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인곡당(법장스님)

20030407 보문사 용왕대재 치사)

淸潭 2008. 3. 2. 17:32
20030407 보문사 용왕대재 치사)

致  辭

  따사로운 봄기운이 온 누리를 감싸고 있는 오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 보문사에서 용왕대재를 성대하게 갖게 되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가지 문화와 물질문명을 발달시켜왔습니다. 그러한 결과 지금은 이른바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시간과 공간이 빨라졌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것은 거꾸로 말해 어느 한 나라와 한 민족의 불행이 그 나라, 그 민족의 불행으로 그치지 않고 모든 인류에게 즉각적이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인류의 평화와 화해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시절입니다. 이제 모든 인류는 한 가족이며 이웃입니다.

  이러한 때에 아직도 분단의 상처를 간직한 채 북녘 땅을 가까이 대하고 있는 낙가산 보문사에서 용왕대재를 가지게 된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오늘 해동제일의 관음성지인 보문사에서 갖는 용왕대재는 우선 불자들이 늘 관세음보살을 염송하던 공덕을 회향하는 자리이자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장엄한 불교의식입니다. 더 나아가 인류의 평화와 화해를 관세음보살님께 기원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용왕은 관세음보살님의 우보처이자 부처님의 부촉을 받아 비와 구름을 관장하시는 존재입니다. 이처럼 용왕은 비와 구름을 자유자재로 운용하시는 까닭에 바다와 육지의 풍요를 불러오시고 바다의 뭇 중생들을 구호하시는 성중이십니다.  따라서 바다의 성중인 용왕께 드리는 사부대중의 서원은 개개인의 부귀와 영달의 차원이 아니라 나라의 풍요와 평화는 물론, 모든 바다가 하나로 이어지듯 세계의 모든 이웃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용왕대재를 성대하게 준비하신 주지스님을 비롯한 보문사 사부대중 여러분들의 노고를 높이 치하드리며 이 용왕대재에 동참하신 모든 분들께 불보살님의 가피가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성불하십시오.

불기 2547년 4월 7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