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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시안’ 관련 / 장호완

淸潭 2010. 2. 2. 15:16

[초대석]‘서울대입시안’ 관련 성명주도한 장호완




서울대 사태와 관련해 18일 두 번째 성명서를 낸 서울대교수협의회의 장호완 회장은 “첫 번째는 본고사 논란에 대한 정치권의 행태를 지적했고 두 번째는 국민의 이해를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운찬 총장이 옳은 소리를 내고 있다”며 “정 총장이 권력에 굴복하거나 입장을 바꾼다면 교수협의회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변영욱 기자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통합교과형 논술을 도입하려는 서울대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서자 “군사정권 이후 대학자율 훼손이 가장 심각하다”며 8일 신랄한 성명서를 발표했던 서울대교수협의회가 18일 두 번째 성명서를 내놓았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 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연합회 임시총회에서 서울대 사태에 대한 경과보고를 한 서울대교수협의회 장호완(張浩完·62·사진) 회장을 만나 그 배경과 대학의 자율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 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원래 이렇게 목소리 높이는 사람이 아닌데 요즘 대학 상황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장 회장은 “이번 사태를 보면 한 대학의 입시안이 문제가 아니라 특정 대학을 의도적으로 죽이기 위해 몰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정치권의 발언이 날짜별로 착착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학별로 논술고사를 본고사처럼 출제하겠다는 것이 가장 나쁜 뉴스”라고 발언한 뒤 “서울대 초동진압”, “서울대는 좀 조져야 한다”는 등의 막말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너무 놀라고 실망했다고 한다.

장 회장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서 3만여 명의 식구가 있는 대학의 총장이 물러나야 공교육이 산다고 독설을 퍼붓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다”며 “총장을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물러나라는 풍토에서 학생들이 도대체 무엇을 배우겠느냐”고 반문했다.

불과 열흘 만에 다시 성명서를 낸 배경을 물어봤다.

“첫 번째 성명서는 본고사 논란에 대한 정치권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고, 두 번째는 그래도 우리의 뜻을 잘 알아듣지 못하니까 직설적으로 우리 이야기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한 것이죠. 세 번째 성명서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주위에서 자제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서울대 교수들은 물론 일반 시민으로부터도 “오랜만에 시원한 소리를 들었다”, “반지성적 언어에 대한 지적이 너무 좋았다”는 격려도 많았다고 한다. 정치권의 토론회 제안은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이제는 입시안이 본고사냐 아니냐 하는 지엽말단적 논쟁에는 대응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대학의 지성을 모독하는 선동적 발언을 일삼는 일부 정치인들과 상대하지 않고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겠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교수협의회는 앞으로 정부정책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사실상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감독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정치적 행동 아니냐”는 물음에 “1960년 자유당 말기 창립된 서울대교수협의회는 사회적 곤경이나 독재자가 있을 때도 앞장서길 두려워하지 않은 선비정신을 갖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대학 자율화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다소 높아졌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일개 대학시험 문제가 논술인가, 본고사인가에 신경 쓰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총장님, 학생들 가르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소? 도와줄 게 없느냐’고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기득권 운운하는 것은 실망스럽습니다.”

교수협의회는 대학 내에선 ‘야당’이지만 외부 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서는 정운찬(鄭雲燦) 총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선후배 교수들에 떠밀려 두 번째로 교수협의회장을 맡았다고 했다. 2000년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정 총장에게 패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지금 정 총장을 지지하는 것은 ‘그가 옳은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대가 우수 인재를 독점한다는 지적에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평준화와 평등주의를 강조할수록 기득권을 가진 여유 있는 사람들이 더 유리해지고 불평등이 고착화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가 세계 150등밖에 못한다고 비판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연구 환경 속에서도 자존심 하나로 밤샘 연구하는 젊은 교수가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장호완 교수는

△1943년 대구 출생

△1969년 서울대 지질학과 졸업

△1979년 벨기에 루뱅대 이학박사학위 취득

△1982년∼현재 서울대 자연과학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1995∼1999년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장

△2000년 한국지질과학협의회 회장

△2003년∼현재 원자력위원회 위원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

△2005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학술진흥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