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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淸潭 2014. 4. 19. 10:26

 

 

 

 

 

 

 

 

창자는 끊어지는 것 같고

눈물은 강물이 쏟아져 내리듯 흐르오

살아서 혼이 끊어지기보다는

차라리 죽어 한무덤에 묻히는 편이 낫겠소

 

-이광사가 죽은 부인에게 쓴 편지 중에서-

 

 

 

 

 

어진 아내이면서 동시에 외경(畏敬)하는 벗이었던

내자(內子)와 지낸지 어언 스무 해입니다

현모양처인 맹광(孟光)의 남편 양 처사도 나만은

못 하리라 여기며 살아왔는데 지금은

갑자기 아내를 잃고 말았습니다

슬퍼도 오히려 죽은 사람이 지하에서

나 때문에 슬퍼할까봐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습니다

 

-김정묵이 친척들에게 쓴 편지 중에서-

 

 

 

 

 

 

집안의 불행으로 아내가 세상을 떠났으니

이 슬픔을 어찌 견딜 수 있겠습니까

예순이 넘도록 해로하였으니 그것으로 충분하지요

저처럼 제 마음대로 사는 사람이야 상처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운명이 기구하여 한 점 혈육도

두지 못했습니다 늙은 부부가 서로 의지하다가

이렇게 갈라졌으니 '몸 반쪽을 떼어내어 청산에

묻는다'는 말이 참말이 되었습니다

어찌합니까 어찌합니까

 

-박사해가 친척에게 쓴 편지 중에서-

 

 

 

 

 

안자(顔子)가 불행하고 공강(共姜)이 일찍

과부가 된 것도 모두 천명인 것을 어쩌겠느냐

하늘이 정한 일을 사람이 어떻게 면할 수 있겟느냐

그저 받아 들일 수 밖에

부인들은 시집가는 것을 돌아간다고 하고

남편의 집을 자기집이라 여긴다

그러니 너는 너의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홍귀달이 딸에게 쓴 편지 중에서-

 

 

 

 

 

 

아 형님보다 더 어질고 곤궁하게 산 사람이 누가 있을까

원통하여 울부짖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나무와 돌도 눈물을 흘리는데 무슨 말을 더 할까

외로운 천지간에 형님만이 나의 지기(知己)였는데

이제 그가 떠났으니 앞으로는 비록 깨닫는 것이

있어도 누구와 마주앉아 논할까

지기가 없다면 차라리 죽느니만 못하다

아내도 자식도 형제와 친척도 모두 지기는

될 수 없다 오직 나를 알아주던 지기께서

돌아가셧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쓴 편지 중에서-

 

 

 

 

 

 

 

하늘이여 이 무슨 변고인가 슬프도다

네 얼굴이 내눈에 선하고 네 목소리가

내 귀에 쟁쟁한데 이 아픈 마음은 언제쯤에나

진정될까 아아 다시는 이승에서 너를 볼 수 없으니

어제 내가 죽어 너를 다시 볼까

나도 이제 늙고 몸도 약해졌으니 만날 날이 그리

멀지는 않았으리라

이제 너를 묻으려 한다 그전에 잠시 영전에 앉아

너와 영결(永訣)한다 이렇게부르짖는 내 마음은

찢어지는 듯하고 주변 산천도 빛을 잃은 듯하다

아비의 슬픔을 너는 알고 있겠지

아아 슬프고 애달프다

 

-조익이 죽은 딸에게 쓴 제문 중에서-

 

 

 

 

 

 

 

우리 일곱형제 가운데 너는 여섯째였다

나보다 열네 살이나 아래니 이제 겨우 네 나이는

나의 반밖에 안 되었다 나이를 덜어준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지만 백 사람이 조금씩

나이를 덜어 죽은 사람에게 주는 것이 옛사람들도

바랐던 일 우리 형제갸 조금씩 나이를 덜어

네 목숨과 바꿀 수만 있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무엇이 아깝겠느냐 그럼에도 하늘이 네 목숨을

일찍 거두어 우리 형제의 가슴을 이리도 아프게

하는구나 죽이고 살리고 덜어내고 더해주는 것은

하늘도 어쩌지 못한단 말이냐

슬프고 슬프다 애통하고 절통하다

 

-김창협이 죽은 누이동생에게 쓴 제문 중에서-

 

 

 

 

 

 

 

이제 빈소를 걷고 곡도 그쳐아 한다

선왕이 정해놓은 예법인지라 나로서도

어찌할 수가 없구나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오랫동안 홀연히

너를 잊고 지냈더구나

나랏일이 많아 안으로는 밤낮없이 바쁘고

밖으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사사로운

일은 돌아보지 못했다

아침 상식(上食)과 초하루 보름 삭망 차례에

빠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살아 있을 때는 돌보아도 죽으면 저버리게 된다더니

그 말이 진정 사실이었나

세월이 흘러가면 점차 잊는다더니

그 말이 이런 것이었나

내가 참으로 너를 저버렸구나 나를 많이 원망했겠구나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김창협이 죽은 동생 두번째 기일날 쓴 편지 중에서-

 

 

 

 

 

 

 

돌아보건데 지금 전하께서 하셔야 하는

많고 많은 일들 중에 옥체를 보전하고 아끼시는

일만 한 것이 없습니다 간혹 기쁨과 노여움이

폭발하게 되면 평정을 잃을 뿐 아니라 기혈이

상할 염려가 있습니다 간혹 시행과 조치가

격노에 이르게 되면 정책과 법령을 시행함에

해가 미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정신이

소모되고 허물어지는 근심이 따르게 됩니다

삼가 아룁니다 전하께서는 중화(中和)의 도리에

더욱 힘쓰시러 강녕하시는 아름다움을 누리십시오

 

-이천보가 영조에게 쓴 유서 중에서-

 

 

 

 

 

 

 

옛말에 '책 읽는 자손이 끊기면 안 된다'고 하였다

너희가 이 뜻을 후손에게 가르쳐 그들에게

충효를 주제로 한 책이 끊이지 않고 전해진다면

우리 집안은 대대로 길게 이러질 것이다

과거나 관직만을 최상의 목표로 삼지 말도록 하여라

 

-김수항이 아들들에게 쓴 유서 중에서-

 

 

 

 

 

 

 

미안하구나 여린 꽃봉오리들아,

어른들로하여 수많은 꽃봉오리 피우지도 못한채 떨구었구나

어찌 다 말로 할까, 무슨 말이 필요할까

부끄럽고 기막혀 가슴만 미어지는구나

꽃송이 팡팡 터트려 꿈들을 펼쳐야 할 나이에

다가갈 수도 없는 바다에 너희들을 두고,대답없는 너희들을 두고

세상의 부모와 형제와 친지의 비통함이야 말해 무얼할까

아빠, 엄마를 얼마나 불렀겠느냐, 얼마나 찾았겠느냐

무섭고 막막함으로 얼마나 떨었겠느냐

가엽여서 어떡하느냐

너희들의 아우성에도 대책없이 발만 구르고 있는 죄많은 어른들을 용서하거라

바다를 향해 나아가지도 못하고 통곡하며 절규하는 부모님들을 보고 있느냐

인간의 한계가 이렇게 무력하게 무릎을 꿇게 하는구나

조금만 더 빨리 너희들을 구조했더라면

조금만 더 어른들의 희생이 따랐더라면

조금은 덜 애통했을까 허망하기 짝이 없는 조금만 더..조금만 더..

안개 내리고 비 내리는 바다, 마치 너희들의 절통함을 대신 하는 듯 하구나

미안하다, 애기들아!

그저 T.V 앞에서 두손 모아 간절히 기도를 할 뿐이다

어떠한 모습으로라도 살아만 돌아오게 해 달라고

우리 모두의 간절함을 꼭 들어 주었으면 좋겠구나

수많은 사건, 사고들로 가슴 아팠지만

이렇게 어린 너희들을 대하기는 처음이라

아프다, 슬프다, 애통하다, 절통하다를 너머

망연자실..어쩌나..어쩌나..그 말만 되풀이 할 뿐이구나

꼭 살아 있거라! 우리 모두가 사랑한다!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기다리마!

 

- 거제도 세월호 침몰 사고 앞에서 / 심여수 -

 

 

 

 

 

 

 

 

 

가져온 곳 : 
카페 >♣ 이동활의 음악정원 ♣
|
글쓴이 : 심여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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