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사시사' <춘사春詞> _ 고산 윤선도
[1]
앞강에 안개 걷고 뒷산에 해비친다
배 뛰워라 배 뛰워라
썰물은 밀려가고 밀물은 밀려온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강촌에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2]
날씨가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떴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낙싯대는 쥐고 있다 탁주병 실었느냐
[3]
동풍이 잠깐 부니 물결이 곱게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東湖(동호)를 돌아보며 西湖(서호)로 가자꾸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온다
[4]
우는 것이 뻐꾹샌가 푸른 것이 버들숲가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맑은 깊은연못에 온갖 고기 뛰논다
[5]
고운 볕이 쬐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
배저어라 배 저어라
그물을 넣어 둘까 낚싯대를 놓으리까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漁父歌(어부가)에 흥이 나니 고기도 잊겠도다
[6]
석양이 기울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물가의 버들 꽃은 고비고비 새롭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정승도 부럽잖다 萬事(만사)를 생각하랴
[7]
芳草(방초)를 밟아보며 蘭芷(난지)도 뜯어 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한 잎 조각배에 실은 것이 무엇인가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갈 때는 안개더니 올 때는 달이로다
8
취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가려다가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떨어진 꽃잋이 흘러오니 신선경이 가깝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인간의 붉은 티끌 얼마나 가렸느냐
[9]
낚싯줄 걸어 놓고 봉창의 달을 보자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벌써 밤이 들었느냐 두견 소리 맑게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남은 홍이 무궁하니 갈 길을 잊었더라
[10]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그리 길까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싯대로 막대 삼고 사립문을 찾아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어부의 평생이란 이러구러 지낼러라
/ daum
☞
여기 어부(漁父)는 고기잡이 어부(漁夫)가 아니다.
강호자연을 즐기는 사대부계층을 의미한다.
자연을 관조하는 관찰자이다.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 1587∼1671) 51세 때
조선 인조 15년(1637)에 왕이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는 세상을 보지 않으리라 제주도로 가던 중 보길도 경치에 반해
“하늘이 나를 기다린 것이니 이곳에 머무는 것이 족하다”
낙서재에서 85세로 삶을 마감.
한국 시조문학의 1인자(조선 3대詩歌人 : 윤선도, 정철, 박인로)
*외손자 정약용은 강진에서,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
/ 보길도 세연정(洗然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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