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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남인 그가 요즘 더욱 자주 잠에서 깬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회사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일과 관련된 악몽을 자주 꾸는데, 10년 전 금융위기 때처럼 일자리를 잃을까 무척 불안하다. 그의 악몽은 며칠 전 회사 동료가 자의 반 타의 반 사표를 내면서 더욱 심해졌다. 최근엔 아내가 조금만 부스럭거려도 잠에서 깬다. 그런 A씨의 모습에 아내가 ‘늘 비상 대기 중’이란 별명을 붙여줬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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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B씨의 공통점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최근 발기부전 문제로 필자를 찾았다는 것이다. 수면 중 발기 상태를 검사해본 결과 두 사람 모두 썩 좋지 못했다.
정상적인 남성이라면 밤마다 한 번에 수십 분씩 3번 이상 수면발기가 일어난다. 성기조직에 혈류량을 원활하게 공급하여 발기조직의 재생과 성기능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세기 초 정신분석학자 슈테겔 박사에 의해 처음 알려진 뒤 수면발기는 성기능의 중요한 척도로 여겨져 왔다. 특히 수면발기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검사법이 나온 다음부터 발기부전의 원인이 심리적인 것인지 신체적인 것인지 감별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즉, 같은 발기부전 증세를 보이더라도 신체적 원인이 아닌 경우 수면발기는 대개 잘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성기능과 관련된 혈관 등 신체기능이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면발기가 부실해지는 경우도 있다. 숙면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수면발기가 부실해지고, 이로 인해 발기조직에 혈류순환과 산소공급이 취약해지면서 발기기능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심한 스트레스와 긴장 때문에 수면의 깊이가 얕은 A씨나, 수면무호흡증으로 숙면이 힘든 B씨의 수면발기가 썩 좋지 못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야간근무나 3교대 근무 등으로 숙면을 하지 못하는 남성이나 밤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제때에 수면을 취하지 않는 사람들도 수면발기의 질이 나빠 성기능이 부실해질 수 있다.
깊이 푹 자는 것은 성기능의 좋은 영양제다. 심한 스트레스나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그리고 숙면을 방해하는 술·담배도 수면발기를 방해한다. 수면발기가 잘 되도록 규칙적인 숙면 습관을 갖는 것은 건강한 성기능을 되찾고, 지킬 수 있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