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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촌(寺下村)을 지나며 ..

淸潭 2014. 4. 16. 16:28

    
     
    맑은 바람 환한 햇살
    먼 산빛이 연두색으로 곱다.
    한반도 정강이까지 
    치고 올라온 꽃바람이 
    이제 .. 
    허리까지 올라와 
    가는 곳마다 
    꽃몽오리 터지는 소리로 환하다.
    눈가는 데가 모두 
    꽃물결이고 꽃천지다.
    매화와 산수유가 피고난 뒤 
    벚꽃과 진달래의 몽오리가 한껏 부풀어 터졌다.
    유채, 벚꽃, 진달래 .. 
    꽃길을 걷던 봄처녀가 
    봉곳한 가슴을 치며 불쑥 한마디 한다.
    에그 ,
    저놈의 꽃불 땜에 
    내 마음 다 주고 말았네.
    봄이 오면.. 왠지,
    끝간 데 모를 깊은 생각에
    먼 길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먼 듯이 아늑한 
    슬픔의 봄이 오고 있다.
    이제 곧, 
    꽃바람이 불어오리라.
    천지에 햇살이 가득하여 
    세상이 투명하리 만큼 환하게 빛날 수록 
    이 지상에 홀로 내던져진 듯한 
    적막감을 느낀다.
    당신은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대를 향한 
    나의 열망은 끝이 없다.
    목련 ,
    하얀 색깔의 매우 정갈한 꽃
    이 봄 , 
    외진 곳에 홀로 피어 
    말없이 하루 해를 보내고 있는
    목련을 보았을 때,
    그것을
    무엇과 같다고 생각하는가.
    소복한 미망인이 홀로 
    고개 숙여 기도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 
    그 기도의 내용은 
    연인의 죽음으로 인해 엇갈려버린 
    사랑의 인연을 .. 
    저 세상에서라도 잇고자 하는 
    바람인지도 모른다.
    그 사랑이 어디 
    백년만의 사랑이겠는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사하촌(寺下村)을 지나는데 
    스님이 조용한 목소리로 "먼산"을 부른다.
    그 구성지고 
    담백한 소리 안에는 
    저녁 황혼에서 묻어나는 
    아릿한 삶이 실려나와 
    굽이굽이 10리 길을 울린다.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 산이요
    꽃피고 잎 피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국 피고 단풍 물든
    그런 산이 아니라 
    그냥 먼 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
    일주문을 나설 때 
    고운 눈빛으로 돌아서던 
    소복한 여인의 
    그 애틋한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절간 마당에 홀로 피었던 
    목련꽃이 바람에 출렁거렸다.
    깊은 밤 달 아래
    춤추는 목련을 본다.
    바람에 향기까지
    하얗게 하얗게 나부끼는 저 사양(斜陽)의 외로운 몸짓,
    아 ,
    꽃잎에 내리는
    달빛이 아프다.
    환한 눈맞춤 
    여인의 눈에 꽃잎이 물결친다.
    꽃바람이 분다.
    꽃잎은 떨어져서 어디로 가는가
    밤마다 하늘에 올라 
    별이 되는가.
    스님은 노래끝에 말했다.
    "참 예쁘지요? 그런데, 
    그만큼 허망한 거여, 인생처럼 .."
    두사람의 고적한 
    발자국 소리만 산길을 울린다.
    싸늘한 밤바람에 
    한기가 느껴진다.
    산봉우리 위에 갓 보름을 지난
    열여셋날 달이 희다.
    사리암(邪離庵) 내려오는 길
    일념천년(一念千年) 고목이 나를 본다.
    돌탑 앞에서
    두 손을 모운다.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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