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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潭 2015. 8. 23. 14:51

한화 이용규, 왜 KIA팬들에게 야유를 들어야 하나?

 

출처 스포츠서울 | 김경윤 |

입력 2015.08.23 06:30 | 수정 2015.08.23 06:35

[광주=스포츠서울 김경윤기자]22일 광주-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7회초. 타석에 한화 이용규가 들어서자 경기장은 야유로 가득찼다. ‘우~’ 소리와 함께 간간이 욕설도 들렸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이용규와 KIA 팬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열심히 하려는 의지, 욕 먹을 일인가?

이용규가 KIA팬들에게 집단 야유를 들은 결정적인 이유는 6회말 관중들과의 충돌 사건 때문이다. 중견수 수비를 보던 이용규는 1사 1루에서 상대팀 타자 브렛 필의 타구를 러닝 캐치로 잡아냈다. 심판진이 엇갈린 판정을 내리자 그는 아웃을 확신한 듯 내야로 뛰어들어가 강력하게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결과, 공이 살짝 원바운드로 글러브에 들어갔다’며 안타 판정을 내렸다. 사건은 이후 벌어졌다. 외야에 있던 몇몇 관중이 이용규에게 야유와 욕설을 하며 오물을 투척했고, 이에 격분한 이용규가 해당 관중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이용규와 몇몇 이성을 잃은 관중 간의 갈등 모습은 광주-챔피언스필드에 운집한 KIA팬들에게 그대로 노출됐고, KIA팬들은 이용규 타석 때 크게 야유의 목소리를 보냈다.

6회말 외야 관중과 이용규의 마찰은 이유 없이 벌어진 것이 아니다. 이용규는 5회초 공격에서 잘 던지던 상대 선발 양현종을 상대로 무려 17구를 던지게 했다. 그 결과 양현종은 6회초 수비에서 체력이 떨어지며 선취점을 헌납했다. 이런 과정이 KIA의 몇몇 팬들을 흥분시켰고, 오물 투척이라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엄밀히 따지자면, 이용규는 억울할 만하다. 일명 ‘용규놀이’라 불리는 연속 커트는 정당한 플레이다. 성실함을 바탕으로 많은 훈련과 연습에서 나온 열매이며 의지력의 상징이다. 본연의 플레이를 얄밉다는 이유로 야유하고 매도한다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서 있어야 할 하등의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관중들이 욕설을 퍼붓고 오물투척을 한다고 해서 관중들과 말싸움을 벌이는 것은 모범적이지 못한 행동이다. 하지만 오물투척에 저항하는 행동을 펼치지 않는다면 선수들은 스스로에 대한 안전과 안위를 담보하기 힘들다. 이용규의 저항에 앞서 관중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문제화 하는 것이 우선시되야 하는 이유다.
[광주=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한화 이용규가 22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KIA와 한화의 경기 5회초 2사 1,3루 상황에서 KIA 선발 양현종과 17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친 끝에 2루수 땅볼 아웃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upandup@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한화 이용규가 22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KIA와 한화의 경기 6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KIA 필의 타구를 잡아낸 뒤 합의 판정을 요청하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 2015. 8. 22. upandup@sportsseoul.com
◇이용규와 KIA팬들의 악연, 언제부터 시작됐나?

이용규와 KIA팬들의 충돌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KIA팬 입장에서 이용규는 애증의 대상이다. 오해를 살만한 상황이 그동안 많이 만들어졌다. 꼬인 실타래의 시작은 2013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IA 유니폼을 입었던 이용규는 프리에이전트(FA)자격을 취득해 한화로 이적했다. KIA구단은 이용규를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용규는 광주를 떠나 대전으로 이동했다. KIA 팬 입장에선 섭섭할만 하지만, 그 누구도 이용규의 선택에 대해 비난을 할 수는 없다. 선택의 자유와 결정은 선수 본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이용규는 KIA팬들로부터 적지 않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올시즌 이용규는 유독 KIA와의 경기에서 많은 애를 먹었다. 이용규는 올시즌 총 9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는데 그 중 4개를 KIA전에서 기록했다. 한화 선수 중 KIA와의 경기에서 2개 이상의 사구를 기록한 이는 이용규가 유일하다. 특히 지난달 31일 대전 KIA전에선 상대팀 박정수가 던진 공에 왼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돼 근 한 달동안 재활에 전념해야 했다. 일련의 사건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겉으로 보기에 이용규와 KIA의 관계는 악연처럼 보였다.
[광주=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한화 이용규(오른쪽 두번째)가 22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KIA와 한화의 경기 7회말 관중과 언쟁을 벌이자 동료들이 달려들어 말리고 있다. 2015. 8. 22. upandup@sportsseoul.com
◇이용규와 KIA, 악연은 없다

겉으로 드러난 사고처럼 이용규와 KIA 선수단, KIA 프런트 직원간엔 앙금과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용규는 대전 KIA전 혹은 광주 KIA전이 열리는 날이면 친정팀 라커룸을 방문해 선·후배들과 인사를 나누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2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 이용규는 그라운드에서 KIA 관계자들을 만나 반갑게 환담을 나눴다. KIA관계자는 부상에서 돌아온 이용규의 몸상태를 물어봤고, 이용규는 웃으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직도 KIA와의 오해가 남아있는 것 같다’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것은 없다. (박)정수가 신인 투수라 제구력이 흔들리면서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던 것일 뿐”이라며 “당시 내가 헬멧을 던진 것이 오해를 산 것 같은데, 공에 맞았을 때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에 속상한 마음에 그런 행동을 한 것 일뿐이다”라고 말했다.
[광주=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한화 이용규가 22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KIA와 한화의 경기 5회초 2사 1,3루 상황에서 KIA 선발 양현종과 17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친 끝에 2루수 땅볼 아웃된 뒤 아쉬워하고 있다./ upandup@sportsseoul.com
야구선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군이다. 매일 본인의 성적표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이에 따라 대중의 날선 비판에 노출된다. 유명하다는 이유로 가족과 친지까지도 난도질을 당할 때가 많다. 적잖은 야구선수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 몇몇 구단은 멘털코치라는 직함의 보직을 만들어 선수들을 관리할 정도다. 이용규는 강한 내적 자아와 정신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도를 넘는 비난과 야유, 이성적이지 못한 팬심은 소중한 대한민국의 야구선수 자원을 해할 수도 있다. 좀더 성숙한 관중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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