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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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렇다는 사실을 깨우쳐준 사람이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1561~1626)이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가 다 아는 말이 되었지만 서양의 중세사회에서는 ‘아는 것’보다 ‘믿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잘못된 것을 알게 되면 오히려 그 ‘앎’이 힘이 되지 않고 인간의 믿음을 흔들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탄의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성서 구약 창세기 일장에 보면 하나님이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마지막 날에 아담이라는 인류의 조상을 만드셨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담이 곤히 잠들어 있을 때 하나님은 그가 혼자서 적적할 것이 염려되어 그와 짝이 될 이브를 창조하셨습니다. 아담의 갈빗대 하나를 뽑아 그것을 근거로 이브를 만드셨다 하여 영어로는 여자를 ‘woman’이라고 하는데 “남자로부터 나왔다”는 뜻이랍니다. 우리는 남자도 여인인 어머님에게서 나오는 존재임이 확실한데 해석이 좀 헛갈립니다. 어쨌건, 하나님이 창조하신 최초의 남자 아담이 좀 똑똑한 사람이었다면 하나님이 그의 갈비 하나를 빼어내실 때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 “하나님, 왜 이러십니까?”라고 물었어야죠. 그 때 하나님께서 “네가 혼자서 적적할 것 같아서”라고 하시면 아담은 마땅히 “하나님, 저는 혼자 사는 게 더 좋습니다. 짝이 필요 없어요”라고 하며 하나님의 손을 뿌리칠 수 있었다면 우리 인생이 오늘 이 고생을 안 해도 되었을 텐데! 아담의 깊은 잠이 우리의 삶을 이렇게 고달프게 만든 것 같습니다. 아담이 이브를 알게 되어 그 쾌감이, 그 앎이 우리들의 불행의 원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선악과’를 따먹어 “눈이 밝아졌다”는 사실을 그렇게 풀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가 태어나기 133년 전에 태어난 베이컨에 의해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인류를 향해 던져진 것이 사실입니다. 인간의 사고는 될 수 있는 대로 ‘실험’과 ‘관찰’을 통해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일상생활에도 너무 미신이 난무하여 우리 사회의 근대화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정치에도 경제에도 과학적 접근을 시도해야지 미신이 판을 치면 선진화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들의 종교도 반성해야 합니다. 종교가 완전한 과학의 영역에 들 수는 없지만 종교가 미신 때문에 오히려 신도들을 타락시키는 일이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알기 전에는 정치도 경제도 잘못된 길을 가게 되고 종교는 신도들을 지옥으로 이끌고 갈 우려가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민주정치를 할 수는 없고 하나님이 누군지도 모르는 교역자가 교인들을 천국으로 이끌 수는 없다고 나는 믿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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