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조절/식이요법

당뇨식도 맛있게 만들어야 혈당조절 성공한다

淸潭 2011. 1. 19. 12:36

 

당뇨식도 맛있게 만들어야 혈당조절 성공한다

당뇨관리의 핵심, 당뇨식

당뇨병은 혈당 조절이 생명을 좌우한다. 당뇨병 환자라면 누구나 이 사실을 안다. 그런데도 혈당 관리에 실패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식이요법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당뇨식을 입에 대지 않고 고열량 일반식사를 하면 혈당이 치솟고, 입맛을 잃어 아무 음식도 먹지 않으면 저혈당 쇼크에 빠진다.'고난이도 줄타기'의 식이요법에 실패해 우울증에 걸리는 당뇨병 환자도 많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병완 교수는 "작심삼일을 거꾸로 활용하라"고 말했다. 식이요법은 사흘 정도는 지키기 쉬우므로, 나흘 째 무너져도 좌절하지 말고 다음번 사흘만 꾹 지키자는 낙관적 태도로 반복 결심하라는 설명이다. 아주대병원 영양팀 황원선 과장은 동병상련(同病相憐) 전략을 제시했다. "가족도 환자 본인의 고충은 체감하지 못해 큰 도움이 안되니, 환우회나 인터넷 당뇨카페에 참여하고 의지하라"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가 식이요법에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당뇨식이 맛이 없기 때문이다. 당뇨식의 맛을 개선하면 환자가 식사를 남기는 양이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그러나 무엇보다 당뇨식 자체가 문제이다. 당뇨환자용 식단은 맛이 없어 먹을 마음이 나지 않는다. 해법은 당뇨병 환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음식을 차려 주는 것이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손정민 교수팀이 당뇨 환자의 식사 패턴을 조사한 결과, 일반적인 당뇨식을 먹을 때는 잔반량이 23.2%였으나 맛을 개선해 당뇨식을 내놓은 결과 잔반량은 14.6%로 줄었다.

당뇨식이라고 해서 전혀 다른 재료로 만드는 건 아니다. 당뇨식은 자극이 덜하고 열량이 낮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써서 맛 좋게 만들면 환자 본인은 물론 온가족이 함께 먹는 다이어트 건강식이 될 수 있다.

식이요법 성공&실패기

너무 힘들어요

"6년전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당시 주치의는 3개월간 평균혈당치인 당화혈색소 수치를 6.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을 가볍게 보고 식생활 개선을 하지 않았더니, 2008년 10.3까지 치솟았다. 그 후로 식사량을 줄이고 단것을 끊었더니 이번에는 저혈당 쇼크를 일으킬 지경이 됐다. 그 뒤로는 하루 사과 반쪽 등으로 당분을 섭취하며 적절한 소식(小食)을 유지해 당화혈색소를 6.9 수준에서 유지해 왔다. 그런데 최근 무의식적으로 간식에 손을 대다가 당화혈색소가 다시 9.0까지 올라갔다. 이 세상에 당뇨병 식이요법처럼 힘든 것은 없는 것 같다." / 이○○·58세

생각보다 쉬워요

"우리 부부는 둘 다 당뇨병이 있다. 나는 7년, 아내는 20년째 앓고 있다. 그러나 둘 다 2007년 이후 당화혈색소 수치를 6.3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내가 병원 주치의·영양사와 상의해 당뇨식단을 철저하게 차려 준 덕분이다. 음식 간을 싱겁게 하고 한 번 먹을 분량씩만 요리해 주기 때문에 과식하고 싶어도 못 한다. 집에서는 잡곡밥과 야채를 위주로 먹지만 고기도 적당한 양은 먹고 친구를 만나면 술도 한 잔씩 한다. 식이요법과 함께 당뇨약을 빼먹지 않고 하루 1시간씩 천천히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하는 것도 도움되는 것 같다. 당뇨병 식이요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 윤경호·77세

화려한 색상으로 입맛 돋우고, 단맛·짠맛 대신 새콤달콤하게

맛있는 당뇨식 레시피

당뇨병 환자도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먹을 권리가 있다. 병원은 "음식은 싱겁게 먹고, 섭취 열량을 30% 줄이라"는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하지만 맛도 없는 당뇨식을 깨지락거리라는 지침은 환자에겐 고통이다. 11가지 맛있는 '건강 당뇨식' 레시피를 분당서울대병원·성빈센트병원 영양팀과 함께 만들었다. 음식마다 당뇨병 환자 한 끼 분량이다. 단맛과 짠맛을 멀리하도록 새콤달콤한 맛을 내게 했고, 화려한 색상으로 시각적인 만족감을 줘서 식사의 즐거움을 보완했다. 이 중 2가지를 소개한다.

전체 레시피는 인쇄해 주방에 붙여 놓고 활용할 수 있도록 헬스조선닷컴(www.healthchosun.com)에 게재했다. 11가지 음식은 대구샤브샤브, 부추두부된장국, 버섯고추장찌개, 맥적과 영양부추무침, 호박잎고기말이쌈, 무절판, 두부미역무침, 도라지잡채, 베이비채소비빔밥, 닭가슴살샐러드, 낙지샐러드 등이다.

>>맥적과 영양부추무침

재료
돼지고기 40g(너비아니용), 된장, 식용유, 파, 마늘, 참기름 약간/영양부추 15g, 양파 10g, 다홍고추 2g, 고춧가루, 간장,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 약간

①돼지고기는 너비아니용으로 큼직하게 썬다. ②돼지고기를 된장 파 마늘 참기름으로 만든 소스에 버무려서 재웠다가 오븐이나 석쇠에 굽는다. ③영양부추를 씻어 준비하고, 양파는 채를 썰고, 다홍고추는 어슷썰기를 한다. ④ ③번의 채소를 그릇에 담고 고춧가루 간장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다. ⑤접시에 맥적을 담고 옆에 영양부추 무침을 곁들어 담는다.

>>호박잎고기말이쌈

재료
호박잎 30g, 소고기 30g, 두부 20g, 양파 10g, 당근 5g, 된장, 파, 마늘, 참기름, 깨소금, 후추, 소금, 찹쌀가루 약간

①호박잎은 깨끗이 씻어 놓는다. ②소고기는 갈아 놓은 것을 준비하고, 두부는 면보자기에 짜서 물기를 제거한다. ③양파, 당근은 잘게 다진다. ④대접에 ②와 ③을 넣고, 파 마늘 참기름 소금 후추를 넣어 반죽을 한다. ⑤호박잎에 ④에서 만든 반죽을 놀려 놓아 돌돌 말아서 싼다. ⑥찜통에서 ⑤를 쪄 낸다. ⑦찹쌀가루를 물에 풀어서 찹쌀풀은 쑨다(약간만 필요함). ⑧된장에 찹쌀풀, 파, 마늘,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소스를 만든다. ⑨찜통에서 쪄낸 호박잎고기말이쌈을 접시에 담고 그 위에 된장소스를 발라 준다.

당뇨식 Tip

당뇨식을 만드는 데에도 기본적인 노하우가 있다. 재료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당뇨식의 수준이 달라진다. 또 가장 신경이 쓰이는 당과 염분, 지방 등을 낮추는 데에도 요령이 있다. 강북삼성병원 김은미 영양실장의 도움을 받아 당뇨식 만들기의 팁을 전한다.

1 고기는 크게 썰어서 양념

육류에는 미량의 염분이 있어 굳이 양념을 하지 않아도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양념을 해야 한다면 가능한 크게 써는 게 좋다. 크게 썰면 양념이 묻는 면이 줄고 씹는 시간이 늘어나 포만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2 소금 대신 식초나 겨자

식초나 레몬즙, 겨자 등을 이용해 새콤한 맛을 살리면 짠 맛을 대신할 수 있다. 고춧가루나 겨자 등 매운 맛도 좋다. 쌈장을 만들 때는 된장이나 고추장에 채소를 많이 넣어 장의 짠맛을 희석시키고, 생선구이를 할 때에는 소금 대신 카레가루로 맛을 낸다.

3 볶음 요리 단맛은 양파로

단맛을 내는 재료를 적극 활용한다. 샐러드의 단맛은 으깬 단호박이나 고구마로, 국물 또는 볶음 요리의 단맛은 양파를 이용한다. 육류 요리의 경우 사과나 배, 파인애플 등을 이용한다. 또 대체 감미료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단맛이 강해 적게 사용할 수 있고, 올리고당은 일부가 대변으로 배설돼 혈당조절에 도움이 된다.


/ 박노훈 헬스조선 기자 pn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