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레이유 네그르의 결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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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eille Negre라는 스물일곱의 젊은 프랑스 여성은 최근까지만 해도 Paris Opera단의 주연 ballerina이었습니다. 그런데 Limonges France가 지난 4월 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금발의 무희는 자신의 Ballet Company를 몇 달 전에 떠났는데, 자체부자유 어린이들을 돕는 일을 하기 위해서랍니다. 몸이 불편한 그 아이들이 공원에 산책을 가면 학교의 마룻바닥을 닦는 일을 한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 무희는 이제 갈멜(Carmelite)수녀가 되기로 결심하였답니다. “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그래요. 내가 명예와 금전을 추구하는 일을 거절했다고 해서.” “내가 보기에 진정 행복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아무 것도 안 가진 그들 - 그들은 마음을 비웠으니까, 그래서 거기에 하나님께서 들어오시게 하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 Newsweek > April 16, 1973에 실려 있던 것인데 내가 그 때 오려두었다가 그걸 우연히 찾아 우리말로 옮겨서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에 있었던 일이므로 그 때 이 기사를 읽었던 사람들도 지금쯤은 다 잊어버리고 본능만을 따르며 ‘명예와 금전’만을 추구하는 저속한 삶을 살고 있을 겁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또는 갈멜 수녀원에서 아직도 일하고 있는지 알 길은 없으나 당시 27세였던 미모의 금발 ballerina는 아직 살아 있다면 70세의 할머니가 되어있을 겁니다. 세월이 가면 누구나 다 늙는 것이 인생인 것만은 확실하기 때문에! 나는 이 수녀의 삶에 대하여 더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는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에 재물과 명예를 단번에 다 포기했기 때문에 한 인간으로서 ‘진‧선‧미’의 극치를 우리 모두에게, 특히 나에게 보여 주었으므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비관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진 작금의 세태입니다. 그 귀중한 목숨을 왜 함부로 버립니까?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의 마루를 닦고 그 아이들의 몸을 씻어주는 일은 할 수 있는데 왜 그럼 아름다운 삶을 살고자 하지 않고 한강다리에 차를 세우고 그 길로 그 강에 몸을 던져 장안의 한 명문가의 며느리는 투신자살했답니다. 듣기만 해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부잣집 며느리의 그 슬픈 결단보다는 갈멜수녀 네그르의 장엄한 결단이 백배, 천배 고상하고 아름답고 용감했다고 나는 믿습니다. 최근에 바티칸 광장에서 교황 프란시스는 Teresa수녀를 성인의 반열에 올리는 장엄한 의식을 집행하였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나는 ballerina이다가 43년 전에 수녀가 된 미레이유 네그르 앞에 고개를 숙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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