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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하나에 세월도 한 뼘 ..|

淸潭 2013. 11. 4. 10:43


S7008206.JPG   
 
밤새 떨어진 은행잎이 
융단처럼 
땅에 깔리고
나무에 달려있는 잎새들이 
하늘을 가려 황금부채를 펼쳐 보인다.
백금 같은 광선을 뿌리며 
불쑥 솟는 해,
은행잎은 
해가 떠오르는 순간의 
미세한 공기 떨림에도 
소나기처럼 후드득 떨어진다.
갈바람에 
새떼같이 흩어지는 낙엽
소리없이 진 잎으로 
땅이 다 붉다.
빈손으로 돌아간 가을 숲은 
휑하다.
가을날 운수행각에 든 
스님의 바랑이 가볍다.
호수(湖水)를 끼고 
구비구비 이어져
가도가도 끝없는 70리 길..
가을 바람에 
미친 흥을 달랠 길 없더니 
생각잖은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려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힌다.
비에 씻긴 숲에는 
가을 빛이 성큼 짙어졌다.
가을비가 
가랑가랑 물감을 뿌렸던가?
붉고 노란 빛깔들을 
칠해 놓고 갔구나.
단풍 물오른 만큼 
겨울 가까이 다가 오니
늦 단풍 
비 되어 내리는 
운문사(雲門寺) 가는 길
농익어 넘칠 듯 
넉넉한 만추(晩秋)의 서정이 
물, 돌, 나무,
풀에서 배어 나온다.
추색(秋色)에 
한 몫 거드는 것은 
나비 겨드랑이 솜털처럼 
보드라운 한 줄기의 가을바람
단아한 단풍빛깔 만큼 
물 흐름 차분한 계곡을 
훠이훠이 ..
휘저어며 햇살 안고 지나간다.
그 바람에 
노랑 빨강 단풍잎은 간드러진 춤사위로 
허공을 수놓고
봉홧불 깊은 바위 타고 내리는 
계곡의 맑은 물소리 들으며
온 산을 붉게 물들인 
단풍치마 쳐다보며
붉고 노란 단풍잎 고이 앉은 
숲그늘 돌길 걸으며
사박사박 낙엽이 
바위에 내려앉는 소리 음미하며 걷는
운치의 단풍길은 아직도 멀다.
낙엽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 다리 위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호수 저 편 끝으로 눈길 주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본다.
호수에 잠긴 단풍의 물그림자
가을이 호수에 빠졌다.
단풍이 그림자를 드리워
호수마저 저리 붉구나.
하늘은 파랗다.
산은 빨갛다.
땅 위에 낙엽이 뒹군다.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한 폭 그림 속에 
내가 서 있다.
낙엽 하나에 세월도 한 뼘
단풍 든 붉은 물이 
뚝뚝 ..
타는 잎
아픈 맘 ,
그대 왼 발
내 왼 발 ,
그대 손 내 어깨
내 손 그대 허리
아 ,
단풍 호수에
나를 풍덩 던지고 싶다.
바람 안고
가을이 가고 있다.
여기 ,
구름 같은 
인연(因緣)의 산(山) 하나 두고 
바람처럼 세월이 간다.
훠어이 ,
훠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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