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가키누마 센신 韓日불교복지協 회장
“큰 줄기는 잡혔습니다. 빠르면 이달 중에라도 큰 전기가 마련될 것 같습니다.”
일본 도쿄(東京)의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보관된 북관대첩비 반환을 위해 노력해 온 한일불교복지협회 회장 가키누마 센신(枾沼洗心·75) 스님은 북관대첩비 반환에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3월 28일 남북 불교단체 관계자들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만나 북관대첩비 반환을 위한 절차 등을 논의한 끝에 공동합의문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야스쿠니신사 측은 그간 남측 인사들의 거듭된 반환 요청에 ‘남북 합의 없이는 내줄 수 없다’며 버티어 왔기에 큰 장애물을 넘어선 셈이다.
9일 오후 도쿄 고토(江東) 구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한일 무도인(武道人) 친선교류대회장에서 만난 가키누마 센신 스님은 이 예민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한일의 민간조직이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관대첩비 환국 범민족운동본부’ 회장 겸 한일불교복지협회 한국 측 회장인 초산(樵山·76) 스님과 함께 8년여 동안 끈질기게 노력해 왔다.
―왜 반환운동에 앞장서는가.
“한일 간 불행한 역사를 아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양국은 역사적으로 형제국인데 현재는 여러 문제로 서로 생각이 다르다. 나로서는 가능한 일을 열심히 할 뿐 다른 마음은 없다. 북관대첩비는 야스쿠니신사로서는 일개 석비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한국으로서는 역사적 문화재다. 당연히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외무성은 ‘야스쿠니신사는 민간시설이라 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고 하고, 야스쿠니신사 측은 ‘외무성 승인 없이는 곤란한 문제’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겨 왔는데….
“북관대첩비를 반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야스쿠니신사 측에 수도 없이 말해 왔다. 야스쿠니신사 측도 이젠 빨리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원래 군인들이 왕실에 바친 선물이라 외무성 승낙이 필요하다는 신사 측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은 과제라면….
“여러 사람이 시끄럽게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 몇 년 전 안중근 의사 유물을 넘겨줄 때 한국 측이 너무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바람에 결국 80여 점 전부가 가지 못하고 일부만 기증하는 데 그친 일이 있었다. 반환 뒤라면 몰라도 지금 진행되는 과정을 한국 측이 그때그때 모두 공개하면 나도 곤란해진다.”
―역사 청산에 공감하는 일본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야스쿠니신사 측에 압력을 넣을 수는 없는가.
“물론 그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생각은 있어도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마저 부인하는 것은 심하지 않은가.
“실제 과거에 있었던 일까지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본을 위해서라도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야 할 텐데….”
한일문화재교류위원회 위원장, 대한불교신도회 고문 등으로 한국과 관련된 활동을 오랫동안 해 온 그는 한국의 태권도와 일본 가라테 고수들이 시연을 한 이날 대회의 고문을 맡아 민간 교류에 한몫했다. 6월에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릴 추모 행사에 일본 불교도단체 대표로 참석한다.
“독도, 교과서, 배상 등 한일 간 문제들이 한꺼번에 다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양측 모두 감정을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양국 관계가 경색돼 있을수록 더 빨리 북관대첩비가 반환되도록 한일 양국 정부도 최선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한국인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아는 가키누마 센신 스님의 간곡한 당부였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가키누마 스님은▼
△1932년=일본 사이타마(埼玉) 현 도네가와(利根川) 출생
△1970년=니치렌(日蓮)종 등에서 수행 거쳐 득도
그 뒤 종교와 종파를 넘어 대중 설법
△1989년=한일불교복지협회 설립, 회장 취임
△1990년=교토(京都) ‘귀무덤(耳塚)’ 영혼 환국 봉송 법회
△1993년=전북 부안군 ‘코무덤’ 안장식에 일본 대표로 참석해 참회사
△1998년=강상호(姜相湖) 의사 유골, 요코하마(橫濱) 형무소에서 봉환
황세손 이구(李玖) 씨와 야스쿠니신사 방문해 북관대첩비 반환 요청
그 뒤 한국의 초산 스님과 함께 반환운동에 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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