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13 광주 덕림사 시왕탱화 점안식) 致辭 開眼十方起(개인시방기)이요 閉眼十方滅(폐안시방멸)이라 눈을 열면 시방 세계가 일어나고 눈을 감으면 시방 세계가 소멸하네 起滅十方外(기멸시방외)요 玉龍轉意珠(옥룡전의주)로다 일어나고 소멸하는 시방 세계 밖에 옥용이 여의주를 굴리고 있도다. 이 시는 만공 선사의 게송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곳 덕림사에서 시왕 탱화를 새로 조성하고 점안식을 했습니다. 이제 비로소 시왕탱화의 십대왕은 눈을 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등상을 조성하고 거기에다가 점안을 하여 눈을 열게 하는 것은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뜻 깊은 의식이지만, 이것이 의식으로만 끝나서는 안 됩니다. 바로 여기 모인 불자 신도 여러분들이 스스로의 눈을 열어야 합니다. 자기 불성 자리를 볼 줄 아는 눈이 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점안식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생은 눈을 열면 만 가지 경계가 다 눈 안에 들어와 번뇌가 일어납니다. 그러다가 눈을 감고 잠이 들면 누가 엎고 가도 모르고 아무 의식도 없는 죽은 송장이나 같은 지경이 됩니다. 그래서 만공 스님이 開眼十方起이요 閉眼十方滅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눈을 열면 시방의 온갖 경계가 다 일어나고, 눈을 감으면 시방 세계의 온갖 경계가 다 소멸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 밖에 따로 格外(격외)의 한 가지 도리가 있습니다. 바로 마음의 눈, 자기 본래의 자성을 볼 줄 아는 눈에다가 점안을 하여 눈이 활짝 열린 사람은 우주 삼라만상의 진리를 볼 줄 알게 됩니다. 그것을 起滅十方外요 玉龍轉意珠로다 라고 하신 것입니다. 일어나고 멸하는 그런 경계 밖에 옥용이 여의주를 굴리는 도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면 오늘 여기 모이신 보살님들과 거사님들은 시왕탱화 회향식을 잘 한 것이 됩니다. 여기 덕림사는 동호선사가 창건한 사찰입니다. 아직 창건 역사가 백년이 미쳐 안된 사찰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광주 시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찰로 발전했습니다. 동호 선사가 처음 덕림사를 창건 할 당시는 일제 말기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은 시절입니다. 그런 때에 스님께서 크게 원력을 세워 부처님 도량을 만드신 것입니다.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입니다. 내가 알고 있기로 여기 덕림사의 대웅전 목조 삼존불은 보물급문화재입니다. 본래 고흥군 포두면 봉림리의 천등산 금탑사라고 하는 절의 팔상전에 모셔져 있는 부처님이라고 합니다. 동호 스님이 창건 당시에 모셔 온 것입니다. 부처님 복장에서 나온 발원문이 있는데 분실되었습니다. 그 발원문만 찾으면 매우 중요한 문화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호 스님의 뒤를 이어 주지를 하신 분이 용음 스님이십니다. 용음 스님도 원력이 깊고 도덕이 높으신 큰 스님이십니다. 여기 덕림사 신도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웅전 부처님과 더불어 명부전의 지장보살님과 시왕상 그리고 시왕탱은 매우 중요한 문화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래 보성의 대원사에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을 여순 반란 사건이라고 하는 민족사적인 혼란기에 여수 순천 보성 이 지역의 사찰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때 대원사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마 대웅전 하나가 겨우 남고 절이 완전 소실되었을 것입니다. 그때에 명부전이 타 버렸습니다. 하지만 지장보살과 십왕상 그리고 시왕탱화는 소실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커다란 영험입니다. 그럴 때에 송광사에 계신 구산 큰스님이 용음 스님에게 지장보살 상하고 십왕상, 그리고 시왕 탱화를 여기 덕림사에 이운하여 모시게 한 것입니다. 이렇게 여기 덕림사의 명부전은 큰스님들의 원력과 안목 그리고 부처님의 영험이 깃들어 있는 곳입니다. 이런 역사와 부처님의 기피가 함께 하는 명부전입니다. 그러한 명부전을 이번에 무이 스님이 시왕탱화를 본래의 대원사로 돌려주고 다시 조성하신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매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그동안 여기 덕림사에서 오랫동안 모셔 오던 것을 다시 대원사로 돌려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신도들 중에도 서운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 할 일이 아닙니다. 아주 대승적인 차원에서 생각하면 매우 아름다운 일이 됩니다. 내 생각으로는 이런 것을 좋은 의미로 양쪽 대원사와 덕림사가 같이 기록에 남기시고, 그리고 같이 문화재 지정 요청을 해서 문화재로 지정 받도록 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시면 총무원에 문화부가 있으니까, 문화부에서 적극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이 스님은 그러니까 덕림사의 사대 째 주지가 되십니다. 창건주이신 동호 스님과 용음 스님의 정신을 잘 살려서 앞으로 많은 불사를 하시고, 더 나아가 광주 불교를 크게 발전시킬 분입니다. 광주는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도시입니다. 그리고 다시 근자에는 국민 통합을 이루는 도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통일을 이루고 동서 화합을 이루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같은 땅에서 살면서 전라도다 경상도다 해 가지고 마음이 갈라져서 서로 미워하고 원망하고 그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동서가 갈등을 종식시키고 화합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동서 화합의 실천을 지금 광주가 앞장서고 있습니다. 오늘 덕림사의 무이 스님 같은 분이 명부전의 시왕탱화를 대원사로 돌려보내 주시고 이렇게 다시 새로 탱화를 조성하는 이런 일이 바로 화합을 이루고 통합을 이루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크게 박수 한번 치도록 합시다. 끝으로 오늘 이 자리를 빛내 주시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모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특이 호남 일대의 대본사 주지 스님들이 많이 참석해 주신 것에 대하여 크게 감사합니다. 호남 사람들이 화합하면 대한민국이 통합되고, 호남 불교가 화합하면 대한불교 조계종이 화합될 것입니다. 우리 불교계도 지금 종단 차원의 대 화합을 이루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것을 호남의 대본사 주지 스님들과 또 이곳 불교 지도자 큰 스님들이 앞장서 주실 것을 믿습니다. 불기 2547년 4월 ·13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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