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양화東洋畵에
`여백餘白의 미美`라는 개념槪念이 있다.
그림에 비어 있는 듯,
뭔가 채워지지 않은 듯한
흰 공간의
미적美的 아름다움을 말함인데,
이것을 어떻게 적절히 구사하는가.
흰 공간을 많이 남겨 둘 것인가,
줄일 것인가, 없엘 것인가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로써 화면畵面은
선線과 색色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한한 정신적 깊이와
그윽한 맛을 자아내게 된다.
이 여백으로 인하여 그려진 부분은
더 한층 조화로움을 얻게 된다.
요즘 절실히 요구되는
상생相生의 미덕美德을 갖추었다고 할까.
이것은 허虛와 실失,
경輕과 중重 등이
서로 보완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어느 한편으로 기울 때
편안함을 잃게 된다.
우리의 인간사도 그러할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생활 속의 여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여백이 곧,
생활의 여유랄 수도 있으며
다소의 느긋함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아름다우나
매사에 지나쳐 극한 상황까지
치닫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지난 겨울에
친한 친구의 죽음이 있었다.
처연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렇게 치열한 삶을 살았고,
어느 정도 인생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으나
그것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안스러움이 밀려왔다.
그 유효한 처방이
생활 속의 여백이 아닐까 한다.
그 여백이란 지나친 욕심을
비우는 것이라 여겨진다.
여백이 여백일 수 있는 것은
채워져 있음과 비어 있음이
적절한 조화를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山寺의 풍경風磬 소리가
맑고 청아淸雅함은
안이 비어 있음이 아니겠는가.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는
가수 박인희의 목소리가 그립고,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너는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싯구詩句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눈을 들어 앞산이라도
한 번 바라봄이 어떨런지..
"산에는 바람과 구름이 무시로 오가나
산은 다투지 않는 것을.. "
먼 바다를 건너고
푸른 강을 지나서 달려온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땅에 또 한번의
화려한 계절이 오고 간다.
진흙을 이겨 그릇을 만들어
그 속이 비고야
그릇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달을 그리는데
달은 아니 그리고
주위의 달무리를 그리는 것.
어느 화가는 여백을
텅 빈 충만充滿이라 했던가.
이 가을날 푸른 하늘을 보면서
하늘 빈자리를 찾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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