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사맛디
하늘은 침묵(沈默)
마음은 적막공산(寂幕空山)
솔숲 위로 아득한
무욕(無慾)의 하늘이 푸르다.
내 몸이 마음을 이끌고
길을 떠난다.
고갯마루에서
마루금(陵線)을 굽어본다.
산의 주름들이
겨울바람에 퉁소소리를 내며
부풀었다 꺼지고 다시
부풀어 오른다.
저 숨소리 속에서
움을 틔우고 잎사귀를 기르며
열매를 맺어온 고단하고
환희(歡喜)에 찬 삶의 무늬들
잠시 ,
짚신을 벗고 앉아
서라벌의 하늘을 돌아다 본다.
피멍이 든
부르튼 언 손을 만진다.
깊은 밤
푸른 달빛 아래서
차가운 돌 속에다
뜨거운 혼(魂)을 불어넣었던
그 아픈 손을 내려다 보고 있다.
마음이 아려온다.
눈물에 젖은
습습(濕濕)한 마음을 꺼내어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겨울 햇살에 말린다.
먼 바다 심해(深海)로부터
푸른 물이랑을 거슬러 올라와
비, 바람, 눈보라 속을 헤치며 다가온
한 마리 물고기
첩첩(疊疊)의 산들이
와르르 와르르 파도치는 소리를 낸다.
동해 깊은 바닷물 속에
찬란한 능선을 거느리고 앉은
산봉우리 魚來山 ,
아직도 먼길을 가야한다.
짚신에 감발하고 일어나 한참을 가다가
허전하여 돌아다 본다.
내어 말린 마음이
그냥 , 나뭇가지를 잡고서
따라오기를 저어하며 퍼질러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헐거운 내 몸을
따라오고 싶어하지 않는 그 마음
한 두번 더
보채어 보다가 발길을 돌린다.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를 네가 안고 있구나.
그래 그래, 알겠다.
너는 나를 닮지 말고
너의 세상으로 돌아가서
푸르른 도포(道袍)의
형형(亨亨)한 사나이로 살아라.
내 마음아, 너는 서라벌로 돌아가거라.
너는 사랑하는 님을 만나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는
마음에 피는 꽃이라 했다.
꽃은 한겨울
독한 추위가 지나간 자리
차디찬 얼음불에
단단히 데었던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 겨울의
고통을 지나야만
매운 향기와
고운 색깔이 터져나온다.
눈은 녹아 사라지고
그 슬픈 사랑에 덴 자국
나뭇가지 상처에서
황홀하게 꽃으로 피어난다.
나는 지금
魚來山으로 간다.
我身本非有
아신본비유
心亦無所住
심역무소주
나의 몸은
본래 없는 것이요 /
마음 또한
머물바 없도다. /
솔소리 바람따라
짧은 겨울해는 지고
산에는 희부옇게
나비떼처럼 흰 눈이 내리고 있다.
아 ,
산 첩첩 ..
하늘은 멀다.
()
사맛디印
'글,문학 > 수필등,기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섣달 그믐날 덕담(德談) .. (0) | 2015.02.19 |
---|---|
그리움이 다시 그립다 ..| (0) | 2015.02.13 |
어디로 가는가 1.......... (0) | 2015.02.07 |
봄을 세우며 (立春) (0) | 2015.02.04 |
부지깽이 두드리는 소리 ..| (0) | 2015.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