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여,
가만가만 낙엽 밟으며
오솔길을 지나
이 아침 겨울 숲
여기 청산으로 오시지요.
나무들이 자라는
숲이 우거진
커다란 참나무 사이로
작은 새들이 날고
겨울날에도 푸르게 서서
하얀 눈을 받는
나무들이 아름다운 곳
여기 청산으로 오시지요.
산마루엔
구름이 걸려 못 넘어가고
시냇물은
뭣이 그리 바쁜지
달려만 가는데
일부러 느릿느릿 걸어
솔방울을 줍는다.
하나 둘,
솔방울에 불을 당긴다.
송진 내음을 내며
타닥타닥 송방울이 튄다.
시냇물이야 바쁘든지 말든지
서둘 일은 없고
보글보글 찻물이 끓고
한 김을 식혀 찻잎 내려
작은 찻잔에 따루어
눈으로 한 번 마시고
하늘 한 번 보고
코로 한 번 마시고
구름 한 번 손짓하고 비로소
입으로 머금어 내린다.
목을 타고
향기로운 샘물이 흐른다.
하늘이 참 푸르고
청산이 저리도 푸르다.
님이여,
어느 한나절을 골라
흰구름이 머물다 가는 이곳에
와보지 않으렵니까.
저 꾸밈없는
진솔한 자연과
대화를 가져보지 않으렵니까.
어깨너머로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 보지 않겠습니까.
누가 알겠습니까.
혹..
그런 한나절을 보내고 나면
여기 아름다운 산
청산이 좋아지게 될지요.
어쩜, 청산은
말할지도 모릅니다.
님과 나는
천생연분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