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회원 명단 공개해야 마땅하다
시민단체인 '자유주의진보연합'이 사법부 내 특정 성향 법관들의 사(私)조직인 '우리법연구회' 소속 현직 법관 129명, 탈퇴자 53명의 명단을 공개하며 해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이 연구회 법관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을 맡으면 누구 손을 들어줄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 단체는 지난 12일엔 쇠고기 수입업체가 작년 촛불집회 때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 넣겠다"고 했던 탤런트 김민선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자 "우리법연구회 판사가 재판을 맡으면 원고에게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도록 권유하겠다"는 성명도 냈었다.
우리법연구회 회원 명단 공개에 대해선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해당 법관들이 "법을 연구하는 모임인데 왜 일방적으로 명단을 공개하느냐"고 반론(反論)을 펼지도 모른다. 어느 법령이나 법관윤리강령도 정치활동이 아닌 한 법관의 학술활동이나 종교·문화단체 가입을 막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리법연구회가 정말 연구모임이고 비밀결사 조직이 아니라면 자진해서 명단을 공개해 자신들에게 쏠리는 외부의 의혹의 눈길을 먼저 해소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1988년 시작한 우리법연구회는 몇 차례 정치적 고비에서 집단행동을 통해 사법부의 당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론 줄곧 사법부에 정치와 이념의 분열을 초래했다는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지난 두 정권에선 이 조직 출신이 법원과 정권 요직에 등용되면서 권력화 성향이 두드러지기도 했다.
작년 말 불거진 신영철 대법관 재판 개입 파문 역시 이 조직 소속 법관들이 법원 내부통신망에 잇따라 의혹을 제기하고 궐기를 촉구하는 글을 올려 증폭된 측면이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까지 지난 5월 "법원 내 이념적 사조직은 해체해야 한다"는 성명을 낸 것을 보면 이 조직을 바라보는 법조 내부의 우려를 짐작할 만하다.
우리법연구회 회원은 탈퇴자까지 합쳐 180여명으로 대법관을 포함한 전체 법관의 10%에 육박한다. 이런 법관 사조직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법관의 양심이 자리해야 할 곳에 같은 이념을 지닌 동료 회원들의 무언(無言)의 압력과 사조직의 일률적 법 해석이 있다면, 그리고 어떤 법관이 사건을 맡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면 국민은 재판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이런 면에서 국민이 우리법연구회를 지켜보며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은 법원 사조직이 어떤 존재이고 어떤 법관이 참여하고 있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우리법연구회는 국민이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명단과 활동을 공개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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