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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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문명은 속도에 치중합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기차도 비행기도 빠른 게 좋고, 편지도 물건도 받는 사람에게 빨리 가는 것을 원하니 특별요금을 요구하는 ‘속달’이 생겼습니다. 물론 나도 ‘속달’이 필요하다는 걸 시인합니다. 전달되는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그런 일이나 사연이나 물건이 있습니다. ‘Quick service’라는 낱말은 요새 유행어의 일종입니다. 그러나 자연에도 인생에도 ‘때’가 있습니다. 아직도 익지 않은 과일은 시거나 떫어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 뱃속의 아기는 열 달은 거기 있다 세상 빛을 봐야지, 성미가 급해서 서둘러 나오면 ‘팔삭둥이’라고 하고 더 서둘러 나온 놈은 인큐베이터에 몇 달 넣어서 키워야 합니다. 만삭을 기다렸다가 여유만만하게 태어난 아이들을 그 자체가 매우 자랑스럽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때를 놓치지 말라”는 교훈도 매우 소중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가르침은 더 소중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시기상조’(時機尙早)라고 일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급한 마음에 일을 서둘렀다가 그 훌륭한 재능을 낭비하고, 일이 낭패로 돌아가는 불행한 일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타고난 능력이 탁월하다고 믿는 사람들 중에는 무슨 일이건 조금씩 하지 못하고 단번에 해치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는 일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만일 그 두 동물이 경주를 하면 반드시 토끼가 이기고 반드시 자라가 진다고는 생각하지 말라는 선인들의 교훈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일본에는 부자가 대를 이어 돌산에 굴을 뚫어 동네 사람들의 왕래를 쉽게 만들어 주었답니다. 그런 아버지와 아들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로마 교황청의 시스틴 채플(Sistine Chapel)의 천정화(天井畵)를 그리기 위해 미켈란젤로는 그 불편한 자세로 여러 해 그 천정에 ‘천지창조’의 한 모습을 담았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능력만 있으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사람이 큰 뜻을 이룹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해골골짜기)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그 모습을 생각하고 나도 힘을 얻어, 오늘 하루를 ‘용감하고 고상하게’ 살아보고자 노력을 하겠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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