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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하지(夏至) - 감자 캐는 계절 ..|

淸潭 2015. 6. 22. 10:56

 


요즘은 
감자를 쪄낼 때,
껍질을 벗겨 
모양이 매끈하게 곱다.
우리 어릴 적에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냥 쪘다.
뜨거운 감자를 
한 손에 들고 
얇은 껍질을 벗겨나갈 때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기다리는 
그 포만감을 어찌 잊을까.
껍질을 다 벗기고서
매끈한 알감자를 바라보는 여유 ..
그건 더 할 수 없는 
눈의 즐거움이다.
그래서 나는 
껍질을 벗기지 말고 그냥 
그대로 쪄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 
남자는 무엇이든 
벗기는(?) 재미가 있어야 
맛있게 먹는다.
여름밤 평상에 누워 
한 손엔 삶은 감자를 
한 손엔 
호박꽃 속에 가둔 벌을 들고 
하늘의 별들을 
올려다 보던 찬란한 날들을 기억한다.
흙 속에서 
아직 덜 여문 감자를 
손으로 만져보는 설렘도 
야릇한 쾌감이다.
모닥불 속에 
던져뒀던 감자를 
후후 불며 꺼내는 흥성함도 
또 다른 기쁨이었다.
남의 밭에서 몰래 감자를 훔쳐내는 가슴 뜀 없이 
소년시절을 보내버렸다면 
그대는 통과의례를 
제대로 거치지 못한 허전한 어른이다.
30년대의 만주에 살던 윤동주는
이렇게 노래했다.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
몽기몽기 
웬 연기 대낮에 솟나 /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애들이 /
껌뻑껌뻑 검은 눈이 
모여앉아서 /
옛 이야기 하나씩에 
감자 하나씩 / 이라며.. 
감자처럼 순박하게 껌뻑거리는 
떠꺼머리 총각애들의 잊을 수 없는 눈망울을 보여줬고, 
50년대 충주의 권태응은 ..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 /
파보나마나 
자주감자 /
하얀꽃 핀 건 
하얀감자 /
파보나마나 
하얀감자 / 라며.. 
감자의 성장에서 
자연의 엄연함과 순리를 깨닫게 만들었으며,
70년대 안동의 권정생도 ..
아무개 아무개도 
감자떡 먹고 자랐고 /
또 아무게 아무개도 
감자떡 먹고 자랐지 / 라며 노래했다.
요즘 햇감자가 시장에 나오고 있다.
하지(夏至)에 나오는 감자다.
지금 내 앞에는
삶은 감자 세 개가 놓여 있다.
감자를 보면 자꾸만
옛날 생각이 난다.
욕심스럽게 
꾸역꾸역 먹었던 날은 
속이 아려서 
아무도 몰래 우물에 가서 
연신 두레박질을 했지 ..
그 밤에는
무논에서 개구리가 울고
달이 참 밝았다.
오늘이
하지(夏至)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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