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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談] 사돈요 자주자주 놀러 오세이!|

淸潭 2015. 12. 8. 11:15

안사돈과 바깥사돈

 

홀애비가 외동딸을 하나 키워가주고 시집을 보냈그덩. 중년에 혼자 돼가주고 딸 하나 보고 살다가 시집을 보내놓이 얼매나 적적을로(적적하겠노). 그래 하루는 딸네 집에 댕기로(다니러) 갔어. 딸이 사는 것도 궁겁고(궁금하고) 그래가주, 딸네집에 사돈네 집에 간다고 갔는데, 우째다가 그 안사돈을 봤어. 그리이까 딸의 시에미를 봤단 말이지. 안사돈을 보고나이까네 마 안사돈이 탐이 나드라네. 첫눈에 정이 들어가주고, 집에 와서도 맘에 싱숭생숭하단 말이래. 밥을 먹어도 안사돈이 자꾸 생각케고 잠을 자도 눈에 선하고, 그르이 밥맛도 없고 잠도 못 자. 병이 덜컥 났네. 딸네 집에 한 분 갔다와가주고 이넘의 친정 아부지가 고마 상사병이 들렜는게라.(청중: 미친 넘 아이가!)

 

그래가 아바시가 병이 났다꼬 기별이 왔그덩, 딸네집에. 안그래도 혼자 사는 아바시를 두고 시집 와가주고 걱정이 되는 판에, 아바시가 아파 죽게 됐다 카이 딸이 얼른 친정에 가봤을 거 아인가배. 가보이, 참말로 아바시가 앓아 누벘는데 다 죽어가는 긑단 말이지.

“아이구 아부지요, 우째 이래 병이 났는교?”

“아이, 병은 무슨 병? 밥맛이 없어서 그렇지.”

“밥맛 없는 게 병이지요. 지난 번에 우리 집에 왔을 때는 밥도 잘 자시고 건강하시더니, 메칠 새 무슨 일이 있어 이래, 밥을 다 못자시고 그러는교?”

“무슨 일은 무슨 일! 괘않타(괜찮다) 고마. 메칠 눘다보만 낫겠지 뭐!”

“그래가주 나을 병이 아있시더. 바른 말 아하만 나도 아부지하고 죽을랍니더.”

 

아바시도 체면이 있지, 어예(어떻게) 딸한테 그말을 하겠노 말이지. 아무리 죽을 병이 들레도 속 맘을 털어놀 수 없그덩. 첨에는 부끄롸가주고(부끄러워서) 말을 못하다가, 딸이 자꾸 다그쳐 물으이께네 할 수 없이 이얘길 하네.

“사실은 내가 너거 집이 갔다가, 안사돈을 보골라 안사돈 따문에 병이 났다꼬.”

딸이 들어보이, 같잖그덩. (청중 1: 안사돈이 맘에 들어가주 그런 게나? 청중 2: 크일 나겄네 , 그참 받사돈이!) 친정아바시가 저 시어마이를 보고 맘에 있어 그러이 우째노 `말이지. 그나저나 아바이가 죽게 됐으이, 야단 났그덩. 어쨌든 아바이를 살려놓고 봐야 되는데, 무슨 도리가 있어야제. 그래 생각다 못해 궁리를 한 가지 냈는게라. 그 딸년이 소견이 너르든(넓든) 모양이라.

“아부지 그 뭐 애럽을(어려울) 꺼 없입니더. 옷으로 그래 옛날 어매 입던 옷을 입고, 머리 수건 눌러 씨고 우리 집이 한 분 오소. 오는 데는 저녁때 어둑어둑할 때 오소. 그래 오면 내가 큰오매(큰어머니) 오나 카미(카면서), 내가 쫓아나갈낍니더. 그라먼 큰오매 행세만 하이소.”

 

그래 인제 딸의 말을 듣고 그래 약속을 했지, 아바시가. (청중: 그래가 어쨀라꼬?) 어째기는 뭐 어째? 시어마이하고 하룻밤 같이 잴라꼬(자게 하려고) 그러지. (청중: 그 딸년이 돼먹잖았네.) 그래 딸이 시키는대로 친정아바시가 여복을 차려 입고 어느 날 저녁때 인자 딸네 집을 찾아드갔그덩. 가이까네, 인자 해가 다 빠져갈 때, 어두침침할 때 딸네 집을 찾아드가이, 저거 딸이 있다가,

“아이구 큰어매 오나!”

카매, 이래 쫓아나오그덩. 그리이 아바시도 처연스럽게

“그래. 니 시집살이하는 거 보구접어(보고싶어) 한 분 왔다.”

“아이구 큰어매도! 내가 어무이 없이 혼자 살림살이 한다고 시집 오기 전에도 늘 찾아와가주 이것저것 돌봐주더니만, 내가 시집 와놓이 또 시집살이 어째 하는지 걱정이 돼가주 이래 찾아왔는가배. 큰어매 참 고맙대이.”

이카미(이러면서),

“큰바아(큰방에) 드가자꼬!”

카골라, 저 시어마이 있는 바아 델고 들어가그덩. 그래 저 시어마이한텔랑, 사실은 큰어매지만 자기 어무이가 일찍 돌아가셔가주고 친어매 맏잽이라 그러고 인사를 시켰어. 인자 저녁을 채리(차려) 주고, 그래 저녁을 먹은 뒤에 한참 앉았다가,

“아이구, 큰어매 먼 길 오느라 된데(고단한데) 고만 일찍 자소. 시어무이카(시어머니와) 마 큰바아서 같이 주무시소.”

 

그라골랑, 딸은 고만 저 바아(방에) 갔부렀그덩. 그리이 인자 친정아바시는 안사돈캉 잤단 말이지.(청중 1: 며느리 그기 못땠구마는!) (청중 2: 딸이 저 아바시 살릴라 카이 그랬구만!) (청중 1: 그래도 그렇지, 어디 시어마이 자는 방에다가 친정아부지를…, 그 메느리가 못땐 년이지!) 그러이 이 아바시는 그 안사돈하고 동품도 하고 맹 그랬겠지. 그날 밤에 안사돈캉 둘이 잘 자골랑 이튿날 아침에 새벽긑이 일찍 일났어. 늦잠 잤다가는 뭔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그덩. 그래가주 딸 하고 미리 약속을 해놨단 말이지. 집에 일이 바빠놔서 아침도 못 먹고 일찍 가야 된다 카고 길을 나서그덩. 인제 뭐 볼일 다 봤이이 뭐 있어 봐도 무안하기만 하그덩. 그래 딸이 모르는 체 하면서,

“큰어매는 뭔 일이 그래 바뻐가주고 아직(아침)도 안 자시고 그래 간다고 그러노, 섭섭그러!”

 

시어마이가 잠결에 그 소리를 듣고 나이, 섭섭기는 지가 더 섭섭단 말이래. 이넘의 할마이도 어젯 밤에 남의 영감하고 잠을 맛있게 잘 잤단 말이지. 사돈영감하고 따뜻하게 잘 잤는데, 하룻밤만 자고, 그것도 새벽 일찍 간다 카이 섭섭기 그지 없그덩. 그래 얼른 삽작걸에 쫓아나가가주고, 울딸(울타리) 가지를 뚝뚝 꺾으멘설랑(꺾으면서),

 

“아이구, 사돈요 사돈요 곁사돈요! 자주 자주 놀러 오세이!”

그드란다. 그르이 뭐 사돈영감하고 일이 썩 잘됐든 모양이라.(일동: 폭소) 그라고 나서 아바시 마 병이 뚝 떨어지드란다. 안사돈카 한테 자고 간 후로……(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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