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조절/당뇨병과 性

밤일 잘 안 된다면 … 성인병 ‘경계경보’

淸潭 2010. 9. 3. 14:31

밤일 잘 안 된다면 … 성인병 ‘경계경보’

 

‘발기부전은 성인병이다?’ 최근 연구 동향을 보면 이런 등식도 가능할 것 같다. 발기부전에는 혈관·신경·호르몬 이상은 물론 심인성 등 다양한 인자가 관여한다. 하지만 발기부전 환자의 대다수가 고혈압·당뇨 등 대사증후군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성인병의 조기 지표로서, 나아가 성인병과 함께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8∼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세계성의학회(ESSM·ISSM)에서도 이와의 관련성과 대책을 소개한 연구결과들이 쏟아졌다.

◆성인병과 발기부전은 ‘실과 바늘’=남성의 발기는 혈관에서 완성된다. 해면체라는 스펀지 같은 혈관덩어리에 혈액이 가득 차 단단해지는 것이 발기 현상이다. 따라서 혈관이 손상되면 발기부전이 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이 같은 원리는 심장이나 뇌혈관 등 인체 모든 혈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혈관에 위해를 가하는 성인병과 발기부전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하는 이유다.

실제 아시아 5개국 1만934명의 발기부전 환자(20∼75세)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당뇨병 유병률이 무려 34%, 심장질환은 28%, 고지혈증 24%, 고혈압 23%로 나타났다. 이는 정상인에 비해 4∼5배 높은 수치.

특히 혈관 중에서도 안쪽에 위치한 내피세포와 평활근(혈관을 확장시켜주는 근육)이 망가진다. 한림대의대 강동성심병원 양대열 교수(비뇨기과)는 “혈관에 노폐물이 축적되거나, 혈관 확장을 막는 산화질소가 생성되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며 “음경 혈관은 심장 등 다른 혈관보다 가늘어 성인병의 영향을 더 빨리, 더 심각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원인 알면 치료 쉬워진다=성인병과 관련해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대사증후군이다. 이 증후군은 복부 비만이나 고지혈증, 인슐린 저항성 등 성인병으로 가는 전단계. 풍요로운 생활 덕(?)에 전 세계 성인의 20∼25%가 대사증후군에 시달린다. 그만큼 발기부전 환자도 급증하고 있는 것.


관심을 끄는 것은 성인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발기부전 치료에 더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학회에서 영국 세인트 제임스의대 병원 이언 어들리 교수(비뇨기과)는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동반한 남성은 단독 발기부전 남성보다 의사를 찾아간 시기는 평균 8개월, 치료를 받기 시작한 시기는 평균 4개월 빨랐다”고 말했다 (유럽·남미 9개국 40세 이상 발기부전 남성 174명, 비뇨기과 의사 45명 면접방식으로 조사). 또 발기부전과 성인병과의 관계를 알면 건강한 생활방식으로 바꾸는 데도 더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두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지식수준은 낮았다. 환자는 50%, 비뇨기과 의사들조차 25%만 인지했다.

◆두 마리 ‘토끼’ 한꺼번에 잡아야=발기부전은 성인병을 알리는 경고 사인이다. 양 교수는 “음경 혈관은 지름이 1~2㎜로 작은 데다 단위면적당 내피세포와 평활근의 양이 많아 가장 빨리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음경의 강직도가 떨어지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시작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

오스트리아 빈의대 멀린 교수는 “발기부전과 대사증후군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것이 곧 기저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사증후군은 스트레스·흡연·고지방식·운동 부족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첫 번째 수칙이다.

이번 학회에선 성인병을 가진 발기부전 환자를 대규모로 치료한 성적도 발표됐다. 기저질환을 가진 47개국의 발기부전 남성 7만3946명에게 레비트라(성분명 발데나필)를 투여(1∼8회)한 결과, 평균 90% 이상에서 만족·매우 만족의 결과를 얻었다. 만족도는 대사증후군 93.4%, 고혈압 환자 92%, 당뇨 90.9%, 순. 연구를 주도한 캐나다 로키뷰 종합병원 제이 리 박사는 “약물은 속효성에서 장점이 있으므로 운동과 다이어트를 병행해 장기적인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브뤼셀=고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