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본 옛 티베트의 캄 지역인 샹그리라 인근 고원에 신비롭게 펼쳐진 초원.
티베트의 잊혀진 땅, 캄(Kham)을 아십니까?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한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티베트의 동부지역은 ‘캄’이라 불리었고,
모두 50개 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중국은 이 지역을 쓰촨성(16주), 윈난성(3주), 칭하이성(6주)으로 각각 강제 편입시켜
자치구가 아닌 중국땅으로 만들어버렸다.
본래 있던 50개 주 가운데 티베트 자치구로 편입된 주는 25개 주에 불과하다.
중국은 그들이 점령하고 중국땅으로 편입한 캄 지역에서
가장 먼저 대대적인 벌목사업을 벌였다.
티베트의 절반이 넘는 삼림이 당시 중국에 의해 벌채되고 말았다.
지금의 윈난과 쓰촨 인근 티베트로 가는 길목의
봉우리가 상당수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티베트의 옛땅 윈난의 캄 지역은 현재 중국 내 소수민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소수민족간의 화합을 강조한 맥주 광고.
1950년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했을 때
‘캄파’라고 불렸던 캄 지역의 부족공동체는 가장 극렬하게
중국에 맞서 싸운 것으로 유명한데,
캄 지역이 여러 곳으로 분할된 가장 큰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있다가 사라지고, 없다가 생겨나는 신비한 호수, 나파하이.
차와 문물을 교역하던 가장 오래된 문명통로 차마고도는
바로 윈난의 시샹반나와 푸얼을 출발해
캄 지역에 속했던 쿤밍-따리-리장-중띠엔-더친을 거쳐
오늘날의 티베트 땅인 옌징-망캄을 지나 라싸와 시가체까지 이어졌다.
캄 지역의 옛길은 고산을 구불구불 넘어가는 천산험로이며, 이 길이 바로 차마고도이다.
옛 캄 지역은 티베트에서도 풍경이 아름답고 문화유산이 풍부해
중국의 점령 이후 따리와 리장은 관광지로 개발되었으며,
최근에는 중띠엔을 ‘샹그리라’(香格里拉)로 고쳐부르며
윈난의 핵심 관광지이자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육성하고 있다.
‘샹그리라’라는 이름은
1933년 영국의 제임스 힐튼(Hilton James, 1900~1954)이 쓴
장편 <잃어버린 지평선 Lost Horizon>에 나오는 지명이다.
소설에는 히말라야 남쪽 티베트 산중에 영원히 평화롭고 고요한 신비의 땅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샹그리라에 대해 이렇게 표현해 놓았다.
“사원은 금빛으로 빛나고,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그치지 않는 곳”이라고.
고원에 자리한 둥주린 사원과 사원에 거주하는 어린 승려들.
1944년 미국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샹그리라는 이후 서양에서 ‘마음의 이상향’으로 불리게 되었다.
소설에 나오는 샹그리라의 지명이
과거 티베트어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말도 있다.
티베트 불교에서 피안과 불국정토를 뜻하는 ‘샹바라’(香巴拉)가
‘샹그리라’의 어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야크와 양떼를 데리고 고원을 방랑하는 캄파 부족 유목민.
본래 중띠엔(中甸)의 옛 땅이름이
티베트어로 ‘샹그’(香格)였다는 속설도 있으며,
‘샹그리라’가 ‘마음의 달과 해’,
또는 ‘푸른 달밭’을 뜻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캄 지역에서 가장 성스러운 산으로 통하는 메이리 설산. 옛 티베트어로는 ‘흰 봉우리’란 뜻의 ‘카와거보’(6740m)라 불린다.
어쨌든 내가 만난 샹그리라는 분명 고원의 산마루와 계곡,
마을과 사원이 아름답게 어울린 곳이다.
해발 3300미터의 고원도시.
1950년 중국이 강제로 점령한 옛 티베트의 도시.
중국 땅으로 편입돼 어쩔 수 없이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 살아가야 하는 캄파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샹그리라를 벗어나 더친으로 향하는 길가엔
‘나파하이’(納帕海)라는 신비한 호수도 만날 수 있다.
얼핏 보아서는 이것이 그냥 초원이자 습지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나파하이는 겨울에는 그저 드넓은 초원이었다가
우기인 여름이 되어서야 빗물이 고여 호수로 돌변한다.
있다가 사라지고, 없다가 생겨나는, 마술같은 호수.
쩡궁마을 란창강 다리에 걸린 돼지고기. 빙하수와 차가운 계곡바람이 흐르는 강물 위가 이들의 냉장고인 셈이다.
옛날 중띠엔과 더친을 오가던 마방들은 풀들이 무성한
이 나파하이에서 발품을 쉬며 말들을 풀어 풀을 뜯겼다.
차마고도의 천산험로는 샹그리라를 벗어나 더친으로 가는 길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길은 해발 3500미터와 4000미터 사이를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린다.
더친(德欽)은 중띠엔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티베트 땅이었으나,
1950년 강제 점령 이후 중국 땅으로 둔갑한 곳이다.
인구 약 6만여 명.
옛 티베트어로는 ‘아�쓰’라 불렀는데, ‘평화로운 극락의 땅’이란 뜻이다.
메이리 설산 가는 길에 만난 물레방아 마니차(경전을 넣은 통).
더친을 지나 곧바로 만나게 되는 비래사 전망대는
메이리(梅里) 설산을 조망하는 최고의 전망대로 알려져 있다.
메이리 설산은 윈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캄 지역에서 가장 성스러운 산으로 통하는 곳이다.
옛 티베트어로는 ‘흰 봉우리’란 뜻의 ‘카와거보’(6740m)라 불리는데,
주봉은 워낙에 험해서 일반인의 등정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여기서 란창강을 따라 계속 길을 잡아가면
드디어 중국과 티베트 자치구가 나뉘는 국경이다.
국경을 넘어가 만나는 옌징과 좀더 깊숙한 참도까지
과거에는 캄 지역에 속했으나,
중국은 이유없이 이곳에다 자치구 국경선을 그어버렸다.
중국이 인위적으로 세워놓은 티베트 자치구의 국경검문소. 이곳을 지나면 티베트 자치구가 시작된다.
최근에 일어난 티베트 독립시위에서
중국의 쓰촨과 칭하이 일대에서 극렬한 동조시위가 일어난 배경에는
그곳이 원래 티베트의 옛땅인 캄 지역이었고,
아직도 그곳에 사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티베탄이거나 캄파이기 때문이다.
현재 라싸에서도 가장 극렬하게 독립시위에 나서는 세력은 바로 캄파로 알려져 있다.
티베트의 잊혀진 땅, 캄과 잊혀진 부족 캄파는
그렇게 간신히 존재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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