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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치지 말라

淸潭 2016. 10. 27. 10:44

-“치우치지 말라

 

중용(中庸)은 동양도덕의 핵심입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중국의 장개석 총통이 과연 ‘중용’의 길을 갔는지 아닌지는 후세의 사가들이 논의할 일이지만 그의 아호는 ‘중정’(中正)이었습니다. 모택동의 아호가 무엇이었는지 나는 모릅니다. 자고로 없던 길을 개척한 사람이라 아호는 마련할 겨를도 없었는지 모릅니다.

‘중용의 길’은 기독교에서도 존중합니다. <구약성서>의 ‘신명기’에는 “내가 대로로만 행하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라” (2:27)라는 말이 있는데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말이 ‘신명기’에 다섯 번 나올 만큼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길을 가야하는 사람에게는 좌‧추가 문제가 됩니다. 흔히 고속도로에는 상행선이 있고 하행선이 있고 그 사이에는 중앙선이 있어서 이 선을 넘나들면 대형사고가 날 우려가 있습니다. 갓길 또는 샛길로만 다니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안 되지만 대로를 가는 사람들에게는 늘 문제가 되는 것이 ‘좌‧추’입니다.

근세 정치사에서 이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청교도혁명 당시의 영국의 정치판이었습니다. ‘좌’에 의회파(Whigo)가 있었고 ‘우’에 왕당파(Tories)가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Oliver Cromwell이 이끄는 ‘의회파’의 군대가 승리하여 영국에서는 크롬웰의 공화국이 등장하여 10년간 존속하지만 뒤에는 명예혁명이라는 미명하에 왕정이 복고되고 William and Mary가 화란에서 초빙되어 영국의 와위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의회도 넘어간 정치적 실권은 왕이 되찾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20세기에 들어서서 좌‧우의 가장 참혹한 전투는 제정 러시아에서 터졌습니다. 1917년, 1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Vladimir Lenin은 망명생활을 끝내고 그의 조국에 뛰어들어 Bolsheviks를 이끌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성공, 300년을 이어온 Romanov 왕가의 학살을 감행하여 씨를 말렸습니다. 해외로 망명한 왕족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신약’ 빌립보서 4:12~13)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중용지도’(中庸之道)의 본보기는 “오호라 나는 괴로운 사람이로다”라고 탄식한 그 사나이의 삶속에 간직돼 있었습니다. 불가피한 혁명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혁명이 정도(正道)는 아닙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