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도를 닦으리 - 법장 - |
글쓴이 : 도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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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석가족(釋迦族)의 어느 마을에 머무르시던 때의 일입니다. 시자인 아난 스님(阿難尊者)께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대덕(大德)이시여! 자세히 생각하여 보옵건대 우리가 좋은 벗을 갖고 좋은 동지 속에 있다는 것은 이미 성스러운 이 도의 절반을 성취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여겨집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아, 좋은 벗을 갖는 것은 도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의 전부이니라. 아난아, 이것을 생각해도 명확하지 않느냐. 사람들은 나를 좋은 벗으로 삼음으로써 늙지 않으면 안 될 몸이면서 늙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또 죽지 않으면 안 될 몸이면서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니 좋은 동지 속에 있다는 것은 도의 전부임을 알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 이르신 이 가르침은 도를 닦아가는 데 좋은 벗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 주시는 말씀이며 부처님께서 스스로 자신을 좋은 벗이라 칭하신 데도 주목하여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실 때 “벗이여”라고 자주 하셨는데 이는 제자들을 진리를 향해가는 길에 길동무로서의 의미를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제 7교구 신도회 창립법회에 와서 왜 벗에 대하여 말씀드리는가 하면 신도회를 구성한 대중들 개인 개인이 서로 부처님의 은혜 속에서 인연의 힘으로 맺어진 것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서로 믿음과 존경으로 대하며 부처님을 모시고 신앙생활을 함께하는 벗으로, 진리를 향해 정진해가는 벗으로 서로를 정성껏 섬기는 마음자세를 가지시기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깨달음을 향해가는 수행자들에게 벗이라는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음이 여러 스님의 어록(語錄)에 나타나있는데 그 중 만공 스님의 경우 “짚신 한 켤레를 삼는데도 선생이 있고 이름 있는 버섯 한 송이도 나는 땅이 있는데 일체 만물을 총섭(總攝)하는 도를 알려는 사람이 도인의 가르침 없이 어찌 도인이 될 수 있으며 천하정기(天下正氣)를 다 모아 차지한 도인이 나는 땅이 어찌 특별히 있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도반(道伴)의 감화력은 선생의 가르침보다도 강한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예로부터 대중이 셋 모이면 항상 그 가운데 스승이 될 만한 도반이 있으니 스스로 겸손한 자세로 잘 살피면서 정진해야 합니다. 대중의 뜻을 지혜롭게 헤아려서 잘 받는 행이야말로 보살정신으로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바르고 착한 벗을 만나면 배우기를 즐겨하고 어리석고 악한 벗을 만나면 가르치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벗을 사귀다 보면 법(法)은 치우침이 없고 정(情)은 치우치고 굽어지는지라 무조건 내 뜻을 맞춰주면 좋은 벗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으로는 아무리 많은 벗을 평생 가까이 해도 정업(正業)과 선업(善業)을 짓기 어려우니 벗을 사귈 때는 감정에만 맡기지 말고 바른 길로 인도하여 주는 지혜로운 벗을 가까이 하여야겠습니다. 그럼 인연에 끄달리지 않고 착한 벗과 악한 벗을 어떻게 구분 지을 것인지에 대하여 부처님께서 아함경(阿含經)에서 이르신 말씀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르시기를 “어질고 착한 벗은 어떤 사람인가? 첫째는 그릇됨(非)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니 마음이 바르고 생각이 어질고 원(願)이 커서 능히 남의 그릇됨을 잘 분별해서 그치게 하는 사람이요, 둘째는 자비심이 있는 사람이니 남의 이익을 보면 함께 기뻐할 줄 알고 남의 잘못을 보면 근심할 줄 알며, 남의 덕을 칭찬할 줄 알고 남의 악한 행위를 보고 능히 자신의 악을 구제할 줄 아는 사람이요, 셋째는 모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니 남의 게으름을 방관하지 않고 남의 재산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며, 남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지 않게 하고 조용히 훈계할 줄 아는 사람이요, 넷째는 이익되는 일과 행동을 함께하는 사람이니 자신의 몸과 재산은 아끼지 않고 공포로부터 구제하여 함께 깨닫기를 잊지 않는 사람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또 이르시기를 “어떤 사람을 악한 벗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두려움을 주어 상대방을 억누르려고 하는 사람이니 먼저 주고 나중에 빼앗거나 적게 주고 많이 바라거나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위하여 힘으로 친교를 맺는 사람이요, 둘째는 감언이설(甘言利說)이 많은 사람이니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도 비밀이 많으며 남이 고난에 처하였을 때 구제하지 않거나 모르는 척하는 사람이요, 셋째는 폭력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광기를 부리거나 조그마한 허물을 큰 시비거리로 삼아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이요, 넷째는 덕이 되지 않는 사람이니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할 때 또 음행(淫行)이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놀 때만 벗이 되는 사람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이렇듯 부처님께서는 착한 벗과 악한 벗을 정의하시고 착한 벗을 가까이 하고 나쁜 벗을 멀리 하라고 하시며 악한 벗과 함께 가느니 차라리 홀로 가기를 권하셨습니다. 오늘 창립된 본 신도회의 대중께서는 각자 덕숭총림의 신도로서 신도의 의무와 역할에 최선을 다하여 부끄럽지 않은 수행자의 길을 가면서도 신도 상호간에 화합을 하며 늘 자비희사(慈; 즐거움을 주는 것, 悲; 고통을 없애는 것, 喜; 다른 사람이 즐거움을 얻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것, 捨; 마음이 평등한 것)을 실천하여야겠습니다. 세상에 살다보면 갖가지 목적으로 모임을 하게 되는데 오늘의 모임은 부처님을 향한 오롯한 정성으로 깨달음을 향해가면서 공덕을 짓고 복을 쌓는 모임이니 이보다 더 반듯하고 소중한 모임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다시 한번 더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신도님 서로 서로 버팀목이 되어서 이 험하고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꼿꼿하게 오늘 세운 성불의 원을 이루어 가시라는 겁니다. 부디 오늘의 인연이 세세생생에 불국토에서 나는 인연으로 승화되어서 다 함께 성불하시길 기원하면서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나온 세상 사는 법을 전합니다. 걸림 없이 살 줄 알라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생각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삶이니라.” - 신도회창립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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