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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실험 악재로 경기부양책 시사 / 박병원 재경부 차관

淸潭 2010. 2. 11. 14:09

[초대석]核실험 악재로 경기부양책 시사 박병원 재경부 차관




‘경제상황 점검 총괄팀장’을 맡은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이번 사태에 시장과 국민이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한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 핵실험으로 경제가 충격을 받으면 정부는 당연히 대응해야 합니다. 이런 큰일이 터지면 거시경제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경기 부양책’도 언제든지 쓸 수 있습니다.”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난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북한 핵실험 사태가 경제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시시각각으로 보고받느라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

박 차관은 이날 아침부터 핵실험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경제상황 점검 총괄팀장’을 맡았다.

숨 가쁜 상황에서도 잠시 짬을 내 기자를 맞은 박 차관은 최근까지 정부 경제부처 안에서 금기시됐던 ‘경기 부양’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꺼냈다. 정부가 이번 북핵 사태를 얼마나 심각한 ‘돌출 악재(惡材)’로 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박 차관의 말은 하루 전인 10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내년에 경기가 위축된다면 ‘경기 확장’ 필요성이 있다”고 발언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도 11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핵실험 이후 경기추이를 봐서 필요하다면 경기부양 쪽으로 정책기조를 바꿀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양책 또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박 차관은 말을 아꼈다. “지금 각 부처 담당자들이 머리를 짜내 보고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내일(12일) 재경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들 내용을 설명할 겁니다.”

그러나 박 차관은 “현대제철 한미약품 팬택 KCC 등 4개 기업의 수도권 투자 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이나 대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이 예정보다 늦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관련 규제 완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 차관은 핵실험에 따른 경제의 악영향을 고려해 내년 경제 전망을 수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부의 공식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6%. 이에 대해 국내외 민간 연구기관들은 북한 핵실험 전부터 세계 경제의 하강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핵실험 파장으로 국민의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면 내년 성장률은 4%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는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따른 영향을 감안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수준, 사태의 장기화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년 경제 전망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말에 내놓을 내년 경제운용계획에는 이런 부분이 반영될 겁니다.”

이번 사태로 외국인투자가들의 ‘자본 탈출’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박 차관은 “사태가 길어지고 한반도의 긴장 수준이 더 높아진다면 대외 신인도에 영향이 올 수 있고 외국 자본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정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투자은행들은 이번 핵실험으로 한국과 일본에 투자된 자금이 홍콩 중국 등으로 유출되고 원화, 엔화가 외환시장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민간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 외국인투자가뿐 아니라 한국인 중에서도 부유층을 중심으로 해외로 재산을 도피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박 차관은 이런 때일수록 개인과 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금융시장이 핵실험 당일에는 크게 요동쳤지만 하루 만에 상당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사재기도 없었습니다. 시장과 국민이 이렇게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한국 경제의 높아진 수준에 다시 한번 믿음이 생깁니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이런 믿음을 갖고 차분하게 대처했으면 합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