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지난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를 위해 서울대를 방문했고, 그 며칠 뒤에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였다. 줄기세포는 미래 의학의 큰 방향이기에 그 중요성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줄기세포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먼저 줄기세포 연구에서 '배아'와 '성체'의 투자비중을 고려해야 한다. 몇년 전 황우석 사태를 통해 전국민에게 알려진 배아줄기세포는 다(多)분화 능력이 뛰어나지만 고난도의 분화기술 확보와 윤리 문제가 있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시키는 데는 배아보다 못하지만, 윤리 문제가 없고 구하기가 쉽다. 두 종류 모두 장·단점이 명확히 있으니,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줄기세포의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필요하다. 거의 모든 경우 줄기세포는 환자 본인의 것을 사용해야 한다. 즉 일반적인 의약품이 불특정 다수에게 사용되어 거대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데 비해, 대부분의 줄기세포 치료제는 개인별 맞춤형 생산이기 때문에 규모의 한계를 가지게 된다.
세포치료의 과정도 복잡하다. 환자가 병원에 가면, 의사가 그의 세포를 분리하고, 병원이나 기업이 세포를 배양하면, 몇 주일 지난 후에 환자는 병원을 다시 방문하여 이 세포를 주입받는다. 이처럼 환자 자신의 세포만 사용될 수 있고, 특수시설에서 몇 주가 걸리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규모는 제한적이다.
또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다 보니 줄기세포 치료제가 고가(高價)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우리 보건당국은 저렴한 약가(藥價)를 유지하고, 사보험 활성화를 억제하며, 병원의 영리기업화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품질관리와 이에 따른 안전성 문제도 제기된다. 줄기세포 치료제에서 실제 제품은 배양된 세포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거의 모든 주류 의약들은 제품의 순도나 구조 등이 명확하다. 이를 통해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의약 허가 과정에서 핵심사항 중 하나이다. 하지만 줄기세포 치료제는 같은 연구자가 같은 환자 것을 분리하여 같은 조건하에서 배양하더라도 품질이 같을 수 없다. 줄기세포 치료제가 주류 의약품으로 발전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의 하나이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지적재산이 창출되기 매우 어려운 분야로서 독점성과 경쟁력 확보가 다른 의약품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제경쟁력을 담보할 만큼 상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지적재산의 확보가 가능한 분야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줄기세포 분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응용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기초연구에 대한 무관심이다. R&D 투자비중을 설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줄기세포가 성장동력으로 역할하거나 거대시장을 창출하려면 그에 맞는 연구와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심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무쪼록 이 열기가 거품으로 끝나지 않도록 올바른 전략이 수립되고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집행계획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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