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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談] 말 한마디 잘못해서 저승에 잡혀간 동방삭

淸潭 2015. 12. 8. 11:07

말 한마디 잘못해서 저승에 잡혀간 동방삭

 

 

옛날에 동방삭이가 삼천 살을 살아서 동방삭이라 이러지만, 실제로 산 나이로는 오백 살이여. 오백 살 먹고 죽었는데, 왜 삼천 살을 못살고 오백 살만 먹고 죽었는고 하만 입을 잘못 놀려서 그래. 본래 동방삭이가 서른 살 먹으면 죽는 명을 타고났는데, 서른 살 먹든 해 정초에 용한 점쟁이가 있다 길래 가서 점을 했어. 점쟁이 말이,

"당신은 금년에 꼭 아무 데를 가도 죽는다"

"죽는 거는 알고 있으만서 살릴 방도는 없습니까?"

"아, 살릴 방책이 있지. 내 시키는 대로 꼭 하만 살지."

"그래, 어떻게 하만 삽니까?"

"아무 달 아무 날 아무 시에 당신이 죽게 돼 있어. 죽을 시가 되만 저승에서 사자가 나와. 그러이, 그날 아침에 일찌감치 떡을 해서 짊어지고 거기 아무 재말랑에(재 꼭대기에) 가서 앉아 있으라구. 그라문 한나절이 되면 키가 칠 척이나 되는 사람들이 스이(서이, 셋이) 그 재말랑을 올라와. 올라오는데 보문(보면) 배가 고파서 제우(겨우) 올라올 테니 신발도 다 떨어지고 이래니까 감발 세 컬레하고, 옛날엔 감발하고 다녔잖우.

감발 세 켤레 하고 짚세기 세 켜리(켤레), 돈 석 냥 이래 가지고 떡을 한 짐 해 짊어지고 그 재말랑에 올라가 앉아 있으먼, 그런 사람이 서이 와서 그만 드러눠(드러누워). 기진맥진해 일나지도 못하고 드러누웠을끼다."

"그래 그 다음은 어째는데요?"

"그 사람들이 바로 저승사자라. 그 저승사자들한테 이렇게 말을 하게."

"어떻게요?"

"당신들 보아하니 아마 배가 데우(매우) 고픈 모양인데, 허기를 만나서 당체 한 발자국도 못갈 것 같고 그러니, 이 재 너머에 우리 큰집이 있는데, 오늘 저녁이 우리 아부지 제사라서 내가 음식을 해가주고 오다가 여(여기) 와 지금 쉬는 참인데, 당신들 보니 죽은 아부지 제사보다 산 사람 죽어가는 걸 살리는 게 옳을 것 같애가주고설라 이 음식을 드릴 모양이, 이 음식을 실컷 자시고 어디까지 가는지 기운을 차려가주고 가시오."

"그 담(다음)은요?"

"그라문 사자들이 배고픈 데 떡을 반갑게스리 받아먹을 게 아닌가. 떡을 실컷 먹고 나그덩 신발을 또 주라고. 그라문 일이 저절로 해결될 걸세."

 

동방삭이가 그래(그렇게) 점쟁이한테 방책을 듣고서 참 그날 그시에 음식을 장만하고 짚신 감발을 세 커리씩 준비해서 그 재말라아 가서 기들리고 있었어. 그랬더니 참 한나절이 되이, 웬 젊은이들이 키가 장승같은 넘들이 서이 기 올라오는데 보이, 헐드럭 그러는게 곧 숨이 넘어가는 긑애(같아). 그래 참 동방삭이가 점쟁이 시키는대로 말을 하골랑, 저 아바이 제사 음식으로 해 간다는 떡을 내주는게라. 그르이 이넘의 사자들 얼매나 맛있게 먹노. 그래 실컷 먹고 나이,

"당신들 보아하니 신발이 다 떨어졌네요. 그러니까 그 감발 한 켤레씩하고 신발 한 컬레씩 내 줄테니 이걸 신고 감발하고 가시오."

그래 신하고 감발하고 다 준 담에(다음에) 또 여비를 준단 말이래.

"이꺼짐 오자면 여비도 다 떨어졌을테이 여비도 한 냥씩 받아가시우."

옛날에 한 냥이면 며칠 넉넉하게 쓴단 말이야. 그래 한 냥씩 쭉- 나눠줘. 그래니 이 사자들이 고맙어가주고(고마워서) 어쩔 줄을 몰래. 이 은혜를 어떻게 가릴런지(갚을는지) 당체 생각이 않나. 그럴 쯤에,

"당신들이 날 잡으러 오잖우. 내가 동방삭이요."

아, 이래니 큰일이란 말이야. 이 사람 뇌물을 잔뜩 받아먹었는데, 이 사람을 잡아갈 수 없단 말이여.

"과연 우리가 동방삭을 잡으러 가는 길이요."

"내가 바로 동방삭인데, 그럼 날 살릴 길이 없겠오?"

"그러나 저러나 저승으로 같이 갑시다."

사자가 저승으로 가자니 어쩌겠어, 따라가야지. 육신은 거다 놔두고 혼은 빼가주고 저승으로 들어갔단 말이야. 저승에 들어가니 마침 초판관이 뒷간에 가고 없그덩. 사람의 명을 적은 장부를 지키고 있는 관리가 바로 초판관이라. 초판관이 잠깐 자리를 비운 새(사이에) 사람 수명을 기록해 놓은 장부를 얼른 제켜보이 "삼십(三十) 세 동방삭"이라 써놨그덩. 그래 열 십(十) 자 우에다가 빗금 한 획을 얼른 그어가주고 일천 천(千)자를 만들었부렀어. 그래서 삼십 세 동방삭이가 삼천 세, 삼천 갑자 동방삭이가 됐부렀어. 그르이 사자들이 초판관한테 동방삭이를 잘못 잡아왔다고 그래가주고 되돌아왔지. 그래서 동방삭이가 삼천갑자를 살게 되었어.

 

동방삭이가 삼천 세가 아니고 삼천갑자야. 삼천갑자를 따지면 오륙 삽십이그덩, 오백 년이면 갑자가 삼천 갑자가 돌아오그덩. 그래서 동방삭이가 저승사자를 잘 섬겨서 명을 바꾸고 오백 세를 살았는데, 이쯤 사이(사니까) 아는 일도 많고 뭐 모르는 게 없어졌어. 수명이 다 돼가주고 저승사자가 잡으러 와도 잡을 수가 없어. 동방삭이가 수명이 다 됐다는 걸 알고 가만 앉아 생각하니 저승사자가 꼭 잡으로 오겠단 말이여. 그래서 손자를 씨게가주고(시켜서) 엄낭글(엄나무를) 해 오라 그랬어.

"너 가서 엄낭구 한 짐 해 오너라."

 

그래 아들이 갔던지 손자가 갔던지 엄낭글 한 짐 해왔어. 다시 산에 가서 느음지라 그는 풀을 한 짐 또 비(베어) 오라 그랬어. 느음지라는 게 꼭 머리털 같은 게 이래 퍼덕퍼덕 한 게 있어. 이 풀을 한 짐 해온 걸 아주 두껍게스리 깔고서 드러눕고 자기를 두루 만 다음에 그 겉에다가 엄나무를 둘러싸서 바(밧줄)로 꽁꽁 묶으라고 씨겼어. 그래 손자들이 씨기는대로 느음지 풀에다가 엄나무를 싸가주고 바로 묶어놨단 말이지. 저승사자가 동방삭이를 잡으로 와보이, 도저히 잡아갈 수가 없어. 이건 전 가시 뭉테기래놓이 어떻게 잡아갈 도리가 없어. 손을 댈 데가 있어야지. 그래 못 잡아가고 쫓게 갔거던. 다음에 다시 가도 못 잡아. 미리 알아차리고 숨어버리니 잡아갈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저승사자들도 묘책을 냈어.

하루는 동방삭이가 어디 갔다 오는 질(길)에 길목에 냇물이 있는데, 냇물을 건네다가 보이 웬 사람 서이서(셋이서) 숯을 자꾸 물에 씻고 있그덩. 하두 이상해가주고 동방삭이가 물어봤어.

"당신들 숯은 왜 씻고 있오?"

"희지라고 씻습니다."

"아, 이런 미친놈들! 내가 삼천갑자를 살아도 숯을 희지(하얏게 되게) 라고 씻는 늠은 너이(너희) 밖에 못 봤다."

"아, 니가 바로 동방삭이구나! 잘 만났다 이넘!"

고만 덜컥 잡아갔부드래. 동방삭이가 그렇게 알아도 말 한마디 잘못 하는 바람에 오백 년만에 저승으로 잡혀갔다는 거야.

 

출처: http://limjh.ando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