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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음악 편지...[20]

淸潭 2012. 1. 16. 18:20

기나긴 겨울!...음악 편지...[20]


♥약해 지지마
      

                   
♥녹아드네


주전자에서

흘러내리는

뜨거운 물은

상냥한

말 한마디
 


마음의 각설탕은

컵 안에서

기분 좋게

녹아드네
 


 
♥ 말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나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잊는다는 것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너에게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