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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談] 날캉 같이 가시더, 날캉 같이

淸潭 2015. 12. 11. 10:26

내가 귀신이 아이라 이 집 메느릿시더

 


 

예전에 참 어느 퇴로재상이 새로 손부 메느리를 하나 봤어요. 아주 귀한 가문에 얌전하게 생긴 메느리를 하나 봤는데, 양순하고 시어른을 잘 섬기고 해서 시어른들이 새 메느리를 아주 귀여워해가주 애지중지 했든가봐. 어른들로 봐서는 애지중지했지만, 그 새댁으로 봐서는 여저히(여전히) 시집살이지. 시집살이 하다 보이 자고 싶은 것도 못자고 놀고 싶은 것도 못놀고 먹고 싶은 것도 못먹고, 글차 하이(그렇다가 보니) 고생이지. 옛날에는 잘 살아도 맹 시집살이는 시집살이라.

 

하루는 집안에 지사(제사)가 다가오이께로 어른들이 종을 데루고 장을 보로 갔는데, 이 새며느리가 정재서(부엌에서) 찰떡을 만들었어. 찰떡을 끊어가주고 콩고물을 묻치고 있으이 얼매나 먹고 싶을로! 고만에 정지문을 닫아놓고 찰떡 한 뭉테기를 크단하게(커다랗게) 끊어가주골라 콩가루룰 ‘푹푹’ 묻쳐가주고 입에 막 틀어 여었네(넣었네). 그래 틀어 옇고 한참 우물거리는데, 웬걸 시어른이 장에 갔다 오는 소리가 나고 대문 소리가 요란하게 나그덩. 시어른이 왔으이 얼른 나가서 인사를 드려야 되는데, 찰떡을 한 입 물고 있으이 나갈 수가 있어야지. 그래 찰떡을 얼른 넘긴다고 억지로 목구멍에 넘기다 보이 고만 목구멍이 꽉 맥힜부렀는게라. 그르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앞으로 팍 꼬꾸래졌부렀어.

 

시어른이 대문간에 다 들어서도 며느리가 나오질 않해. ‘그 이상타! 전 긑으만 벌써 쫓아나왔을낀데?’ 싶어가주고 정지문을 열어보이, 안반에 이래 엎디렀드라 그래, 까꾸로. ‘아하! 이거 크일났다!’ 카골라 흔들어 보이 고만에 정신이 하마 없어. 벌써 죽었그덩. 까이(까짓) 지사도 고만 못 지내고, 사람이 죽었으이 지사도 못 지내고 초상을 치르는게라. 어에 죽었든동 남의 귀한 딸을 데려다가 생죽음을 죽여놨으이, 사돈 보기에도 오죽 미안을라(미안하겠나)! 그래 장사라도 잘 지내준다고 시집올 때 해 온 비단이야 금가락지야 뭐 좋다는 패물을 다 여서러(넣어서) 그 참 장사를 지냈네.

 

그 대감집 종놈이 가만 그것을 보이 아깝기 그지 없그덩. 지는 평생 벌어봐야 그른 영화를 못 누린단 말이래. “아유! 나는 이키(이렇게) 못사는데 저 귀한 패물을 죽은 사람한테 가주 가라꼬 관 속에 여(넣어) 주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 그래 산에서 산역을 다하고 집에 와서 생각크이 아까워 죽겠그덩. 고만에 욕심이 덜컥 났어. 그래 저녁을 일찍 먹골랑 작은 쪼막 괘이(괭이)를 하나 해 들고 그 산으로 갔어. 깜깜한 밤에 미를 파재킬 생각을 하이 얼매나 무섭을로(무섭겠노)? 맘을 다부지게(다잡아) 먹고 미(묘)를 파내려가이, 금방 씬(쓴) 미래(묘라서) 놓이 별로 야무지도(단단하지도) 아하고 그래. 그래 한참 파내려 가이, 널(관)이 나오그덩. 널짝을 쪼막 괘이로 들씨이께네(들치니까) 시체가 나온단 말이래.

 

그래 몸에 감았던 비단을 풀어야 그 가락지를 뺄 수가 있그덩. 그래 시체를 널에서 들어내가주 무르팍(무릎)을 공구코(고으고) 시체를 거기다 올리놓고 비단을 푸니라꼬 시체를 들었다 놨다, 뭐 엎었다 눞엤다(뉘였다) 하만서 감았던 비단을 거짐 다 풀어내이, 시체가 “끙!”하는 소리를 내고는 벌떡 일어나 앉는게라. 시체가 살아나이 종넘이 기절초풍을 하고 내빼거든. 그르이 저넘의 시체가 뭐라 카는게 아이라,

“날캉 같이 가시더, 날캉 같이 가시더.”

그러그덩. 이 사람은 혼비백산이라. 뒤도 안돌아보고 막 내빼왔는게라. 귀신이 막 뒤따라오는 같그덩. 그래 집이 와가줄랑, “아이구 날이 얼른 새야 되껜데 날이 왜 안새노?” 그만서(그러면서) 문고리를 잡고 밤새도록 벌벌 떨었는게라.

 

근데 찰떡이 맥헤가주고(막혀서) 죽었던 새댁은 종이 자기 몸을 안고 엎치락덮치락 하다 보이, 고만 맥했던 떡이 쑥 내려갔부렀는게라. 그래 벌떡 일나이 그 종넘이 기겁을 하고 달아났부는기라.

암만(아무리) 불러도 소용이 없어. 그래 이 새댁이 마 산발을 한 채로 기진맥진해가주고 저(저희) 시집까지 게우(겨우) 왔는게라. 그래 집이 와가주고 문을 두들기며,

“시어맴(시어머님)요. 시어맴요.”

문고리를 붙잡고 괌(고함)을 지르이께 어른들이 내다보골라,

“에고, 혼신이 벌써 원귀가 돼가주고, 그단에(그 사이에) 귀신이 돼가주 왔구나!” 카만서 화들짝 놀래그덩.

“내가 귀신이 아이라 이 집 메느릿시더.”

그이, 그래도 믿질 않고설랑,

“그래 니가 오직 원통하만 벌써 원귀가 돼가주 찾아왔노. 저승에 가서 극락세계에 꽃밭으로 좋은 데로 가라꼬. ”

그러면서 막 염불을 하네. 무섭어가주고(무서워서) 나가지도 못하고 염불만 외웠그덩. 그러다 보이 벌써 닭이 울고 날이 붐-하게 샐라고 그러네. ‘귀신도 날이 새마는(새면) 가겠지’ 카고 있는데, 꼼짝도 않고 서 있그덩. 귀신은 아이란 말이지. 밲에 나가가주 자시이(자세히) 보이 자기 며느리래. 그적새는 메느리를 덮석 끌안골랑,

“아이고, 이게 어쩐 심판이냐고?”

델고(떼리고) 안방에 들어가가주고 눞헤놓고 백비탕을 끓여믹에고 난리를 쳤어. 그래 정신을 차리이, 자초지종을 묻는게라.

“그래 여차저차하고 찰떡을 하나 맛을 볼라그다가 목이 멕해 고만 혼절했는데, 어젯 저녁에 웬 사람이 자기를 살렸다.”그러그덩.

 

메느리도 한밤중에 정신을 차렸으이 자기를 살려준 게 누군동 알 텍이 없지 뭐. 도둑놈이 제 발 저린다고 종넘은 밤새두록 죄밑이 돼가주고 죽을 지경이라. 새며느리가 살아 돌아왔으이, 지가 지목될 꺼는 뻔하그덩. 그래 새벽에 일찍 쥔댁에 와가주고 꺼적떼기 깔고 부복을 하만서러,

“그저 죽을 때가 닿았시이 용서해 주이소. 어예든동 한 번만 용서를 해 주시소.”

싹싹 빌그덩.

“그럴 거 없다. 니 거기 바로 앉그라. 니 아이믄(아니면) 우리 며느리가 못살고 죽었을 낀데, 니 덕에 살았으이 그보다 더 잘된 일이 어디 있노?”

고만에 따로 한 살림 내주고

“니 그래 잘 살아라.”

카드란다. 종놈도 잘 살고 그 며느리도 어른들 모시고 그쿠(그렇게) 잘 사드라 그러(그래).

 

출처; http://limjh.and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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