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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어머님에 대한 나의 생각은,

淸潭 2015. 5. 9. 09:42

 

 

 

 

 

 

어머니, 

어머닌 처음부터 오로지 우리 형제를 위해 존재하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듯, 어머닌 처음부터 어린 시절이 존재하지 않은 분인 줄 알았습니다

꿈많은 소녀도,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도 어머니완 상관없는 것인 줄 알았

습니다

 

 

 

어머니, 어머닌 처음부터 설렘과 사랑 따윈 할 수 없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고독함도 그리움도 가까이해선 안 되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 어머님의 한세상은 오로지 자식을 근사하는 상머슴의 팔뚝만큼

억센 억척의 노동만이 어머니의 진정한 보람인 줄 알았습니다  

 

 

 

 

 

 

 

 

 

 

 

어머어머닌 연로하셨어도 밑도 끝도 탈도 많은 육 남매의 장래만이 진정한 어머

니의 바람인 줄 알았습니다. 어쩌다 어머님 외출 시 단장하신 곱디고운 한복

차림은 그냥 그러려니 시니컬한 무심함은 자식의 특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한 무심함을 단 한 번도 내색하지 않으신 속 깊음은 우린 단지 감성의

메마름이라 간주했을 뿐입니다. 자식들의 무심함을 나무람으로 내색하지,

표현하지 않으셨던 당신은 어느 날  보란 듯이 속절없이 우리 곁을 떠나셔

습니다 

 

 

 

 

 

 

단 며칠의 고요함에 한평생 여한을 가쁜 한숨으로 몰아 쉰 피안의 언덕은

당신의 영원한 안식처였지만 우리에겐 살아, 살아감에 슬픔의 전주곡이

다는 사실을 비로소 감지했습니다

 

장롱 서랍 깊숙이 놓여있는 오방색 보자기 속 사주단자에 가지런히 배열된

어머님의 유년 시절이, 꿈과 설렘과 그리움에 부푼 곱디고운 처녀 시절이

정결하게 잠자고 있었음을 그때야 보았습니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생전에 단아한 어머님의 모습이 그곳에서 함께 떠날

그 날을 기다리고 있을 줄 우리는 정녕 몰랐습니다

 

 

 

 

아, 우리에겐 천 갈래 만 갈래 슬픔의 쓰나미가 될 어머님의 아득한 꿈속이

그곳에서 하많은 세월의 짓이김에 서럽게 흐느낌을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솜씨가 남다르셨던 우리 어머니, 감정 표현엔 언제나 인색하셨던 어머니 

어떤 잘못됨도 남 탓하지 않으시던 어머니, 과년한 딸자식들 궂은일은 결코

시키지 않으셨던 우리 어머니. 그때야 어머님이 연약한 여성이셨음에 참을

수 없는 죄스러움에 지금도 불효자는 소리 없는 울음 울고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지금의 제 나이 때, 우연히 들려오는 한숨 섞인 독백을 그때는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이제는 알겠습니다. 투명한 맑은 수정을 꿰듯

그 마음을 꿰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너무 늦어버린 깨달음이 정밀 미안합니다

 

어머니, 저도 지금 어머님의 독백과 같은 가슴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에서 세 번째인 저는 어머님은 오로지 우리 육 남매를 위해 존재하시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아, 슬프다 지나온 세월이 슬프구나," 어머님의 그날 독백이

유난히 그립고 슬픈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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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고운매|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