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my cousin buys land, I get a stomach ache.(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초등학교 입학부터 추첨경쟁을 하는 한국은 과도한 교육열이 교육의 획일성을 초래한다며 조롱섞인 일침을 가했다.
WSJ는 26일(현지시간) A섹션 5면 톱기사로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복권추첨을 하는 예비학부모들의 열기를 소개하고 “한국에서는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사립초등학교의 인기가 너무 높아 전국의 78개 사립학교가 매년 12월 같은 날 동시에 추첨을 한다”고 보도했다.
저널은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6년을 마치면 거의 예외없이 공립중학교에 진학하며 외국어 클래스가 만들어진 소수의 사립고교에 들어가야 명문대 입학 가능성이 높아지기때문에 어린 나이에 이런 경쟁을 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현상을 유별난 교육열과 사회경제적 형평성을 추구하는 균등화 사회의 충돌과정으로 분석한 저널은 그러나 한국인의 균등성 추구가 “20세기초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을 때까지 수백년간 한반도를 지배한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부분적인 반발”이라며 일본의 식민지배가 기존의 교육체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듯한 뉘앙스를 주었다.
또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을 인용, 균등화의 배경논리에 엉뚱한 한국 속담을 끌어들이고 “심지어 대선후보들의 포스터마저 똑같은 사이즈로 일렬로 붙인다”는 등 공정성을 위한 행위마저 특별한 배경이 있는 양 확대 해석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이날 저널은 Y 초등학교 입학추첨식을 현장 취재, 550명의 학부모들이 8대1의 경쟁을 위해 추첨공을 하나씩 긴장된 표정으로 뽑아 당첨여부를 가리는 풍경을 신기한듯 소개했다.
저널은 한국에서 가장 잘 사는 학부모들도 참여한 이날 행사는 고른 성비를 위해 오전에 남아 대상 추첨식이 있었고 오후에 여아 추첨식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20년이 넘게 입학추첨을 하고 있는 이 학교는 초기에는 교사가 추첨번호를 골라냈지만 95년부터는 컴퓨터를 이용, 무작위 추첨으로 방식을 바꿨다. 그러나 소포트웨어가 조작될 수도 있다는 학부모들의 문제제기로 인해 현재처럼 학무보가 직접 추첨공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변경하게 됐다.
저널은 연간 4천~8천달러에 이르는 사립학교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입학규정을 바꾸기 위해선 학부형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이로 인해 학교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사립초등학교장회의 정진해 회장은 그간 정부에 학교의 다양성을 위해 사립학교가 직접 등록금을 결정하고 학생 선발권을 갖게 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면서 “숲에는 큰 나무와 작은 나무, 굵은 나무와 가느다란 나무가 있기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교육은 똑같은 크기의 나무만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입학추첨에 참여한 학부모 심모씨는 “딸아이에 이중언어 교육을 시키고 싶어 이 학교에 지원했다. 만일 추첨에서 떨어지면 외국에 1~2년 연수를 보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이 취재한 두명의 학부모는 추첨에서 떨어진 후 “공립학교에 보내면 방과후 주입식 과외를 밀어붙여 꼭 좋은 대학에 가도록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엄마는 “복권추첨방식은 공정했지만 솔직히 이런 시험을 들게하기엔 우리 아이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며 안타까워했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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