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언점종(輪言漸腫)
[내용] (輪: 바퀴 륜. 言: 말씀 언. 漸: 점점 점. 腫: 부 풀 종)
말(言)은 전해질수록(輪) 종기처럼 점점 부풀려진다는 말로, 헛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퍼질수록 부풀려진다는 뜻.
[문헌] 오상원 우화(吳尙源 寓話)
[내용] 장끼 꿩이 어린 새끼들을 모아놓고 이것저것 타일렀다.
“얘들아, 첫눈이 내렸으니 이제부터 각별히 조심들 해야 한다. 눈이 내리기 전에는 아무리 숲 속을 쏘다녀도 발자국이 남지 않았지만 인제는 어디를 가도 눈 위에 발자국이 남게 된단다. 그렇게 되면 우리를 잡으려고 독이 든 먹이를 놓아두거나 덫을 치거나 사냥꾼들이 몰려올 것이다.”
“사냥꾼이 뭔데요?”
“응, 숲 속에 사는 짐승들이나 우리들 날짐승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이지, 그들은 아주 냄새를 잘 맡는 개를 거느리고 총을 갖고 다닌단다.”
“총이 뭔데요?”
“응, 그것은 쇠구슬을 화약으로 쏘는 기계인데 아무리 재빨리 도망치려 해도 총 앞엔 당할 수가 없단다. ‘꽝’ 하고 터지는 순간에 그 총알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죽게 된단다.”
“언제 사냥꾼들이 몰려오는데요?”
“이제 곧 두 셋씩 떼를 지어 몰려와서 이 산속이 떠나갈 듯이 총질들을 해댈 것이다.
이때 그 근방을 지나가던 토끼가 장끼 식구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헐레벌떡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루가 물었다.
“어이, 토끼! 무슨 큰 변이라도 생겼나?”
“큰 변이고말고요. 총을 든 사냥꾼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다는 거예요.”
“아니, 누가 그러던가?”
“네, 저 밑 콩밭 위에 있는 오솔바위 곁에서 장끼 아저씨가 꼬마들더러 빨리 피해야 한다고 서두르고 있었어요. 숲 속이 떠나가게 총질이 시작될 거래요.”
노루도 깜짝 놀라 어린것들이 남아 있는 깊은 바위 숲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노루 양반, 무슨 변고라도 생겼소? 숨이 하늘에 닿게 쫓아가고 있으니 말야.”
어린 것들을 거느리고 계곡 쪽으로 내려오던 멧돼지에게 물었다.
“멧돼지 양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네. 첫눈이 내리자마자 사방에서 사냥꾼들이 이 숲 속으로 올라오고 있다지 않나.”
노루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말했다.
“그래? 그럼 사냥꾼들을 누가 직접 봤다던가?”
“토끼가 하는 말이 저 콩밭 위 오솔바위 쪽에서 장끼네 식구가 사냥꾼들에게 쫓기는 것을 봤다는 거야. 꽝꽝 총소리도 들렸다나 봐.”
“큰일났군, 이 어린 곳들을 어쩌지, 아까 저 아래 숲 속에서 심상치 않은 폭음 같은 게 들리는가 싶었는데 바로 그게 사냥꾼들의 총소리 였구먼.”
멧돼지는 새끼들을 재촉하며 산허리를 타고 급히 올라갔다.
산허리를 넘어설 즈음에 어슬렁거리고 내려오는 곰과 마주쳤다.
“아니, 왜 이렇게 부산을 떠나? 누가 자네의 새끼들에게 몹쓸 짓이라도 했나?”
“곰 친구, 말도 말게. 사냥꾼들이 지금 사방에서 이 숲을 에워싸고 몰려 올라오고 있다지 않나.”
“누가 그러던가?”
“긴말할 사이 없네. 저 콩밭 위 잔솔바위에서 장끼 식구들이 사냥꾼들의 총에 당했다지 않나!”
그 말을 듣자 곰도 깜짝 놀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큰일이다. 큰일이야!”
곰은 헐레벌떡 둔한 몸집을 뒤뚱거리며 달려갔다. 그때에 새끼들을 거느리고 산 위로 올라오던 장끼 식구가 곰과 마주쳤다.
“아니 무슨 일이라도 있었수? 곰 양반!”
곰은 장끼 식구를 보자 자기 눈을 의심했다. 사냥꾼 총에 변을 당했다던 장끼 식구들이 도리어 태연하지 않은가.
자초지종을 듣고 난 장끼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임종대 편저 한국 고사성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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