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기천 논설위원
2003년 8월 미국·캐나다 동부 지역에서 갑작스러운 정전(停電)사태로 지하철 운행이 끊기고, 냉장고와 에어컨 가동이 중단되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 피해자 5000만명에 6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났다. 컴퓨터가 모두 먹통이 되는 바람에 기업들 업무가 마비(痲痺)되기도 했다.
정전사태 이후 미국과 캐나다 직장인들 사이에 '블랙베리'라는 휴대전화가 필수품(必需品)이 됐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이메일과 일정관리, 문서작성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블랙베리 이용자가 많았던 기업은 정전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1999년 처음 출시돼 스마트폰의 효시(嚆矢)로 꼽히는 블랙베리는 캐나다의 '리서치 인 모션'(RIM·림)사 제품이다. 블랙베리를 내놓기 전까지 '림'은 쌍방향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등을 만들던 이름 없는 중소기업이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던 학생이 1984년 부모에게 빌린 1500만원을 밑천으로 세웠다.
블랙베리가 만들어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작년 휴대전화 시장규모가 6% 넘게 줄었지만 스마트폰은 값이 비싼데도 10% 이상 판매(販賣)가 늘었다. 2012년엔 스마트폰 판매가 전체 PC 판매를 웃돌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국내에도 2006년 블랙베리가 출시됐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공짜 무선 인터넷 사용이 늘면 전화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 국내 이동통신업계가 스마트폰 보급(普及)을 꺼렸기 때문이다. 초고속 유선 인터넷망이 잘 깔려 있어 휴대전화로 이메일을 주고받을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도 있다.
그러나 작년 12월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 출시 한달 만에 20만대 넘게 팔리는 선풍(旋風)을 일으키면서 국내 IT 업계에 뒤늦게 비상이 걸렸다. 무선 인터넷으로 가는 세계의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각각 40여종, 20여종의 스마트폰을 국내외 시장에 내놓겠다고 했다. 스마트폰도 하드웨어만 잘 만들어 물량을 퍼부어대면 선두 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얼마 전 미국의 전자제품 관련 사이트에 '삼성 옴니아2의 하드웨어는 괜찮은데, 소프트웨어는 끔찍하다(terrible)'는 리뷰가 실렸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본 개념(槪念)이 없고, 해서는 안 될 일만 골라서 했다는 식의 신랄한 비판이었다. 삼성과 LG가 작년 전체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을 30%대로 끌어올렸지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도 안 되는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드웨어의 성능, 디자인이 중요한 일반 휴대전화와는 달리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로 승부(勝負)가 난다.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드웨어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PC 시장의 경우 부품 표준화와 함께 하드웨어 제조는 대만과 중국으로 다 넘어가고, 선진국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로 돈을 벌고 있다.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 시장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이미 중국·대만 업체들이 스마트폰을 쏟아내고 있다. 지나치게 하드웨어에 치우쳐 있는 국내 IT 산업에는 치명적(致命的)일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과 LG, 더 나아가 한국 IT산업이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먼저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에 따라붙는 액세서리 정도로 여겨온 그간의 인식부터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2003년 8월 미국·캐나다 동부 지역에서 갑작스러운 정전(停電)사태로 지하철 운행이 끊기고, 냉장고와 에어컨 가동이 중단되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 피해자 5000만명에 6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났다. 컴퓨터가 모두 먹통이 되는 바람에 기업들 업무가 마비(痲痺)되기도 했다.
정전사태 이후 미국과 캐나다 직장인들 사이에 '블랙베리'라는 휴대전화가 필수품(必需品)이 됐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이메일과 일정관리, 문서작성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블랙베리 이용자가 많았던 기업은 정전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1999년 처음 출시돼 스마트폰의 효시(嚆矢)로 꼽히는 블랙베리는 캐나다의 '리서치 인 모션'(RIM·림)사 제품이다. 블랙베리를 내놓기 전까지 '림'은 쌍방향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등을 만들던 이름 없는 중소기업이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던 학생이 1984년 부모에게 빌린 1500만원을 밑천으로 세웠다.
블랙베리가 만들어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작년 휴대전화 시장규모가 6% 넘게 줄었지만 스마트폰은 값이 비싼데도 10% 이상 판매(販賣)가 늘었다. 2012년엔 스마트폰 판매가 전체 PC 판매를 웃돌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국내에도 2006년 블랙베리가 출시됐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공짜 무선 인터넷 사용이 늘면 전화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 국내 이동통신업계가 스마트폰 보급(普及)을 꺼렸기 때문이다. 초고속 유선 인터넷망이 잘 깔려 있어 휴대전화로 이메일을 주고받을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도 있다.
그러나 작년 12월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 출시 한달 만에 20만대 넘게 팔리는 선풍(旋風)을 일으키면서 국내 IT 업계에 뒤늦게 비상이 걸렸다. 무선 인터넷으로 가는 세계의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각각 40여종, 20여종의 스마트폰을 국내외 시장에 내놓겠다고 했다. 스마트폰도 하드웨어만 잘 만들어 물량을 퍼부어대면 선두 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얼마 전 미국의 전자제품 관련 사이트에 '삼성 옴니아2의 하드웨어는 괜찮은데, 소프트웨어는 끔찍하다(terrible)'는 리뷰가 실렸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본 개념(槪念)이 없고, 해서는 안 될 일만 골라서 했다는 식의 신랄한 비판이었다. 삼성과 LG가 작년 전체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을 30%대로 끌어올렸지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도 안 되는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드웨어의 성능, 디자인이 중요한 일반 휴대전화와는 달리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로 승부(勝負)가 난다.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드웨어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PC 시장의 경우 부품 표준화와 함께 하드웨어 제조는 대만과 중국으로 다 넘어가고, 선진국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로 돈을 벌고 있다.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 시장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이미 중국·대만 업체들이 스마트폰을 쏟아내고 있다. 지나치게 하드웨어에 치우쳐 있는 국내 IT 산업에는 치명적(致命的)일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과 LG, 더 나아가 한국 IT산업이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먼저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에 따라붙는 액세서리 정도로 여겨온 그간의 인식부터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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