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지난 날 우리는 서럽도록
배고픈 가난 속에서 자랐다.
이렇듯 시골에서 자란
우리 또래 세대라면 그 추억의 창고에 으레
까치밥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감을 따더라도 높은 가지의
감 몇 개는 그대로 남겨 두었는데
이것이 까치밥이다.
춥고 긴 겨울 눈속에서 먹이를 찾지 못할
까치나 날짐승을 위한 것이다.
요즘은 감을 딸 일손이 모자라
동네마다 감나무 전체가 까치밥이지만
그 때는 감 한개도
요긴한 음식이었던 시절이다.
우리 조상은 이처럼
자연생태와 친화적이었다.
개숫물도 그대로 버리지 않고
식혀서 버렸던 것은
벌레의 목숨을 먼저 생각했던 것이고
들녘에서 새참을 들기전에 "고시네(고수레)" 를 외치며
그 귀한 밥덩이를 뿌렸던 것은
개미같은 미물들에게
"너희도 먹어라" 는 뜻이었다.
사람 사이의 인정은 말할 나위가 없다.
자연에서 잠시 숨쉬는 동안 ..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상생(相生)의 이치였고
그만큼 마음에는 여유가 있었다.
아이들도 보고 배웠으니
그대로 따랐다.
소풍이라도 가서 점심 때가 되면
먼저 밥 한술을 떠서는
반드시 "고수레" 를 하고 나서 먹었다.
그야말로 금쪽보다 더 소중한 쌀밥을
날짐승, 산짐승, 벌레들에게 주고 베푸는
넉넉한 마음이 있었다.
아깝지가 않았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만 알았다.
콩이나 씨앗을 심을 때도
한 구멍에 서너 알씩 넣었다.
한 알은 산짐승이나 날짐승이 먹고 또 한 알은 땅속의 벌레가 먹게 하고
나머지 한알이 사람의 몫이였다.
까치밥은 우리의 전통적 사상이 담긴
마음의 여유였고
사람만이 중심이 된다는
인본주의(人本主義)가 아닌 너와 내가 ,
다같이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명을 중시하는
생명사상(生命思想), 상생주의(相生主義)였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싶다.
인간의 눈으로만 보니 그렇게 보일 뿐이다.
자연의 눈으로 봐야 하고 우주의 눈으로 봐야 한다.
하늘의 눈으로 보고
마음의 눈(心眼)으로 보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언제나 우리들 마음의 고향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눈이 시릴 정도로 추운 초겨울의 하늘과
그 아래 부드럽게 엎드리고 있는 산,
토담을 배경으로
빨간 홍시가 매달린 고향 풍경은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다.
우리들 풍족했던 여유가 담긴
정서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배고팠던 시절 ,
허기지고 외롭고
가난에 찌들었던 그 때가 가끔
그리워지는 것은 비단
나 혼자 뿐일까 싶다.
하늘만 휘젓는 할아버지 바지랑대 끝에
아이들의 목젖은 침이 마르고 애가 탔다.
달빛이 분가루처럼
흩어져내리는 담장너머
하늘 높이 내걸린 까치밥은
늦가을까지 늘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울린
달빛 소나타였다.
지금은 가보고 싶어도
가 볼 수 없는 시절이다.
파아란 하늘,
홍시 ..
재채기하면 와르르 쏟아질것 같은
붉은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고향 생각에 잠시 마음이 아릿해져 온다.
몸은 멀어져 살아도 마음은 늘 그곳에 있다.
해거름 석양 무렵
몇 잔 술에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지면
가끔은 눈물 겹도록
그리워지는 고향이다.
이 생에서는 다시는
가 볼 수 없는 시절이지만
언젠가는 다시금 돌아갈 수 있다는
붓다의 진리를 ..
다음 생의 윤회(輪回)를
나는 믿는다.
오늘은 눈이 많이 온다는 대설(大雪) ,
창문을 열고 내다본다.
아침에 하얀 꽁지 가북가북 거리며
까치가 울었다.
까악 ,
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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