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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물면 안 보이는 나뭇잎

淸潭 2017. 1. 7. 12:47

입에 물면 안 보이는 나뭇잎

보성설화 / 설화


옛날 벌교 어느 마을에 게으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아성이와 소붕이라는 두 친구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맨날 일도 안 하고 나무그늘에서 잠이나 자는 것이 일이었다. 그래서 동네에서는 두 사람을 내쫓아버리자고 이야기가 돌 정도로 그렇게 게으른 사람들이었다.


어느 해 초가을, 그러니까 8월쯤 되었는데 그날도 여전히 두 사람은 나무그늘 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까치가 깍깍 울었다. 아성이가 눈을 떠 보니까 나뭇잎이 떨어지더니 희한하게도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아성이가 막 일어나자 뒤이어 소붕이가 잠에서 깼다. 그런데 소붕이가 아성이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어? 아성이가 어디 갔지?”


아성이는 소붕이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발로 툭 찼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무 밑으로 기어갔다.


‘어? 정말 내가 안 보이나? 나뭇잎 때문일까?’


그래서 아성이는 심심하기도 하여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들판에 나가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보이지가 않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고 입에 물고 있던 나뭇잎을 빼보았다. 그러자 마을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소리쳤다.


“어? 아성이가 언제 왔지? 어이, 아성이! 자네 설마 일하러 왔나?”


그러자 일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죄다 웃었다. 아성이가 일을 하러 올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뭇잎이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성이는 나뭇잎을 물고 곧장 시장에 갔다. 시장에 가니 역시 아무도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시장 여기저기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값나가는 것도 훔쳤다. 그 후 아성이는 탐관오리들의 금은보화를 털어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부자가 되고 보니 더 이상 도둑질을 하다가는 꼬리가 잡힐 것 같아 독심을 품고 나뭇잎을 없애버렸다.


게으르기로는 막상막하인 아성이가 갑자기 큰 부자가 되자 소붕이가 샘이 났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소붕이가 아성이를 찾아가 물었다.


“어이, 아성이.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자네가 밤만 되면 도둑질을 한다는 소문이 있어?”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아성이가 움찔하였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붕이가 계속 다그쳤다. 그러자 아성이가 할 수 없이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나뭇잎 이야기를 들은 소붕이가 졸랐다.


“나도 그 나뭇잎 좀 빌려줘. 자네는 어차피 큰 부자가 되었지 않은가?”


“나고 그러고 싶지만 이미 나뭇잎은 사라지고 없네. 내가 없애버렸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내가 곧이 먹지? 나한테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말인가? 빨리 내놔!”


“나에게 있으면 자네를 빌려주지 내 왜 없다고 하겠나. 나에게는 어차피 더 이상 필요도 없는데. 정말 없애버렸다니까?”


나뭇잎이 없다고 하자 소붕이는 마치 맡겨놓은 물건 내놓으라는 듯 악다구니를 펼쳤다. 하지만 한사코 부인하는 것을 보고는 정말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소붕이는 내년 이맘때쯤이면 자신에게도 똑 같은 일이 생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날 이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종일 그 나무 밑에 누워 잠을 자는 것이 일과였다.


마침내 다음 해 8월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나무 밑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까치가 울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떠보니 놀랍게도 나뭇잎이 하나 떨어지는데, 자기 입에는 안 떨어지고 옆으로 떨어져버렸다.


성질이 급한 소붕이는 집으로 가서 망태하고 갈퀴를 가지고 와서는 근처에 있는 나뭇잎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담아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그 친구는 나뭇잎을 하나씩 집어물고는 집사람한테 물었다.


“보여?”


그러자 아내가 씩 돌아보고는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하는 표정을 짓더니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부자 한 번 되어보겠다고 안달이 나 있는데 듣는 둥 마는 둥 하니까 소붕이가 버럭 화를 냈다.


“지금 내가 혼자 잘 되겠다고 이러는 줄 알아? 저 건너 아성이가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몰라? 사람 몸이 안 보이게 하는 나뭇잎 하나만 찾으면 된단 말이야!”


그러면서 남편은 아내에게 신기한 나뭇잎 이야기를 해주었다. 입에 물면 사람이 안 보이고 빼면 보이는 신기한 나뭇잎이 있다는 것이다.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짜고짜 화를 내는 남편이 무서웠는지 아내는 남편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였다.


“보여?” 


“보이요.”


“보여?”


“예.”


“보여?”


“보인다니까요!”


하지만 나뭇잎이 얼마나 많았는지 밤새도록 해도 도대체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잠도 오고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을 안 보이게 하는 나뭇잎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래서 아내는 꾀를 냈다.


“어? 안 보여요. 이게 어찌된 일이지?”


아내는 멀쩡한 남편이 안 보인다고 속였다. 나뭇잎을 빼면 보인다고 하고, 입에 물면 어딨지? 하고 찾는 시늉을 하기를 여러 차례. 신이 난 소붕이는 나뭇잎을 계속 입에 물고 방안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자 아내는 이리저리 남편을 찾는 시늉을 하다가 지친 척하고는 자리에 누워 자고 말았다. 아내가 자리에 눕자 소붕이는 나뭇잎을 소중하게 보관해두고 자리에 누웠다.


다음날 장에 가는데, 재를 넘다보니 이웃 마을 여자들이 밭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소붕이는 돈도 돈이지만 여자들에게 먼저 장난을 쳐보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회심의 미소를 머금은 채 입에 나뭇잎을 물고 밭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여자들끼리 수군대는 것이 어느 동네 누구 아버지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이, 누구들이 뭘 잘못 보고 그러는 것이지.’ 하고는 계속 다가가니까 여자들은 말도 없이 다가오는 것이 불쾌했는지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붕이는 ‘그러면 그렇지!’ 하고는 정말 자기가 안 보이는 줄 알고 급기야 예쁘장한 여자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벌건 대낮에 이웃 동네 아낙들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추행을 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한 여자들이 일제히 호미로 치고 난리가 났다.


봉변을 당한 소붕이는 도망치다시피 집으로 돌아와서는 애꿎은 아내에게만 화를 냈다.


“어제 진짜 내가 보였어? 안 보였어? 당신 때문에 내가 무슨 봉변을 당한 줄 알아! 도대체 왜 다 보인다는데 안 보인다고 그런 거야?”


하지만 정작 여자들에게 추태를 보였다는 말은 하지 못하였다.


“아니, 한두 개도 아니고 밤새 보이냐 안 보이냐 그러는데 내가 졸려 죽는 줄 알았잖아요?”
오히려 아내가 화를 내자 남편은 아내를 달랬다.


“그건 그렇고 어제 남은 나뭇잎은 어딨는가?”


“저기 안 있소.”


“그러면 잘 되었네.”


그러더니 다시 망태를 가지고 와서 저녁내 이놈 저놈을 물고 밤새도록 보이냐 안 보이냐 하였다.


“나 보인가?”


“보이요.”


그러다보니 또 지겨워졌는지 아내가 또 안 보인다고 그러고 말았다. 이번에는 진짠가 보다 하고 믿게 된 남편은 다음날 곧바로 장에 갔다. 어제 괜히 여자한테 눈이 팔려 봉변을 당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장에 가니 장돌배기 약장수가 있었다. 그 약장수가 꽹과리를 쳐대며 약을 팔고 있었다. 제법 장사가 됐는지 매대에 돈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래서 무작정 다가가서 돈을 훔쳤다. 그러다 걸려가지고 죽을 만큼 실컷 두들겨 맞고 말았다.


(※ 이 이야기는 순천대학교 총장을 지낸 故 최덕원 선생님께서 채록한 설화에서 기본 뼈대를 취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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