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아욱국을 … 칼슘이 시금치의 두 배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얼마나 맛이 좋았으면 며느리가 아니라 마누라 주기도 아까웠을까? ‘가을 ○○국은 마누라 내쫓고 먹는다’ ‘가을 ○○국은 사립문 닫고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입맛이 없을 때 ○○국을 먹으면 금세 기운이 난다.
○○에 들어갈 답은 ‘아욱’이다. 맛은 서리가 내리기 전에 가장 좋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4월 하순∼6월 상순에 파종해 5월 하순∼7월에 수확하는 채소다.
아욱(mallow)의 학명 중 ‘Malva’는 라틴어의 ‘malache(부드럽다)’에서 유래된 것이다.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잎이 유연하며, 먹으면 장 운동이 부드러워진다는 뜻이다. 아욱 씨(동규자)를 하루에 10g가량 달여 먹으면 변비 해소에 좋다고 하니, 장 운동을 돕는 데는 내공이 있는 셈이다.
원산지는 중국으로 추정된다. 주나라 때 편찬된 중국 최초의 시가집 『시경(詩經)』엔 으뜸가는 채소로 기록돼 있다. 한반도엔 고려시대 이전에 전파된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명은 아오이다. 우리말 아욱의 변형이라고 한다. 서양인은 아욱을 잘 모른다. 한·중·일 등 동양인이 주로 먹는다.
아욱과 상추는 둘 다 녹색 채소이면서 가을 채소 라이벌이다. 이 중 아욱의 별명은 파루초(破樓草), 상추는 월강초(越江草)다. 살림이 곤궁해 미역을 구할 형편이 못 된 산모가 대신 아욱과 상추로 국을 끓여 먹었는데, 아욱은 산모·아기에게 이로웠고 상추는 해로웠다는 것이 유래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웰빙 채소’인 아욱을 더 심기 위해 다락(樓) 한 채를 허물었고, ‘기피 식품’인 상추는 강 건너 멀리 심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는 없다.
아욱은 파옥초(破屋草)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번엔 정력이 떨어지고 조루 증상까지 있는 남자를 등장시킨다. 이 남자가 아욱국을 먹은 뒤 다시 힘을 쓰기 시작하자 다음 날 아침 아내가 집(屋)을 허물고(破) 아욱을 심었다는 옛얘기다. 그러나 역시 아욱의 정력 증강, 조루 치료 성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영양이 고루 들어 있어 몸을 튼실하게 할 뿐이다.
영양적으로 아욱엔 칼슘(뼈 건강)·칼륨(혈압 조절)·베타 카로틴(항산화 효과)·비타민 C(항산화 효과)·식이섬유(변비 예방) 등이 풍부하다. 서양인이 수퍼 푸드로 추앙하는 시금치보다 영양 면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 특히 칼슘 함량이 시금치의 거의 두 배여서 성장기 어린이에게 권할 만하다. 노화 억제용 채소로도 유용하다.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시금치 못지않게 풍부하기 때문이다.
평소 땀을 많이 흘리거나 갈증을 자주 느끼는 사람에게도 권장된다. 서늘하고 찬 성질을 갖고 있어서다.
아욱은 연한 잎과 줄기를 먹는다. 된장을 풀어 넣어 끓인 아욱국이 대표적 음식이다. 된장국(토장국) 맛을 살리는 제철 재료로 봄엔 냉이·달래 등 봄나물과 조개, 여름엔 근대·시금치·솎음 배추, 가을엔 아욱·배추속대, 겨울엔 시래기가 최고다. 특히 새우를 더한 새우 아욱국은 별미이면서 찰떡궁합인 음식이다. 새우에 부족한 비타민 C·베타카로틴·식이섬유는 아욱이, 아욱에 적은 단백질은 새우가 보충해 줘서다. 또 새우는 산성, 아욱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아욱국을 끓일 때 맹물 대신 쌀뜨물을 쓰면 맛이 훨씬 구수하다. 이때 쌀뜨물은 두세 번째 헹구어낸 물이 적당하다. 아욱국을 끓이다가 불린 쌀을 넣으면 아욱죽이다. 이 음식은 소화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추천된다. 아욱국에 반죽한 밀가루를 떼어 넣으면 아욱 수제비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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