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寺)로 가는 마음은 아름답다.
일상의 번잡함을 떨쳐버리고
잠시나마, 나의 삶이
이런 모습이 아닐텐데..?
고민하는 그 마음은
향상심(向上心)이기 때문이다.
그럴진대,
짧은 시간 출가(出家)를 다짐하는
마음의 아름다움이야 ..
사하촌(寺下村)을 지나며
그간 도시생활에서 찌든 땟국,
돈과 명예에 대한 집착(執着)을
잠시 놓아버리겠다고 다짐해 보자.
일주문(一柱門) 아래에 서서
흐트러진 맘을 다잡으면
그 문은 곧
부처의 세계로 안내한다.
스님의 움직임을
눈여겨 살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 공부가 된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발자국을 남겼는데도
이튼날 새벽이면
언제 사람들이 왔나 싶게
깨끗하게 쓸어놓는 스님들의 부지런함과
정갈함은 감탄을 자아낸다.
또 스님들이 채소밭에서
울력을 통해 정진하는 모습은
노동의 가치를 느끼게 하고
삶을 관조(觀照)하는 여유를 갖게 한다.
선방(禪房)에서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앉아
나의 참모습에
천착(穿鑿)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는 무척 힘들지라도
뿌듯함을 안겨준다.
이것 저것 다 접어두고
소리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큰 공부가 된다.
바람소리, 물소리,
예불소리, 사물(범종,법고,목어,우판)소리,
목탁소리 등등.
모두가 도심에서는 좀처럼 얻기 힘든
새로운 경험이다.
바람을 받아 우는 풍경(風磬)소리는
듣기에 따라서 처량할지도 모르지만 ,
바람이 있을 때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어나는 그 소리를 잡으려 애쓰다 보면 ..
어느새 세상사(世上事)는
저 멀리 나앉는다.
영겁(永劫)의 세월 속에
지금 이 삶은 한숨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극히 겸허한 마음이 일어난다.
처음 산문에 드는 날
일주문 앞에 선 나에게 부처님이 말했다.
"왔느냐,"
산문에 든 지 보름 ,
이제 마음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다.
대웅전을 향해 두 손을 모우고
헛헛해진 마음으로 합장(合掌)을 한다.
조용히 돌아서서
하늘 한 번 보고 땅 한 번 보고
산을 내려오는 나에게
부처님이 이렇게 말을 한다.
"잘 가거라,"
한참을 내려오다가 다시 한번 돌아본다.
부차님이 이렇게 말을 한다.
"잘 살거라.."
산문 밖
사하촌 길섶에 피어난 한송이 꽃
가을 햇살에 곱기도 하다.
그래, 그래
세상은 한송이 꽃이라.
아 ,
宇宙一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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