찰사 고형산(高荊山)이란다.
백성을 동원하지 않고 관의 힘으로 몇 달에 걸쳐 이 고개를 열었다네.
강릉에선 ‘강릉에 나서 대관령을 한 번도 넘지 않고 죽으면 행복’
이라고 했단다. 대관령은 해발865m에 고개만 99개소라니...
⁍ 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바라보다 _ 신사임당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서울 길 홀로 떠나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도 한데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 대관령 옛길에서
⁍ 어머니와 헤어지며 (泣別慈母 읍별자모) _ 신사임당
慈親鶴髮在臨瀛(자친학발재임영) 인자하신 어머니 백발 되어 임영에 계시는데
身向長安獨去情(신향장안독거정) 이 몸 홀로 서울을 향해 떠나가는 심정이여!
回首北村時一望(회수북촌시일망) 고개 돌려 어머니 계신 북촌을 바라다보니
白雲飛下暮山靑(백운비하모산청) 흰 구름이 날아 내리고 저무는 산이 푸르네.
*임영 : 강릉 / 최탁한 씀 <漢詩 쥬빌라떼> 중에서
⁍ 매월당 김시습(金時習)의 대관령 한시
大嶺雲初捲(대령운초권) 대관령 구름이 처음 걷히니
危顚雪未消(위전설미소) 꼭대기의 눈이 아직도 남아있네.
羊腸山路險(양장산로험) 양장처럼 산길은 험하기도 한데
鳥道驛程遙(조도역정요) 새의 길 같은 역으로 가는 길은 멀기도 하네.
老樹圍神廟(노수위신묘) 늙은 나무 신당을 에워싸고
晴烟接海嶠(청연접해교) 맑은 안개 바다 산에 접했구나.
登高堪作賦(등고감작부) 높이 올라 글을 지으니
風景使人遼(풍경사인요) 풍경이 사람의 흥을 돋우네.
⁍ 조선 말기 남당 한원진(南塘韓元震)의 대관령 한시
鳥道懸天去(조도현천거) 새가 넘는 험한 길에 하늘이 걸렸고
我行在半空(아행재반공) 이 길 가는 나도 반공중 걷고 있네.
山蓮雲岳白(산연운악백) 연이은 산 바위에는 흰 눈이 쌓여있고
水湯火輪紅(수탕화윤홍) 물에는 붉은 해 씻기며 굴러간다.
關海天里遠(관해천리원) 고개 넘어 바다는 천리 멀리 뻗어 있고
雲烟一望通(운연일망통) 구름이 한 눈에 시원히 트였구나.
平生四方志(평생사방지) 평생 사방을 다니려는 꿈이
今日駕長風(금일가장풍) 오늘에야 긴 바람을 타는구나.
'글,문학 > 수필등,기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나이는 몇살이지? (0) | 2017.05.17 |
---|---|
권효가[勸孝歌] (0) | 2017.05.09 |
방우영 1주기에 (0) | 2017.05.08 |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은 이야기 (0) | 2017.05.05 |
오늘은 입하(入夏)입니다. (0) | 2017.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