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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의 금과옥조다.
그러나 “혈당을 무작정 낮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와 전 세계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게다가 이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주관으로 이뤄진 대규모의 프로젝트(ACCORD 연구)인 데다 종료 18개월을 앞두고 갑자기 막을 내려 충격을 가중시켰다.
◇ACCORD 연구, 어떻게 진행됐나=이 연구는 미국과 캐나다의 임상연구소 77곳에서 2형(성인형)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또는 고혈압,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비만, 흡연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을 두 가지 이상 소지)을 함께 갖고 있는 10만251명(평균 연령 62세, 당뇨병 경력 10년)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 대상자의 절반은 당화혈색소를 6 이하(건강한 사람 수준, 대한당뇨병학회에선 6.5 이하 권유)로 유지하는 ‘집중 치료’를 받았다. 나머지 절반은 당화혈색소 7∼7.9 수준의 ‘일반 치료’를 받았다.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인슐린·혈당강하제 등 당뇨병약은 물론 콜레스테롤약·혈압약을 복용했다.
4년여간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집중 치료’ 그룹에서 25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예상과는 달리 ‘일반 치료’ 그룹(203명)보다 오히려 54명이 많았다. 따라서 연구를 계속 진행시킬 수 없었다. ‘집중 치료’를 실시해 혈당을 지나치게 낮게 관리한 것이 사망률을 높였다고 추정됐기 때문이다.
◇예상이 빗나간 이유?=당뇨병 환자가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하면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당뇨병 학계에서 이론이 거의 없다. 그러나 ‘혈당은 낮출수록 좋다’는 금성탕지(金城湯池)는 이번 연구에서 완전히 빗나갔다. 이유는 아직 잘 모른다. 연구팀은 ^‘집중 치료’ 그룹의 환자가 처음부터 높은 위험 요인을 지니고 있었을 가능성 ^급격한 혈당 저하 ^당뇨병약의 부작용 등이 ‘집중 치료’ 그룹의 사망률을 높인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국내 전문가 의견=강남성심병원 내분비내과 홍은경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만을 놓고 당뇨병 환자에게 ‘더 이상 혈당 수치를 정상 수준으로 낮추도록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한다.
당뇨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엄격한 혈당 조절에 연연하기보다는 혈당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혈압·콜레스테롤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바른 해석이라는 것.
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병준 교수는 “심장병 합병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이번 연구 결과를 따르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오래되지 않았거나 심장병 위험 요인이 적은 당뇨병 환자, 1형(소아형) 당뇨병 환자는 엄격한 혈당 조절(집중 치료)을 받는 것이 여전히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분위기 바꾼 덴마크 연구=지난달 7일자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엔 ACCORD 연구와는 달리 당뇨병 환자에 대한 ‘집중 치료’가 합병증 발생과 사망을 크게 줄여준다는 논문이 실렸다. 덴마크 스테노 당뇨병센터 연구진은 160명의 2형 당뇨병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일반 치료)엔 당뇨병 약을, 다른 한 그룹(집중 치료)엔 당뇨병약 외에 혈압약,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스타틴과 아스피린 등을 제공했다.
13년 뒤 ‘일반 치료’ 그룹의 사망자 수는 40명으로, ‘집중 치료’ 그룹(24명)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집중 치료’ 그룹의 심장병 사망률은 ‘일반 치료’ 그룹보다 57%나 낮았다.
연구팀은 ‘집중 치료’에 사용한 여러 약들중 어떤 것이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강북삼성병원 당뇨센터 박성우 소장은 “이 연구 결과는 당뇨병 환자에 대한 ‘집중 치료’의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며 “국내 병원에선 ‘집중 치료’가 대세”라고 전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당뇨병 합병증 어떤 게 있나
<대혈관 합병증>
- 관상동맥질환(협심증·심근경색) : 당뇨병 환자의 주된 사망 원인
- 뇌혈관 질환(뇌졸중) : 당뇨병 환자의 뇌졸중 발생 위험은 정상인의 2배 이상
- 말초혈관질환(죽상 동맥경화) : 당뇨병 환자의 죽상 동맥경화 발생 위험은 정상인의 5배 이상
- 당뇨병성 족부질환(비외상성 절단)
- 고혈압 :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 발생 위험은 정상인의 2배
<미세혈관 합병증>
- 당뇨병성 망막증(실명) : 당뇨병을 앓은 지 20년 이상 된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발생
- 당뇨병성 신증(신부전) : 당뇨병 환자의 흔한 사망 원인
- 당뇨병성 신경증 : 다발성 말초 신경병증·자율신경병증·근위축 등 유발 자료=대한당뇨병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