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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幼年)의 어느 여름 ..|

淸潭 2014. 8. 26. 10:33

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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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점 없는
후텁지근한 늦은 오후 ,

8월의 무더위가
마지막을 치닫고 있다.

이렇게 폭염이 내리는 날
가끔 내 기억은
어릴 적 유년(幼年)의 시절로 가물가물 달려간다.

철둑 너머 강변 모랫길
범어리(虎鳴-범욺리) 가는 길은
가도가도 까마득히 먼 호밀밭이었다.

방학이면 우리 또래들은
그 길을 수없이 오고갔다.

검정 고무신을 손에 들고
그 먼 모랫벌을 걸어다녔다.

"수야 ,
니 필녀 좋아하제 ..?"

삼식이는 나를 볼 때마다 늘 그렇게
똑 같은 말을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냥 얼굴이 빨게 졌다.

봄부터 노고지리가 울었고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우던 ..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넓은 호밀밭을 지나면
맑고 푸른 형산강(兄山江)이 나타난다.

하얀 모래언덕 아래로 흐르는
푸른 강물을 바라보면
금방 온몸이 시리고 오그라들었다.

풍덩 ,
풍덩 ..

한줄로 늘어서서
고추 달랑(?)거리며
까마득한 모래언덕 아래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면

가슴이 싸아.. 하게
잦아드는 짜릿한 쾌감에 눈을 감는다.

몇 초의 짧은 순간이지만
물 위에 떨어지는 시간이 한없이
길게 느껴지고 ..

온몸이 낙하되어 가는
그 순간의 새그러운 아픔

그리고는 물속으로
깊이깊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의
그 서늘함이 즐거웠다.

그 날은 하늘이
정말 아름답다는 걸 보았다.

물속에서 바라보았던 그 하늘은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수면을 지나
물속으로 들어와 남실대며 빛나던 하늘
내 눈에 비치는 그 푸르름 ..

아무 생각도 없었고 그냥
하늘만 보였다.

파문으로 퍼져나가는 푸른 하늘이
너무 곱고 아름답다는 느낌 뿐이었다.

아름답다 ,
아름답다 .

모든 감각과 의식은
그냥 그렇게
강물에 흘러가고 있었다.

그 다음은
긴 침묵(沈默) ..

나는 그 순간
그렇게 익사(溺死)해 가고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 오면
그 여름날에 보았던 아름다운 하늘이 그리워서
기억 속의 길을 찾아 걸어간다.

끝없이 펼쳐진 강변 모랫벌
호밀밭을 걸어간다.

하얗게 쏟아지는
8월의 붉은 태양아래

뜨거운 모래의 열기 위를 폴짝폴짝..
깨금뛰며 걸었던

내 유년의
그 여름을 향해 걸어간다.

그 날 나는
올챙이처럼 부풀어 오른 물배를 안고

토(吐)하고 또 토하면서도
자꾸만 하늘을 바라보았다.

강변 미루나무에서
매미들이 쏴아.. 하고 강물처럼 울었다.

햇살을 안고 다가오는 하늘
햇볕은 쨍쨍 ..

가도가도 먼 모랫벌
끝없는 호밀밭 ..

검정 치마 ,
흰 저고리

짧은 단발머리 ,
까만 눈, 목이 길었던 소녀

가끔 필녀는
나를 보며 방긋이 웃었다.

훗날 ,

삼식이에게 면사포 쓰고 가던 날
뒤돌아보던 그 애틋한 눈길 ..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는
그 예뻤던 보조개를 잊지 못한다.

내 유년의 기억들은 그렇게
강물처럼 먼 바다로 흘러갔다.

그때 보았던 하늘은 푸르게
정말 맑고 아름다웠다.

세월의 먼 뒤안길을
가물가물한 회억(回憶)에 젖어 돌아본다.

푸른 하늘
맑은 강물 ..

이 여름이 가기전에
8월의 뜨거운 햇살이 내려 꽂히는

까마득한 모랫벌
호밀밭을 깨금 뛰며 걷고 싶다.

하얀 모래가 반짝이는
그 강에 가고 싶다.

/


*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양동(良洞) 민속마을 앞으로 형산강이 흐르고 있다.
푸른 강물 위로 날아가는 백로의 고고한 자태가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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