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음악정원
글쓴이;은빛*바다
해마다 가을이 시작되면 부모님 산소에가서 봉분을 메운 풀들을 잘라낸다.
종중에서는 오대조 조부님들이상의 봉분의 풀을 베어내는 데 아직은 내가 살아있어
내 부모님 묘소를 벌초하는 날은 마음만 바쁘다
후배를 불러 같이갔다. 이제는 예초기 하나도 짊어지고가서 풀을 자르는 것도 힘에겹다.
타지에 조카들이있지만 젊은날 경제가 어두워 먹고사는 게 버거워 보여 연락하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형 들도 나이들어 건성건성 말로만 대답을할뿐 내려오는 게 겁이나나보다.
날이 덥다 안개가 가득한 하늘에는 희뿌연 햇살이 비추고 바람도 멈춘 산등성엔 풀벌레들이 가득했다.아침일찍 부터 아내가 준비한 음식을 들고 오르는 산길은 이미 잡초와 작은 나무들로가득했다. 이렇게 무더운여름을 난 풀들이 거세게 자리 다툼을하는 듯 발길을 옮기기조차 힘들게 했다. 대충 조선낫 으로 길을내고 올라 상돌위에 과일을 올리고 좋아하시던 소주를 부어 드렸다. "아버지 어머니 오늘 벌초를 해드리겠습니다...그동안 갑갑하셨지요?" 큰절로 인사를 드렸다
잔디 보다는 잡초가 가득했다. 산등성 양지바른 곳이라 하지만 나무들이 햇살을 가리고 바람에 날린 잡초들이 생육이 더 지독해 잔디는 겨우 명줄을 견디는 정도였다.
예초기 가 집 마당에서 쓰던 것이라 용량이 작아서 인지 자꾸 멈춘다.
그때마다 후배가 미안해하는 모습이지만 나는 애써 위로했다. 가지고 간
물을 마시며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던 그날을 생각했다.
아버지 어머니를 합장을 모시고 석물로 묘소 주변을 장식할때만 해도 큰형 작은형이 건강하게 살아있었다. 산등성이로 무거운 석물을 올리고 촛대와 상돌 그리고 묘비까지 오석에다 우리들과 아이들 이름까지도 일일히 적어 세웠을때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참으로 세월을 빠르다. 그때가 엇그제 같은데 이제 남은 형제들이 늙음으로 부모님
묘소도 찿지 못하는 세월이 앞에와 있다. 내가 나이 칠십이니 도시에 사는 형들의 건강역시 만만치 않은 시련을 격고있을 것이다
사진을찍어 형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그래도 바로 윗형은 이런거라도 보지만
다른 형들에게는 산소의 모습조차 보여줄수없다. "풀이 많이자랐구나...
고생하는 게 못가서 미안하다" 라고 문자가 왔다..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것 같았지만 시작하고 쉬지도 않았는 데 세시간이 훨씬 넘었다. 온몸이 땀에 젖고 후배도 지쳐가는 듯 보였지만 내색을 하지않았다. 내 형제도 부모님 묘소에 절을 못하는 데 후배가 같이 해주어 고맙게 생각했다. "힘다을때 까지는 해드릴게요" 라는 고마운 말도 서슴치 않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봄에 산소 주변을 정리하여 말끔 했었다. 긴가뭄과 혹독한 뜨거움도 잘 견딘 주변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었다. 잘라도 잘라도 다시 살아 키를 키우고 제모습을 과시하는 나무는 아카시아다. 가시가 있지만 몸통은 약해서 조선낫으로 내려치면 잘도 부러진다. 팔에 힘을 많이 써서인지 손가락을 움직이기도 어렵다.
다음에는 아들녀석 이라도 불러내려 같이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그래도
건강하고 아직은 움직일만 하니 벌초를 하면서도 마음이 개운했다. 오지 못하는 형들은
얼마나 나에게 미안할것이며 부모님에게 자식노릇을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점점 더 핵가족이 되어가면서 조상님 묘소를 관리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실감한다.
농협이나 임협에서 묘하나를 벌초해주는 데 일정금액을 받고 해준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남에게 맞기는 일이기에 선듯 허락하기도 힘이들 것이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하는
사람들은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아있을 것이지만 그렇지도 못한 사람들은 살기
힘든 오늘 자신의 삶을 위해 잠시도 부모님 벌초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말했지만 나는 산에 돌아오지 않을것이다. 남아있는 내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나를 기억하는 아이들도 나이들어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우리부부 하나도
감수하기 벅찰지도 모른 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 아들이 나를 보고싶어하면 나는 언제나
어두운밤 별나라에서 반짝거리며 너를 바라볼 것이며 그곳 파랗게 물이든 하늘안에
있을 것이라 말해줄 것이다 .
죽음의 길을 가야할 때가 되면 기꺼히 그길을 갈것이며 남아있는 아이들에게 힘겨운
연민의 짐을 지게하지않을 것이다. 살다가 누구나 가는 것에 사치를 부리지 않을 것이며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훌훌 떠날것이다. .
아버지 어머니 를 추억하는 시간이 된 늙은 하루 가 내 대에서 마지막이 되기를 소원한다. 추억도 한세대가지나면서 빛이 바래지고 그리움 조차도 잊혀져가는 현대 사회에
죽고난후의 고집스런 사치를 부리는 모습에 진심으로 반대한다
"아버지 어머니 시원하시지요?.이제 내려갑니다..점점더 자주 오지 못할것같네요..
그래도 애들 잘자라고 건강하게 사람사는 세상에서 제몫을 하게 해주실수 있으면 해주세요" 라고 큰절로 오늘은 작별 인사를 올렸다. 아마도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셨던 만큼은 아니래도 내 바램을 아시고 내 마음을 알아주시리라 생각했다. 여기저기 예초기소리가 멋은 것을 보니 다른 자손들도 일찍시작한 벌초가 마무리 되어가나보다. 돌아오는 길에 마주앉은 식탁에앉은 후배가 고마웠다.
산을 내려오며 되돌아보고 또 돌아보았다. 어찌해야 잘하는 것인가? 나무는 무성해질 것이고 잔디는 잡초에 밀려 죽을 것이고 봉분은 진토되어 무너져 내릴 이상황을 고민을 했다.
이곳에 미련이 있는 형들은 조카들이 잘 해줄것이라 믿고있을 것이지만 나는 이미 선을그었다. 태어나면 누구나 가는 그 먼나라로 가서 다시또 어느곳 으로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세상을 떠난다면 아주가볍게 바람처럼 머물지 않으리라..마음을 굳혔다. 풀벌레가 진한 가을의 정취를 불러와 오늘 조금 감상에 젖었다
나는 오늘도 내가 살아있는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내 본분을 잊지않았다. 남은 날동안은 언제나 오늘에 충실할 것이다. 내일도 다가오는 오늘 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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