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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경소리

淸潭 2012. 1. 9. 11:16


 

독경소리



 

살가운 바람의 향기가

전해오는

이른 새벽녘

동자승의

마당을 쓸어대는

사각거리는 빗자루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새들과 함께

은빛 자락이 바람에 날리고

스님의 독경소리를 시작으로

뿌연 안개가

사라져가면서

풀잎이슬처럼 맑은 새날을 맞이한다

스님 본인의

나를 버리시고

우리들 중생들의

너를 안으시고

애절한 혼을 담으신 불경소리에

잃어버린 내 자신을 찾아보려고

냉기가 느껴지는 법당에 앉아본다

따스한 온기로

화사하게 웃으시는

석가모니불의 모습을 바라보니

내 가슴속 빈자리가 가득 채워진다

법당에 엎드려 두 손을 모으고

미련하고

부족한 내 몸을 던지고

스님의 독경소리에 나를 맡기고

스님 의 땀에 젖은

회색 빛 장삼자락에

마음을 살며시 내려놓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