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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조선인 강제노역' 인정(종합)

淸潭 2015. 7. 6. 08:39

日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조선인 강제노역' 인정(종합)

한·일 치열한 줄다리기·극한충돌 피하고 막판 타결日 대표단 발언록·각주연계로 등재결정문 우회 반영"수많은 한국인 가혹한 조건서 강제노역..정보센터설립 등 희생자 기리는 조치 취할 것"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일본 메이지산업혁명 유산이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이 인정된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는 5일(이하 현지시간) 일본이 신청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규슈-야마구치와 관련 지역’에 대한 심사결과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일본이 신청한 23개 근대산업시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최종 등재된 것이다. 조선인 강제노동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예정보다 하루 늦게 등재가 결정됐다.

 

조선인 강제노동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막판 난항을 겪었던 일본 메이지산업혁명 유산이 5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사진=문화재청).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일 양국은 극한 충돌을 피하고 윈윈하는 결실을 거뒀다. 한국은 일제 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는 우리의 원칙과 입장을 관철했다. 일본은 크고 작은 논란 속에 세계유산 등재가 세계유산위원회 차기 회의로 미뤄질 수 있다는 부담을 덜고 등재를 마무리했다.

◇日 조선인 강제노역 인정…정부 “우리의 입장과 원칙 관철”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산은 규슈와 야마구치 지역 8개현 11개시에 있는 총 23개 시설이다. 이 중 한·일 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은 모두 7곳이다. 이른바 ‘지옥섬’으로 불린 하시마(군함도) 탄광을 비롯해 나가사키 미츠비시 제3드라이독·대형크레인·목형장, 타카시마 탄광, 이미케의 미이케 탄광과 미이케 항, 야하타의 신일본제철 등이다. 모두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의 한이 서린 곳이다. 이곳에서 약 5만 8000명의 조선인들이 인간 이하의 조건에서 가혹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한·일은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놓고 그동안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군함도를 비롯해 7개 시설에서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의 반영 여부를 놓고 입장이 엇갈렸다. 우리 측은 강제노동을 명시하고자 했고, 일본 측은 되도록 드러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등재가 예정됐던 4일에는 한·일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최악의 경우 ‘만장일치’라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 관행을 깨고 표결로 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막판 난항 끝에 극적 합의가 나오면서 세계유산위원회 21개국 만장일치로 등재안이 통과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조선인의 강제노역은 결정문의 본문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 대표단의 발언록과 각주를 연계하는 2단계를 거쳐 등재 결정문에 반영됐다.

일본 대표단은 등재결정 직전 위원국을 상대로 한 발언에서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한 동원으로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했으며 2차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정책을 시행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일본은 정보센터 설립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등재 결정문에도 각주를 통해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의 발표를 주목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은 “오늘의 결정은 희생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기억하고 역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며,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적 진실 또한 객관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직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역사적 사실이 있는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과 입장을 관철했으며 그 과정에서 한·일 양국 간 극한 대립을 피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일 문화전쟁은 진행형…‘해녀·초기 교회’ 각각 등재 추진

한·일간 문화전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해녀와 초기 교회 등의 유산에 대해 ·한일 양국이 공통적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3월 제주 해녀를 세계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를 신청했는데 일본이 뒤늦게 뛰어들어 해녀의 세계유산 등재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내년 터키에서 열리는 제40차 세계유산위원회에 16세기 이후 지어진 규수와 나가사키 일대 초기 교회 유적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를 이미 신청했다. 강화성당 등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건축한 전국의 한옥교회를 묶어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다. 우리로서는 악재를 만난 셈이다. 유네스코가 비슷한 성격의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중복등재하지 않는 경향을 보면 일본 근대산업시설에 이은 또 한번의 한·일간 문화 대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성곤 (skzer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