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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10경

淸潭 2016. 1. 24. 11:39

도봉산10경

          半山 韓相哲


1. 자운백설(紫雲白雪)

묘연(杳然)히 솟은 산정 번뇌도 분분(紛紛)타만

매화꽃 뿌리는 눈() 동공(瞳孔)을 헤집는데

몽실댄 보랏빛 단꿈 바위 끝에 맴도네


* 자운봉(紫雲峰 739.5m); 도봉산의 주봉(主峰)이다. 만장봉, 선인봉과 더불어 세 기암(奇巖)은 서로 다자태를 뽐내는데, 초안산(草案山 123m) 기슭 녹천(鹿川)에서 바라보면 흡사 사슴뿔같다는 평이다(김석신의 道峰圖에서). 설경이 기막히다.

* 도봉산을 구름 속의 부용화(芙蓉花-연꽃)에 비유한 한산거사(漢山居士 조선 헌종 1844)의 한양가(漢陽歌)를 소개한다. 유방유공상(幽芳維共賞) 고절중동시(高節衆同猜) 소이은군자(所以隱君子) 고회기차개(孤懷寄此開) 그윽한 향기 누구와 더불어 즐기랴/ 높은 절개 뭇사람이 시샘하기에/ 이로 나는 은둔 군자가 되어/ 외로운 마음 여기 펼쳐 보인다네.


2. 선인노송(仙人老松)

빛나는 흰 옥(白玉)그림 고송(孤松)은 미점(米點)으로

도포를 벗은 신선(神仙) 쑥뜸 향 펴오르니

산돌(山乭)아 그 단전(丹田)에다 동아줄을 걸지 마


* 선인봉(仙人峰 708m)이야말로 도봉산의 얼굴이자,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주봉(主峰)인 자운봉의 체면 때문에 제2경으로 돌렸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바위봉우리다. 흰 화강암이 병풍처럼 펼쳐져 천하기관(天下奇觀)이다. 보는 방향과 철에 따라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 앞에서 보면 마치 신선이 도복을 입고 서있는 모습이다, 배꼽에 노송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선인봉도 이게 없으면, “앙금 없는 찐빵과 같다. 고송 옆으로 대표적인 바위길인 표범길박쥐길나있다. 종전에는 암벽등반 하강(下降)시 나무에다 직접 로프를 걸었으나, 훼손을 우려하여 옆에 고정 하켄을 박아, 등반가들이 보호에 앞서고 있다. 바위를 즐기는 꾼들의 모습조차 마치 줄치는 거미처럼 아름답다.

* 미점(米點); 동양화의 산수화(山水畵)에 암석이나, 산봉우리 등을 그릴 때에 찍는 작은 점의 이름. 송대(宋代)에 미 원휘(米元暉) 부자(父子)가 이런 점을 많이 쓴 데서 이르는 말.


3. 주봉한운(柱峰閒雲)

산길 옆 불()도장은 심장을 꽉 찍는데

바쁠 사 인생살이 틈틈이 쉬어가듯

네모 난 묵옥(墨玉)기둥에 조각구름 맴돌고


* 주봉(표고 675m)은 자운봉에서 남서쪽 약 500m 지점 주능선 바로 옆에 있다. 사각 도장처럼 생긴 반듯한 기둥바위다. 먼데서도 잘 보여 흔히 정상을 찾는 지침석(指針石)이 되기도 한다. 구름 한 점 한가롭게 걸려 있으면 일품이다. 종전에는 암벽등반 모습을 자주 목격했는데, 지금은 보기 힘들다. 보기보다 오름이 까다롭다.


4. 문사청류(問師淸流)

천지(天地) 밖 흐른 옥류(玉流) 장끼도 멱을 감지

잎 하나 떨어지면 선문답(禪問答)이 열릴 터

낭랑한 폭포소리에 쫑긋 귀가 선다네


* 거북골과 용어천계곡이 중간에서 합수 후, 다시 도봉 주계곡으로 흐르는 지점에 있으며, 문사동(問師洞)이란 명필초서가 음각된 바위가 백미(白眉). 수량이 많을 때는 폭포로 변해 넘쳐흐른다.

* 문사동이란 주례(周禮)에 나오는 말로, ‘예를 갖춰 스승을 모셔와, 배움을 얻는 곳을 뜻한다.

* 왕유(王維)의 시 한강임조(漢江臨眺)’중 명구(3,4)인 강류천지외(江流天地外) 산색유무중(山色有無中)에서 차운(次韻). “강물은 흘러 천지 밖 사라지고, 아득한 산빛 있는 듯 없는 듯...”

* 노자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 떠오르면 물이 곧 나의 스승임을 알게 된다.


5. 오봉낙하(五峰落霞)

속인(俗人)도 산에 들면 선인(仙人)이 되는가 봐

풍류(風流)도 가지가지 둔갑(遁甲)한 붉은 바위

오선(五仙)의 혹머리 위로 비취(翡翠) 노을 떨어져


* 일반적으로 다섯 봉우리(표고 655m)로 보이나, 방위에 따라 3~4, 혹은 6~9봉으로도 보인다. 모습이 다른 뭇 신선이 서로 어울려 노는 것처럼 조화롭다. 노을이 지면 신비롭기까지 하다.


6. 천축모종(天竺暮鐘)

힘들게 오른 정토(淨土) 보리수 짙은 산사(山寺)

꿀 녹은 석간수(石間水)는 마른 목 추겨주고

은은한 저녁 종소리 세상 번뇌 잠재워


* 천축사는 선인봉 남쪽에 위치. 대한불교조계종 직할사찰로, 석간수와 백년 묵은 보리수가 시원하다.

무문관(無門館)을 일반에게 개방했다. 풍광도 멋있지만, 저녁 종소리는 온 도봉산을 깨우고도 남는다.


7. 우암연무(牛岩煙霧)

외물(外物)은 보기 나름 내 눈에 씐 콩깍지

훤칠한 미남(美男) 더러 기도하는 수녀(修女)라나

연분홍 안개 사이로 어렴풋한 황소 귀


* 우이암(牛耳岩 표고 582m)은 우이능선 삼거리 200m 지점 아래, 동남쪽 지릉에 있다. 높이 60m, 밑 둘레 약 70m의 근사한 바위로, 암벽등반 대상지다. 갖가지 모습으로 보인다. 그 밑으로 원통사(圓通寺)가 있다.


8. 월사조망(月寺眺望)

전나무 그림자는 부처를 가리는데

바람 인 홍엽(紅葉) 한 장 적료(寂寥)를 깨트리니

휘영청 초록 보름달 암반 위에 춤추고


* 원도봉 산 중턱에 있는 망월사(望月寺)639년 해호(海浩)가 신라왕실을 위해 창건했다는 설, 혹은 절 동쪽 토끼처럼 생긴 바위가 절 남쪽 달처럼 생긴 월봉(月峰)을 향하고 있다는 설, 고도 경주(月城)를 바라본다는 설 등, 여러 설이 분분하다, 어쨌든 개산(開山) 후 큰 피해 없이 잘 보존돼 왔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좋고, 주위 바위와 어우러진 가을단풍이 멋지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쳐다본 보름달은, 단박에 사람의 혼을 빼앗고 만다. 영산전(靈山殿)에서 내려다본 도봉산의 조망(眺望) 또한 일품이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상좌 춘성(春城 1891~1977)이 주지를 지낸 바 있고, 선불교(禪佛敎)의 참선도량(參禪道場)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9. 회룡미폭(回龍尾瀑)

희멀건 바위폭포 석굴(石窟)은 정적(靜寂) 흘러

늙은 용 돌아가니 물길 외려 사나워져

등천(登天)한 하얀 비류(飛流)는 용의 꼬리 붙잡아


* 회룡사(回龍寺)는 엄격히 말하자면 도봉산권(道峰山圈)이라기보다, 의정부시에 속한 사패산권(賜牌山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긴 옛날에는 지금의 도봉산도 도봉(道峰)’, 사패산도 사패봉(賜牌峰)’이니, 다 같은 삼각산(三角山) 권역이라 볼 수 있다. 절 뒤 석굴암에는 당대의 명필 김구(金九)가 쓴 석굴’(石窟) 음각이 보인다. ‘회룡이란 당시 태조 이성계가 이 절에 은거 중인 무학대사(無學大師)를 만나고, 다시 궁궐로 돌아간 데서 유래된 말이다. 이 절은 풍수지리학 상 양주(楊洲)의 비보사찰(裨補寺刹)로 통한다. 도봉산에서 발원된 회룡골은 물길이 사납기로 유명하다. 절 밑 상단부에 용의 꼬리처럼 생긴 급경사의 백옥(白玉) 폭포가 있는데, 겨울이면 얼어붙어 파랗게 보인다.


10. 여봉청람(女峰靑嵐)

유혹을 물리칠까 살 냄새 풍긴 홍옥(紅玉)

남정네 침 흘리니 어찌 홀로 감당하랴

복점(福點)이 찍힌 옥문(玉門)엔 푸른 이내 펴올라


* 오봉 갈림길에서 북서쪽 송추방향 지능선(여근능선-필자 명명)에 여자의 음부(陰部)를 꼭 빼닮은 여성봉(표고 495m)이 있다. 바라보아 오른 쪽에 복점이 찍혀있다.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진달래 필 적, 푸르스름하게 이는 이내가 대단히 매혹적이다. 누구든지 침을 흘리거나, 혀를 내두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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