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주 감독- 어떤 감독이라도 이 선수들이라면 우승했을 것
최덕주 감독 '아버지 리더십' 화제
"차고 싶은 데로 차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태극 소녀들을 FIFA 주관대회 첫 우승으로 이끈 최덕주 감독의 리더십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우승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하는 말을 듣다 보면 최 감독이 겸손함과 지혜를 갖춘 따뜻한 지도자임을 알 수 있다.
최 감독은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게 우승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저 아닌 어떤 감독이 이 자리에 앉았더라도 이 선수들을 데리고 우승할 수 있었을 겁니다"라고까지 했다. 선수들에 대한 이보다 더한 찬사는 없다.
최 감독이 승부차기에 앞서 어린 선수들에게 했다는 말은 더욱 가슴을 울린다. "승부에 연연하지 말고 차고 싶은 데로 차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키커 이정은이 찬 공이 일본 골키퍼에 막힌 뒤에도 선수들이 주눅이 들지 않고 자신있게 킥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감독의 이런 말이 큰 힘이 됐을 터. 책임은 자신이 지고 공은 다른 이에게 돌리는 지도자의 자세에 숙연함마저 느껴진다.
리더십에 대한 질문에서도 자신은 그저 믿고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존재였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선수들의 지도와 관련해 "어린 선수들은 즐겁게 공을 차는 게 우선"임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한 일은 칭찬하고 격려하고 믿고 기다려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최 감독은"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고 선수들한테는 칭찬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승부를 위해 체벌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 체육계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겸손과 달리 최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지장으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실제 이번 대부분의 경기에서 우리 팀은 볼 점유율이 상대팀보다 낮았고 유효슈팅도 적었지만 늘 이겼다. 실리축구의 대가라 할 만하다.
최 감독은 특히 일본에 강했다.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일본통'이다. 국내 프로선수 경력은 1984년 한일은행에서 시작해 이듬해 포항제철에서 마감한 것이 전부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1987년 일본 마쓰시타전기에서 2년 동안 선수로 활약한 뒤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4년 동안 일본에서 지도자로 활동했다. 이 기간 일본의 고등학교, 대학교, 성인팀을 두루 거치며 지도자 경험을 쌓은 뒤 2007년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로 뽑히면서 국내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지도자 길을 걸었다. 최 감독과 친분이 두터운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일본 축구에 정통한 지도자 중 한 명이 바로 최덕주 감독"이라고 말했다.
'일본통'답게 최덕주 감독은 일본과의 중요한 경기 때마다 절묘한 용병술로 상대를 눌렀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16살 이하 선수권대회에서 높은 벽으로만 여겨졌던 일본을 준결승에서 1-0으로 꺾었다. 이번 17살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도 개인기에서 한 수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을 무릎 꿇게 했다. 특히 후반 33분 왼쪽 날개 김나리(현대정보과학고)를 빼고 이소담(현대정보과학고)을 투입한 것은 이번 대회 최 감독이 보여준 용병술의 백미. 체력이 바닥난 김나리를 대신해 왼쪽 측면을 보강하기 위해 투입한 이소담이 그라운드를 밟은 지 1분 만에 호쾌한 중거리 슛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후반 내내 끌려가던 상황에서 터진 골이었기에 더욱 값졌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광보다 고생하는 동료 지도자에 대한 걱정을 앞세웠다. "우리 대한민국은 국내에서 그렇게 저변이 넓지 않습니다. 지도자들이 고생을 많이 합니다. 우승까지 했는데 고생하는 여러 지도자에게 좋은 혜택이 많이 돌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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