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 잇몸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상식. 하지만 거꾸로 잇몸질환을 치료하면 혈당치가 떨어진다는 사실에 대해선 생소해 하는 사람이 많다.
이롬치과의원 안홍헌 원장은 지난 1년간 당뇨성 치주염 환자 70명을 치료하면서 혈당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환자들의 혈당이 평균 38㎎/dL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치료기간은 5.8개월. 특히 중증 치주염 환자 5명은 치료 전과 비교해 혈당이 75㎎/dL 감소했다. 치료기간은 5∼10개월. 혈당이 380㎎/dL로 가장 높았던 환자는 190으로, 또 200인 환자는 120으로 안정권 가까이 진입했다. 잇몸 치료 과정 중에 환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당뇨병을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잇몸질환을 치료하면 왜 혈당치가 내려갈까. 이는 염증이론에 근거한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 혈액을 감염시켜 합병증을 만들고, 혈당을 높인다는 것이 요지다. 당뇨 전단계인 사람도 치주질환을 방치하면 당뇨병 이행이 빨라진다.
씹는 기능이 좋아지는 것도 혈당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구강 내 작열감·미각변화·잇몸출혈·부종 증상이 개선되면서 고른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환자들은 죽을 먹는 상태에서 치료 후 현미식이나 보리빵 등 당뇨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따라서 당뇨환자의 잇몸 관리는 좀 더 각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일반인보다 더 자주 치과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치주질환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3배, 진행 속도 또한 2.6배 빠르기 때문이다.
둘째, 치아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것. 칫솔질을 할 땐 칫솔을 45도 기울여 칫솔모 한쪽을 치아와 잇몸이 맞닿는 곳 깊숙이 밀어넣는다. 그리고 손을 가볍게 진동시키는 잇몸마사지를 한다. 또 혀 위쪽까지 고루 닦는다.
셋째는 식생활 개선. 당뇨병 환자는 타액 분비가 잘 안 돼 입안이 건조하다. 세균이 잘 번식하는 좋은 조건이다. 따라서 구강 건조를 촉발하는 단 음식이나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은 물론 흡연을 피하고, 비타민 C, 채소·과일류를 충분히 섭취한다. 섬유질이 많은 채소는 치아에 침착된 치태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체계적인 진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안 원장은 “일반인은 연 1회 스케일링을 받지만 당뇨 환자는 3개월에 1회, 초음파를 이용해 잇몸 속까지 치석을 제거하고, 치아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폴리싱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